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중앙고서 4·3 유족 명예교사 평화인권교육 실시
"4·3의 교훈을 실천하며 우리 모두의 역사가 되기를 소망"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20일 제주중앙고등학교 대강당에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이 실시돼 4·3 유족 명예교사인 이중흥 행불인유족협의회 회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4·3의 기간 중에 있었던 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20일 제주중앙고등학교 대강당에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이 실시돼 4·3 유족 명예교사인 이중흥 행불인유족협의회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이중흥 명예교사는 1948년 5월 10일 단독 정부 수립 반대운동으로 가족 전체가 산으로 피신해 겨울 산에서 피난생활을 보내고 이듬해인 1949년 4월 말 토벌대의 "산에서 내려오면 살려 주겠다"는 말을 듣고 정뜨르 비행장으로 내려왔다.

이후 산에서 내려온 모든 사람은 주정공장으로 수감됐으며 이 명예교사의 아버지는 며칠 후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가족들만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그 후 아버지의 소식은 내내 없었고 1999년 수형인 명부가 발견되면서 아버지가 마포형무소에 수감 됐다가 한국전쟁이 나면서 행방불명됐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시간이 흐른뒤 1968년 그는 모 공기관에 취업을 했지만 어느날 "아버지가 어디 갔느냐"는 질문에 "알지 못합니다"하고 대답하니 3일 후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게됐다. 그날 4·3의 연좌제를 실감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20일 제주중앙고등학교 대강당에서 평화인권교육이 실시돼 중앙고 1학년 학생들이 4·3 유족 이중흥 명예교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1999년 수형인 명부가 발견 되면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4·3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됐다. 2000년 행불인유족회를 창립하고 유족들과 함께 전국 형무소 터를 방문하고 제를 지냈다.

현재 그는 행불인유족협의회 회장을 맡으며 여전히 수형인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명예교사는 이날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4·3은 우리 모두의 역사다. 여러분이 4·3을 통해 평화와 인권, 정의를 배우고 학교 생활에서 사회생활에서 4·3의 교훈을 실천하며 우리 모두의 역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평화인권교육에 참가한 중앙고등학교 1학년 송민관 군은 "4·3이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이중흥 선생님의 경험담을 듣고나니 그렇게 옛날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선생님의 경험담에서 민족의 아픔이 느껴져 많이 슬펐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한 정승훈 군은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통해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런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고 꼭 기억해야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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