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희룡 지사, 전국 라디오 방송 "현직 대통령 첫 참석" 공표
故노무현 대통령 2006년 위령제 참석…"공식사과"로 축소
도민사회 "이해할 수 없다" 냉랭…道, "추념식 구분한 발언" 

제주4.3 70주년을 맞아 평화와 인권이란 4.3 기본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추념식을 하루 앞두고 현직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화해와 상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믿기 어려운(?) 큰 일을 냈다.

사건의 발단은 2일 오전 진행된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

이날 전화인터뷰를 통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현직 대통령이 9년만에 참석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현직 대통령 참석은 역사상 처음이고, 그런 만큼 의미가 크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참석임을 강조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해 "4.3추념식은 아니었지만, 2003년 제주방문 당시에 국가원수로서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진상조사위원회 의견에 따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맞다.

그러나 2006년 4.3위령제 당시 직접 참석해 유족들한테 고개를 숙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미진한 부분에 대한 적극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원희룡 지사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생각없이 사는 것 같다. 지난 2006년 4월3일 노무현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참석했는데도 불구 이 조차 모르는것 같다"고 일침했다.

같은당 김우남 제주지사 예비후보도 "원 지사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4.3위령제 참석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왜곡되게 인식한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점점 커지자, 제주도는 "2014년 제주4.3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종전 위령제에서 추념식으로 치러지고 있다"며 "원 지사의 발언은 위령제와 추념식을 명확하게 구분해 답변한 내용으로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도민사회는 궁색한 변명이라는 의견이다.

당초 사회자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참석하지 않았는데 현직 대통령으로는 9년만에 참석이라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위령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음을 감안하고 보수정권 당시 참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묻는 질문으로, 추념식과 위령제를 구분해서 말했다기에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사상 처음임을 강조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4.3추념식은 아니었지만, 2003년 제주방문 당시에 국가원수로서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고도 언급했다. 만약 구분하려는 의도였다면 위령제 참석 역시 명시했어야 한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더욱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죠"라는 재차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하며, 진행자로 하여금 "참석이 이뤄진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수정해주셨습니다"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원 지사가 과거 3선 국회의원 12년 동안 4.3위령제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음을 감안, 무지에서 나온 답변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모를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이번에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아니냐"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과거 원 지사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폐지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한 사실과 함께 4.3을 선거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올해로 제주4.3 70주년이다. 원 지사가 말했듯 그간 4.3 자체가 억눌린 역사였고 침묵을 강요당해왔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제야 하나둘씩 양지로 나오는 결실을 맺고 있다.

제주4.3 70주년 행사가 한창 진행되면서 추념식을 바로 하루 앞둔 시점에 현직인 원 지사의 발언이 제주사회에 예상치 못했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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