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 자체 규정 정하거나 빈병 보관소 협소 이유 등으로 거부
상인들 "구매는 대형마트서 하고 보증금 반환은 동네 소매점?"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시내 한 가정집 앞마당에 반환되지 못한 빈병들이 놓여 있다.

제주지역에서 지난해부터 빈병 보증금 가격이 두배 이상 올라 이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일부 소매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빈병 반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곳곳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7년 1월1일부터 빈병 보증금을 인상했다. 종전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 40원, 맥주병은 50원이었으나 인상 후 소주병은 60원 인상된 100원, 맥주병은 80원 인상된 130원이 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은 소매점주는 1일 기준 빈병 30병 초과 요구분에 대해 환급을 거부할 수 있다. 단, 초과분 구매 영수증을 제시하면 의무적으로 환급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매점과 대형마트 등에선 빈병을 받는 시간을 자체적으로 정해 놓거나 "빈병을 넣을 수 있는 플라스틱 상자가 가득 차서 더이상 받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 내 물류 창고 앞에 빈병이 담긴 플라스틱 박스가 쌓여있다.

빈병을 팔기 위해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에 빈병을 반환하러 갔던 박모씨는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만 병을 받고 있으니 내일 다시 와야한다"는 업체측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박씨는 "구입가에 보증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환급 받기위해선 가게 주인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게 어처구니 없다"며 "1인당 30병까지는 무조건 받게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빈병을 팔러 갈 때마다 반환 거부를 당했다는 김모씨는 "동네 소매점에 가면 병을 쌓아둘 곳이 없다고 거절하고 편의점에 가면 빈병을 담을 플라스틱 상자가 없어서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한다"며 "집에 병은 쌓이고 있는데 쌓이고 있는 병은 도대체 누가 회수해 가야 하는 것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빈병을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동네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 상인들은 "구매는 대형마트에서 하고 반납은 가까운 동네 구멍가게에 하니 우리도 힘들다"며 "그렇다고 반환 거부를 하자니 괜히 동네 사람들 구설수에 오를까 봐 싫은 소리도 잘 못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시내에서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가게가 작아서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주류업체에서 빈병을 회수해 가는 양이 많아 영업에 지장을 받을 때도 있다"며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처럼 빈병 반납 요일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 내 회수된 빈병을 쌓아두는 창고.

제주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1인당 30병까지는 영수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가게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 반환이 가능하지만 빈병 반환을 거부한다는 업체에 대한 민원이 많다"며 "지속적으로 점검을 나서기도 하지만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을 찾아 계도를 실시하고 2~3회 정도 경고 후 면적에 따라 최고 1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상인들의 고충이나 불만도 상당한 편"이라며 "가게내에 빈병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나 보유하고 있는 플라스틱 상자의 개수 등 구체적인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30병까지 받아야 한다는 법을 만들어 놓으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환경부에 빈병을 넣을 수 있는 플라스틱 상자 보급량을 늘릴 것과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무인 회수기를 설치해달라는 등 요청을 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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