제주도의회 교육의원들 이구동성, “이대로는 안 된다” 십자포화
허창옥·김희현·강시백 의원, “교육청 예산만 집행”의회무시 행태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허창옥, 김희현, 강시백 의원.

도민사회로부터 ‘불통 소통’이라고 비판을 받아온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제주도교육청 첫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이 제안한 사업은 집행하지 않고, 집행부가 세운 계획과 예산만 집행하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이석문 교육행정 업무보고를 40분 만에 ‘보이콧’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강시백)는 13일 제362회 임시회 회의를 열고 제주도교육청 업무를 보고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작한지 40분도 채 되지 않아 업무보고는 ‘정회’사태를 맞았다.

우선 허창옥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허창옥 의원은 “업무보고 하는 이유는 뭐냐”고 짧게 물었다. 이에 정이운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은 “교육정책을 보고 드리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허 의원은 이에 “의원을 넘어서 도민, 교육가족에게 교육청 사업을 보고하는 것”이라며 “근데 의원들 질의 내용이 올바르다고 판단되면 정책변화를 하겠다고 (집행부는)답변한다. 근데 업무보고 할 때만 그렇고 돌아서면 안한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정 실장을 더욱 몰아갔다. 허 의원은 “의원들이 정책변화를 요구하고 (집행부 담당 공무원들이 하겠다고)답변하는데 이번 이석문 교육감 시즌2에서는 변화된 정책을 현장에서 실천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의회가 예산을 증액해 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까지 보면 집행부에서 세운 예산은 집행하지만, 의회에서 잡은 예산은 집행하지 않는다. 이게 제주교육청 현주소”라고 몰아 세웠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다시 정이운 실장을 구석으로 몰아 붙였다. 허 의원은 “다시 묻겠다. 오늘 업무보고 그리고 이후에 추경 예산안 심의가 있다. 실장, 국장, 과장이 이 자리에 있는데 설사 교육감이 ‘노(No)’ 하더라도 의회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으면 정책적으로 변화하던가, 증액된 예산을 (집행부가)동의하면 집행하겠냐”고 물었다.

정이운 실장이 “여러 가지 검토해서 충분히...”라고 얼버무리자 허 의원은 한숨을 내쉬면서 “교육위원들이 왜 있냐. 교육가족들이 자신을 대변해 달라고 당선돼 올라온 사람들이다. 전쟁터에서 도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 올라왔다”며 “현장 교육이 이렇다고, 교육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여러분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긍정적으로 답변하면 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쏘아 붙였다.

허 의원은 또 “의원들이 잡은 예산을 여러분은 아직도 집행 안하고 있다. 검토할 사항이 아니라, 할 거냐 말거냐를 물어보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답변으로 가면 업무보고 받을 필요가 없다”며 “업무보고든 예산심의든, 여러분이 ‘좋다. 정책을 변화하겠다.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동의하면 간부공무원들이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냐”라고 다시 물었다.

하지만 정이운 실장은 “충분히 검토해서 잘 집행될 수 있도록...”이라고 같은 답변을 내놨다.

허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허 의원은 “충분히 검토해서 하겠다는 것은 작년, 재작년에도 그렇게 답했다. 근데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잘 검토해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하겠다는 답변이 없으면 안된다. 상투적인 답변이야 누구는 못하냐”며 “그래서 오늘 집행부에서 정책변화, 그리고 현장에 필요한 예산을 증액한 것을 집행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업무보고 받을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김희현 의원도 여기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정이운 실장이 검토해서 답변하겠다고 하는데 검토해서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며 “의원들이 잡은 예산은 집행하지 않고 집행부 예산만 집행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모든 게 의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강시백 위원장도 이에 힘을 보탰다. 강 위원장은 “지금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답변하고, 의회에서 동의‧결의된 내용을 집행하겠냐고 물으면 ‘검토 후 집행하겠다’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정이운 실장의)검토하겠다는 답변은 올바르지 않다. 정회를 해서 교육감님 재가를 받고 오라”고 정회를 요청했다. 강 위원장은 정 실장에게 “(의원들이 세운 계획과 예산을)실행하겠냐”라고 물었지만 정 실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결국 강시백 위원장은 10시40분쯤 정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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