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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낭만은 이젠 사치…취직이 최고"안정적인 직장 '공무원' 꿈꾸며, 전공도 도움되는 것만 선택
고교 졸업 전에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들, 학교 내신은 '뒷전'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겨울방학 중인데도 아침 일찍부터 학교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불안한 사회의 도피처로 인식하는 비중이 늘면서 제주도내 젊은 청년들의 공무원 준비 열풍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으로 진로를 결정하거나 심지어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이 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위한 내신 대신 공무원 준비에 뛰어든 학생들도 적지않아 최근 우리사회의 취업난이 어느 정도 심각한 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재학중인 대학의 졸업학점은 다 채웠지만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박 모씨(26)는 지난 7월 여름방학부터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전공과 관련이 없는 진로 선택에 대해 박군은 "대학에 입학할 때는 성적에 맞춰 과를 선택하다 보니 딱히 전공과 관련된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군대에 다녀오면서 미래가 걱정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해오다 공무원 시험을 치르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박군은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두 분 다 공무원이라 항상 안정적이고 편한 직장은 공무원뿐이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셨다"며 "어렸을 때는 안정적이고 편한 직장보다는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주에서 계속 살기엔 공무원이 가장 안정적이고 최고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공무원을 꿈꾸며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는 전공 또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대학교 도서관을 찾아 방학중인데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7급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군(24)은 대학을 진학하면서 전공을 행정학과로 선택했다.

김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공무원을 목표로 세웠다"며 "대학 캠퍼스 생활도 누려보고 싶은데 일찍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행정학과가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군이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을 미래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다. 김군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며 "취업을 한 후에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주위에 사기업에 취업한 친구들만 봐도 회사 생활이 힘들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군은 "공무원이 된다고 해서 꼭 모든 게 행복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삶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이 되길 희망하는 어린 학생들의 비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내년 2월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김모군(19)은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면서 꿈을 '공무원'으로 정했다"며 "학교 내신 성적도 어중간하고 대학을 가기 위한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굳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며 허송세월을 보낼 바에는 그 시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도내 고등학교에 재직중인 한 교사는 "매년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과 개인 면담을 진행해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희망 직업란에 '공무원'을 적어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또 "아이들에게 공무원이 왜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부모님의 권유로', '하고싶은 게 딱히 없는데 안정적인 직업이라서'라고 대답해 씁쓸해 질 때도 많다"며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교 내신 성적은 거의 관심 밖인데다 진로가 뚜렷해 학교 공부를 강요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자주 있다"고 털어놨다.

송민경 기자  aslrud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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