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두차례 폭설·한파에 성산지역 "월동무 몽땅 피해"
전체 생산량 중 30%만 출하, 수확 현장 "한숨소리만"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무를 뽑아내고 있다. 밭 주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밭을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얼어서 어떻게 하나, 무가 푸석푸석 해서 올해 무농사는 끝장났다”

올들어 1월 두 차례 내린 폭설과 한파로 제주산 월동무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성산읍 지역 농민들은 “여름에는 물폭탄, 겨울에는 한파 폭탄으로 무 농사가 몽땅 망했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수확 현장에는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무를 뽑아 내던 한 인부는 “(무를 들어 보이며) 이거 어떵(어떻게)해야 할거?”라고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작업반장에게 물었다.

작업반장 A씨는 “어떵할 말이꽈, 뽑아사쥬(어떻게 하긴요, 뽑아아죠)”라고 되받았다.

작업반장 A씨는 뽑아낸 무를 잘라 보이며 “이거 안되겠네, 무가 다 얼어서 스펀지처럼 변했어”라고 말하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밭 주인 고모씨(50)는 허리춤에 손을 얹은 뒤 작업현장을 지켜보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고씨는 “에잇, 올해 무 농사는 쫄딱 망했네”라며 무 밭을 등지고야 말았다.

인근 또 다른 밭에서 작업중인 인부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밭에도 뽑아낸 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만 상자에 담지는 않았다. 상품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밭 주인 고씨는 “성산읍 산지와 해안지역 모두 얼어 수도관이 터져버렸는데 무라고 버틸 수 있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씨는 이어 “날씨가 추우니 밭에 있는 월동무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를 수확하니까 깨져버리기 일쑤”라며 “한마디로 무가 ‘작살났다’”고 토로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 무를 뽑아내고 있다.

이날 수확하는 무에는 ‘허리띠’가 둘러져 있었다. 얼어있는 자국이었다. 띠가 둘러진 무를 쪼개보니 속까지 얼어붙어 있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무 윗부분은 스펀지 처럼 푸석푸석했다.

이번 제주도 전역에 내린 한파로 아직 수확하지 않은 성산읍 지역 월동무는 전부 얼었다는 게 생산 농민들의 주장이다. 이같이 월동무 피해가 심각하지만 서울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매가격은 18kg 한 포대에 3000~4000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민들은 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확하고 있다. 최소 8000원 이상은 나와야 물류비, 생산비를 건질수 있다는 게 농민들 설명이다.

특히 농민들은 행정당국이 대책을 내놓지 않아 산지 폐기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무를 수확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고씨는 “행정당국이 나서서 기준점이 될 만한 대책을 제시해야 현장에 있는 농민들은 그에 발맞춰 수확을 중단하거나 향후 계획을 세울텐데 하루가 다르게 상해만 가는 무를 보고 수확을 하자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피해조사도 좋지만 재빠른 대책을 제시해야 현장 농민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농민들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을 막기 위해 이미 한차례 자율 산지폐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파에 무가 견뎌내지 못하면서 한차례 더 산지폐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한파가 야속할 뿐”이라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강동만 성산읍 월동무 생산자 산지유통협의회 회장은 “성산읍 지역 월동무 전체가 언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며 “얼어붙은 무가 날씨가 풀리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이번과 같이 지독한 한파가 오래 지속되면 무에 영양공급이 어려워져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또 “언 피해가 일어나면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무 겉에는 문제가 없어도 바람이 들어 스펀지처럼 변한다거나, 무가 썩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산일출봉농협 유통사업소 측에 따르면 올해 성산읍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무는 2000ha수준이다. 현재까지 전체 재배면적 가운데 30%수준(산지폐기 포함하면 35%)이 출하된 상태다.

한편 제주도는 2월2일까지 피해조사를 접수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피해접수 기간은 다소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규모가 종합된 다음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당장 가능한 대책은 대파비 지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무를 뽑아내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무를 뽑아내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무를 뽑아내고 있다. 밭 주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밭을 지켜보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밭 주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 밭을 지켜보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무를 뽑아내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뽑아낸 무를 그냥 둔 채 밭을 나오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뽑아낸 무가 밭에 방치된 채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뽑아낸 무를 그냥 둔 채 밭을 나오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뽑아낸 무가 밭에 방치된 채 있다. 수확한 무를 자르자 푸석푸석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뽑아낸 무가 밭에 방치된 채 있다. 수확한 무를 자르자 바람이 들어 푸석푸석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농민들이 뽑아낸 무가 밭에 방치된 채 있다. 수확한 무를 자르자 푸석푸석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수확한 무를 인근 영농조합법인으로 옮겨 세척한 뒤 잘라보자 푸석한 상태로 변해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31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한 월동무 밭에서 수확한 무를 인근 영농조합법인으로 옮겨 세척한 뒤 잘라보자 푸석한 상태로 변해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월동무 밭에 덮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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