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희 제주스마트복지관 총괄팀장

송장희 제주스마트복지관 총괄팀장.

'사회복지사 커플이 결혼을 하면 수급자를 면치 못한다.'

사회복지사들끼리 모이면 심심찮게 하는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이야기다. 그만큼 사회복지사들이 월급을 짜게 받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우스갯소리다. 그런데 최근 이 말이 백제시대 서동요처럼 말이 씨가 되었을까? 몇 년 전부터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에 관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대두되고 있다. 올해도 사회복지사를 대표하는 단체장의 신년사에 어김없이 처우개선을 약속하는 내용이 실렸다. 현실은 끝을 알 수 없는 안개 속 상황이지만 매년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올해가 황금개띠해라고 하니까 예년보다는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것 같은 기대를 안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움직임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12월 30일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듬해 11월부터 곧바로 시행됨에 따라 처우개선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국가의 사회복지예산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서 2018년에는 전체 예산의 1/3을 넘겨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됐다. 사회복지예산이 커진 만큼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도 정비례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일명 ‘사회복지사법’이라고 일컫는 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복지사법 제3조의 내용은 이렇다.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함과 아울러 그 지위 향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하략)」 지난 5년 동안 정부와 사회복지분야 각계각층에서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법에 명문화된 것처럼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등 사회복지분야 종사자들의 보수에 대한 개선 노력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까지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방향이 너무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처우(處遇)'라는 말은 급여나 보수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용주 입장에서 '직원에 대한 대우(treatment)' 정도로 애써 제한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본다. 노동자 입장에서 처우란 근로조건(labor conditions)을 의미한다. 근로조건이라고 함은 보수제도를 포함한 노동시간, 업무환경, 교육과 후생관련 제도 및 시설을 총칭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당장의 효과를 나타내는 정책을 선호할 것이다. 처우개선을 부르짖는 사회복지사들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헌데 급여만 높게 준다고 해서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아주 큰 판단착오다. 질 높은 삶이란 사회적 지위나 관계, 여가와 문화생활이 공존하는 삶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사의 처우도 보수체계 뿐만 아니라 근로환경도 함께 개선되어야 제대로 된 처우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정부에서 조차 시작하지 못했던 사회복지사의 근로환경 개선노력이 현재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스마트복지관의 시작이다. 스마트복지관은 지금까지 사회복지관의 전형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청사건물 없이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새로운 플랫폼(platform)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의 변화는 업무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에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스마트복지관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어서 대한민국 사회복지사들의 업무환경을 변화시키는데 큰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주어진 사실은 아직 진실이 아니다’라는 한 언론인의 말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주어진 사실을 너무나 쉽게 믿고 쉽게 판단하며 살아간다. 주어진 사실 너머에는 진실이 있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노력이 보수수준의 개선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사회복지사 처우(social worker conditions)의 진실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본다. 사회복지사도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송장희 제주스마트복지관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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