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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종씨앗·먹거리 누가 지키겠나”토종 씨앗·먹거리 지키는 든든한 제주 여성농민들 ‘화제’
안전한 먹거리 생산 우리 삶과 건강 바꾸는 중요한 문제
추미숙 언니네텃밭 제주우영 대표, “자식 위한 일" 신념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추미숙 언니네텃밭 제주 우영 서귀포시 공동체 대표가 지난 14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우영공동체 작업장에서 만든 두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씨앗 하나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여성농민들이 엄마 마음으로 제주 토종 먹거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위치한 언니네텃밭 제주 우영 서귀포시 공동체(대표 추미숙)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우영(제주어로 텃밭)은 현재 여성농민 9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민은 죽을 때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

“먹거리 중요하다. 근데 그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뭐겠나. 바로 씨앗이다. 아마도 ‘농민은 죽을 때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은 그런 농민들 마음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싶다. 씨앗이 없으면 농사도 짓지 못하고, 먹거리는 구경조차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이곳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씨앗)’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토종종자 채종포(종자를 채집하는 곳)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미숙 대표는 “(운영하는게)힘들다. 그렇다고 요즘 말마따나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토종씨앗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나. 그래도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씨앗을 보고 반갑게 맞아 주면 그걸로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게 보람과 의미 아니겠나”라고 웃음 지었다.

언니네텃밭 제주 우영 서귀포시 공동체 회원들이 소비자들에게 쓴 편지.

#토종씨앗 지키기는 토종 먹거리의 시작점

토종씨앗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한 여성농민들은 궁극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내기 위한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과 노동의 주체인 여성농민’들은 소비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제철 지역 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다.

추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마음을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간극을 좁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농업이 과거 다품종 소량 생산에서 대규모, 단작화(단일 품목으로 농사를 짓는 현상),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바뀌면서 이런 간극은 더욱 빠르게 더 벌어졌다”며 “그래서 우리가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 생산과정과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소비자들이 농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성농민들은 격주로 보내는 ‘꾸러미’ 상자에 담긴 물품과 조리방법 등과 함께 편지를 쓴다. 이 편지에는 여성농민들 근황은 물론 각 품목별 생산자 이름도 적혀 있다.

여성농민들은 최근 내린 폭설 이야기도 편지에 담았다.

여성농민들은 지난 7일 소비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는 따뜻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겨울은 폭설로 인해 문밖출입이 매우 힘드네요. 춥기도 하구요. 사람 추운 것은 집으로 들어오면 되지만 텃밭에 채소들이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소비자 회원님들도 겨울에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추미숙 언니네텃밭 제주 우영 서귀포시 공동체 대표가 지난 14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우영공동체 작업장 앞에 있는 텃밭에서 제주 토종 시금치를 보고 있다.

# 건강한 토종먹거리 위해 ‘제철 농산물’ 지향

제주우영 서귀포시 공동체(우영)는 지난 2013년부터 활동해오고 있다. 여성농민 조합원 8명이 한푼 두푼 출자를 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제주시 조천읍, 대정읍, 표선면, 한림읍 등에서 활동 중인 조합원들은 각자가 텃밭에서 토종씨앗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우영으로 모아 이를 꾸러미 상자에 담아 한 달에 2번(격주) 수요일에 소비자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시는 직접 배달하고 육지는 택배로 보내고 있다.

추미숙 대표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널리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히 무제초제 무농약으로 텃밭에서 자식을 기르는 마음으로 생산해 꾸러미 상자에 담아 보내는데, 사람들이 관행농법과 똑같이 생각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현재 우영 꾸러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독새기콩을 이용해 만든 두부다. 이같이 만들어진 두부는 ‘꾸러미’ 뿐만아니라 인근 영어교육도시 거주자 등은 최근엔 선물용으로도 찾는다.

지난 가을에는 메밀을 이용한 가루, 메밀 쌀, 토종씨앗 채소도 같이 꾸러미에 넣어 보냈다. GM(유전자조작) 유채가 한동안 떠들썩했지만 우영은 토종유채를 수확해 보내고 있다.

