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인 김광흡씨

▲연극 연출인 김광흡씨
지난 일요일(5일) 늦은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연극 ‘흥부전’이 펼쳐졌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가 공연에 심취해 있었다. 재밌는 장면에 깔깔거리는 구경꾼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단연 눈에 띈다.

흥부전의 연출자이자 극단 이어도 대표인 김광흡씨(42)다.

공연이 끝난 후 구경꾼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김씨와 배우들은 박수갈채에 고마움을 전하며 마무리 인사로 화답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이들은 박수를 먹고 살아간다.

“관객들이 보내주는 환호가 저희들에겐 힘이죠. 이 바닥 생활이야 알다시피 밥으로 배 채우는 삶이 아니라 박수로 마음을 채우니까요”

김씨의 말에 연극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30년 역사의 극단 이어도를 지난 2005년부터 이끌었다. 제주도에 희귀한(?) 전문극단 중 한 곳이다.

김씨와 연극의 만남은 대학 시절 ‘해오라비’라는 교내 연극동아리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사회·문화·철학 등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은 줄고 취업전쟁에 스팩쌓기 분위기로 바뀐 탓이다.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가 활동했지만 먹고살기 힘들어 직장에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연극에 대한 미련은 못 버리겠더군요. 직장 극단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이길을 택했죠”

힘들지만 보람은 크단다. 장애인복지관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단체들과 읍·면·동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공연을 펼치곤 했다. 눈물 흘리는 관객을 대할 때 가슴이 뭉클해진다.

더 좋은 공연으로 자주 장애인·노인들을 위로하고 싶은데 형편이 여의치 않다. 전문배우들은 떠나는데 후원기업은 없고 제주도·행정시에서 주는 지원금도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갖추기만 치중할 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문화예술 관련 행사도 특정단체를 위하지 도민들을 위하는 행사는 거의 없어요”

힘없는 문화예술인들이 힘겹고 배고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씨는 문화예술 분야가 정치색이 강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기금사용, 지원사업 등은 선거판 공신들과 연줄이 닿는 곳에만 이뤄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제주도 예산안 심의를 관심있게 봤는지 이말도 빼놓지 않았다.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서너개의 행사에는 수천, 수억씩 지원하는 통에 힘없는 문화예술인은 홀대받을 수밖에 없어요”

김씨의 꿈은 그리 대단치 않다. 생계 걱정 없이 행복한 연극인의 삶을 이어가며 작품성 있는 연출활동을 하는 것.

이날 배우로 열연한 그의 아내는 분주하게 무대를 정리하고 있었고, 구경나온 두 아들(6·8살)은 천진난만하게 다른 배우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의 가족을 바라보는 김씨의 미소가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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