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 조리사,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에 비아냥”
한국노총, “민주노총 때문에 폭탄 맞은 격, 법적대응 할 것”
민주노총, “조리공간서 조합원 2명만 골라 직장내 괴롭힘”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의료원 내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 분회 측을 고소할 예정인 가운데 제주의료원 내부 게시판에 민주노총이 붙인 대자보가 구내식당 입구에 눈에 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제주의료원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민주노총 제주의료원 분회장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고소할 예정인 가운데 언어 폭력 피해여성 조리사인 김모씨가 <제주도민일보>에 구체적인 상황과 정황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 측은 “마녀사냥식 공격”,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의료원 조리사로 13년째 근무중인 김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그동안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억울해서 잠을 못잔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약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씨는 “사건 발생 당시 시간이 없어서 일 순서를 바꿔서 했다. 근데 영양사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근무분장표를 내 앞에서 찢으며 ‘누구 맘대로 이러냐’고 소리를 치더라”며 “그래서 나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근데 그 영양사가 ‘일이 힘드세요? 그럼 그만 두시면 될 것 아니에요?’라고 그러더라. 내가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며 일을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조리장이 업무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새롭게 입사한 조리원들이 익숙치 않아 일을 보다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현장 상황에 맞게 일의 순서나 업무를 바꿨다”며 “그러면서 업무를 조정해 처리 했는데 이 과정이 조리장에게 이야기가 안됐다. 조리장은 이 내용을 영양사에게 보고했고 영양사는 조리공간에 들어와서 업무분장표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 SNS 대화방에서 비아냥과 조롱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3자가 SNS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내용을 보면 일상적인 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5년을 같이 일해왔던 사람들은 이 문장과 단어, 흐름, 분위기를 보면 어떤 의도로 하는 말인지 알기 마련”이라며 “민주노총 제주의료원 분회가 의료원 내부에 대자보를 붙이니까 해당 영양사가 민주노총 조합원인 우리 둘만 콕 찍어서 ’김OO, 강OO조리사님 숙지를 잘하세요’라고 대화방에 남겼다. 이 문장은 ‘너네 각오 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폭언을 가한 영양사 말고 또 다른 영양사 A씨가 ‘자기도 사람인지라 강OO조리사님, 김OO조리사님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으시면 조리장이나 제 삼자를 통해서 전달하세요’라고 말했다”며 “A 영양사가 또 식당에서 아는척 하지 말라고 했다. 강OO조리사가 A영양사에게 미소를 지었는데 ‘차마 웃음을 받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우리 보고 사표 내라는 소리 아니냐.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의료원 구내식당 조리사와 조리원들이 성탄절인 25일 오전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는 강OO조리사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석부위원장 영양사의 탄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OO조리사는 지난 1일 사건의 직접적인 관계자가 아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얽혀서 탄압을 당하고 있다”며 “왜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만 찍어서 노노갈등을 일으키는 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 영양사 행동이 잘못됐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대자보를 써서 공개했다. 공공병원에서 일어날 수 없는 행위를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그 영양사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타켓을 정하고 있다.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노노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자기네가 명예훼손이라고 하는데 그럼 이 같은 병원내 괴롭힘 행위를 계속 비밀로 붙여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리사 강모씨는 “조리공간 근무 분위기가 악화되자 해당 영양사에게 ‘다음달부터 조리부에서 빼달라. 자신이 없어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영양사는 ‘이번 일은 업무 지시에서 발생한 문제다. 영양사가 (조리부에서 영양사를)넣고 빼고 결정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원무과장과 상의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며 “상황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원무과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 결국 그렇게 유도하는 쪽이 한국노총이다. 우리는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병원에서 있을 수 없는 폭언과 폭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 근절시키기 위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일 뿐이다. 한국노총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어느 누가 문제를 일으켰던 간에 우리는 노동조합 답게 문제를 제기 했을 것이다. 근데 가해자가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전혀 노노갈등으로 몰고갈 이유가 없다. 상식적으로 이번에 더 참지 못하겠다고 판단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제주의료원 대표노조를 뺏겨서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다워야 한다.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은 인간 다움, 인권이다. 노동자들 인권때문에 노조를 만든 것이다. 소수 노동조합이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건 노동조합답게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누구나 해야 하는 문제다. 그럼 소수 노조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교섭대표노조라고 (언어적)폭행과 폭언이 용인되는 것인가. 노동조합 답게 인권을 지켜야 한다. 인권 침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주체가 바로 노동조합이다.

충격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 언젠가 사과 하겠지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 사건이 일어난 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방에서 나오기도 싫더라. 심지어 잠도 못자고 있다. 바보 같이 방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대단한 직장을 다니긴 하는구나. 어린 사람에게 이런 소리 들어 가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싶다. 수석부위원장이라는 영양사가 나를 부를때 웃으면서 이름을 빼고 “민주노총 조합원님”이라고 부른다. 듣는 순간 나를 비아냥하고 조롱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왜 그 영양사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건가.

- 보통 조리사님이라고 부른다. 근데 민주노총 측에서 대자보 붙이고 나니까, 영양사가 주방에 들어오면서 “민주노총 조리사님”이라고 부르더라.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규정하고, 한국노총 조합원과 차별하는 발언은 있어서는 안된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의료원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을 고소할 예정인 가운데 내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제주의료원 입구에 내걸린 2017년 가족친화 인증기관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현수막.

#한국노총, 영양사-조리사 갈등 아냐, 한국-민주노총 갈등. 법적대응 할 것

한편 한국노총 측은 민주노총측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노총측은 변호사를 통해 법적 자문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고소장 제출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노총측은 이번 사건을 영양사와 조리사가 아닌 ‘노노갈등’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즉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갈등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또한 한국노총 측은 이번 사건을 ‘마녀사냥’, ‘사실무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윤남 한국노총 공공연맹 제주의료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잠자다 폭탄 맞은 격이다. 폭탄을 터뜨린 사람이 와서 사과를 하면 모를까 화해 가능성은 현재까지 없다”며 “민주노총이 이 상황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남 위원장은 논란이 일고 있는 조리장 직책 문제를 두고 “규정에는 없다. 조리공간에서 업무를 보다 효율적이고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며 “절대 갑질 횡포를 부리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구분해서 호칭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왕따시키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횡포를 저질러도 공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광식 제주의료원 원장은 “1차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주무과장이 당사자들 면담을 시도했다. 면담 내용에 따라 향후 계획이 결정될 것”이라며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미안한 일이다. 최선을 다해서 공정하게 일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전 직원을 아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의료원 내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 분회 측을 고소할 예정인 가운데 제주의료원 내부 게시판에 민주노총의 붙인 대자보가 구내식당 입구에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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