여름에는 제주도 흑보리쌀도 보냈다. 흑보리와 토종검정서리태, 현미를 넣어서 미숫가루도 만들어서 보냈다. 이 미숫가루는 꾸러미에 담아 보내기도 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도 팔았다. 아침 식사대용으로 먹고 젊은 여성분들에게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좋았다. 봄에는 각종 채소와 함께 4월, 5월에 수확한 풋 완두콩을 삶아 먹을 수 있도록 꾸러미에 담아 보냈다.

추 대표는 “엄마가 자식들에게 보내는 마음처럼 농사를 짓고 꾸러미를 구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보기에는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건강에는 해롭지 않고 좋은 것을 포장하고 작업해서 보내고 있다. 제주시내 지역은 조합원들이 직접 배달도 하고 있다. 계산해 보니 기름값도 안나오더라”고 웃음지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추미숙 언니네텃밭 제주 우영 서귀포시 공동체 대표가 지난 14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우영공동체 작업장에서 제주산 토종콩으로 쑨 메주를 들어보이고 있다.

#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포기하면, 토종먹거리 누가 지키나”

물론 이런 과정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시작 4~5년 동안은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느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꾸러미를 보내는 일로는 솔직히 생계는 안됐다. 그렇다고 누군가 이 활동을 알아주길 바란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농사 방법과 비교해 단순 계산하면 마이너스 수준이다. 그래서 포기 할까도 고민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지켜내지 않으면 종자가 사라지고 안전한 먹거리마저 관행 농산물에 밀려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10년 넘게 하다보니 우리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더라.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 건강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을 많이 찾는다. 종자, 재배방법, 종자수확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이제는 사람들이 씨앗에도 관심을 갖는다. 봄이나 가을이 되면 농사짓고 갈무리 할 때 힘들지만 동네 할머니들도 본인들이 원하는 씨앗을 물어보며 달라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는 제주 토종종자가 점점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종자는 여성농민들, 농민만이 지키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지방자치단체, 정부 차원에서도 반드시 종자를 지켜내야 한다”며 “관행농법을 따라가고 있지만 종자회사에서 종자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농사는 어떻게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그는 우영(텃밭)에 독새기 콩, 흑보리, 토종 시금치 등 토종씨앗, 토종 먹거리를 고집한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종자공급이 안된다고 하면 종자대란이 올 것이지만 난 솔직히 종자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종자대란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지금을 살아가는 생활인들 입맛을 토종, 건강한 먹거리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강조한 그는 “그래도 몇 년 이러한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진다”며 “우리 아이들도 처음에는 자극적인 음식만 찾다가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고 웃음지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추미숙 언니네텃밭 제주 우영 서귀포시 공동체 대표가 지난 14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우영공동체 작업장에서 제주 토종콩으로 만들어진 두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토종을 지키는 것, 세상을 바꾸는 일”

그는 직접 키운 토종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 간장을 만든다.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아직 메주를 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메주를 쑤고, 된장을 만든다.

그는 “농사를 짓는다는 것, 전통 음식과 밥을 짓는다는 것은 절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며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조상들 지혜와 삶의 방식이 후세대들에게 내려오는 만큼 나도 아직 친정어머니에게 배우고, 또 내가 배운 토종먹거리를 지키는 방법과 지혜 등을 우리 아들과 딸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씨앗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그는 “토종씨앗이 바닥에 하나라도 떨어져 있으면 무조건 줍는다. 씨앗 하나가 생명이라는 마음으로, 이 씨앗 하나가 우리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훌륭한 존재라는 마음으로 대한다”며 “토종을 사랑하고, 지켜야 하는 마음이 아니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영에서는 유채, 보리콩(제주토종완두), 푸른 독새기콩, 토종 서리태, 흑보리, 방풍, 머위, 취나물, 대파, 구억배추, 단지무(제주 토종무), 쌍노물, 붉은 갓, 아욱, 담배잎 상추 등 제주 토종 채소와 잡곡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추미숙 대표는 현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식량주권위원장도 맡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추미숙 대표가 제주산 토종콩인 서리태와 푸른 독새기콩으로 만든 두부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 소비자가 받은 꾸러미 물품. 이 꾸러미 물품에는 한라산 곶자왈에서 자란 자연산 오갈피, 유정란, 두부, 자연산 달래, 양배추, 쑥떡, 아욱, 콩나물 등이 들어 있었다.

최병근 기자  whiteworld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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