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은 ‘악화일로’, 한국 경제성장 모습과 닮은꼴
낮은 임금에 너도나도 ‘창업전선’ 참전 결과는 ‘참담’
청년들은 일자리 찾아 ‘뭍으로’, 제주 ‘고령사회진입’

제주가 쓰레기 섬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관광객들이 와서 남기고 간 것이 뭐냐고 물으면 제주도민 십중팔구는 '쓰레기'라고 답할 정도다.

문제는 노동자들 임금과 삶의질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법은 제주도민(노동자)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적절한 임금과 삶의질을 보장하는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이다.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다시피 겉으로 보기엔 제주가 화려한 고속 성장을 쫓아가고 있지만 정작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성장을 위해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던 1970~1980년대 한국 산업화 시대 경제성장 모습과 닮은꼴이다.

# 제주도, 살기 좋다고? 사람 살기에 ‘퍽퍽’

우선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이다. 도민들 누구나 공감하듯 삶의질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인구와 관광객 급증과 각종 부동산 광풍에 따라 제주가 말마따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이를 따라가는 사회 경제적 시스템과 인식은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과 제주도가 발표한 2017제주 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제주도내 1일 폐기물 발생량은 2005년 1830톤에서 2015년 4130톤으로 두배나 급격히 증가했다. 관광개발사업과 인구 유입 등으로 인한 주택개발 사업에 따른 건설폐기물도 905톤에서 2610톤으로 두배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644톤에서 1162톤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동차 수는 말도 못할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해 도내 자동차등록대수는 46만7243대로 2006년 24만5218대 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교통여건은 크게 나빠졌다.

세대당 자동차 등록대수도 10년 전 1.1대꼴에서 지난해에는 1.8대꼴로 증가했다. 반면 주차장은 차량 증가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서 ‘주차전쟁’이 반복되고 있다. 도내 주차면수는 2005년 2만8223면에서 2015년 3만4881면으로 23.6% 증가에 그쳤다. 차량 수가 늘면서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2006년 3276건에서 지난해 4434건으로 35.3% 증가했다.

도민 양모씨는 “예전에는 차가 밀려서 약속시간에 늦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차가 밀려서 늦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가 많아졌고 교통체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뿐만 아니라 주차하는 것도 말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고, 주차 때문에 얼굴을 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일어난 범죄 발생건수는 10년 전보다 42.5%(1만447건) 증가한 3만5003건이었다. 범죄 검거율은 2006년 85.8%에서 지난해 78.8%로 7.0%포인트 떨어졌다. 강력범죄 발생은 226건에서 490건으로 116.8% 늘어났고, 검거율은 89.4%에서 98.0%로 올랐다.

문제는 도민들 삶의 질은 이 같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지만 정작 도내 임금 노동자들이 느끼는 주.객관적 체감 경기와 사회모습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데 있다.

제주도가 발표한 사회조사지표로만 봐도 2명중 1명이 200만원도 채 안되는 월급을 받고 삶을 꾸려가고 있고, 물가와 집값 상승률은 전국 어느 도시도 못 쫓아올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도민들은 “이것이 제주의 현실이다”, “집세는 비싸고 임금은 적다”, “사실이다. 어디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지는 모르겠다”, “공감한다. 임금 아주 최악인데 집세 및 물가 제일 비싸다”, "어찌하면 최대한 적게 주면서 최대한 많이 부려먹어볼까. 시간만 되면 아주 자리 펴놓고 연구하는 것 같다. 죄다 망해서 깡통차야 한다”, “생활주부는 더욱더, 임금은 낮고 공산품은 물건너 왔다고 더 비싸게 판매한다”, “정말, 진심, 적극, 동감. 지금 내가 육지에서 했던 일을 다시 한다고 했을때, 연봉은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 월급이 100만원 이상 차이난다는 이야기”라고 <제주도민일보>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토로하고 있다.

특히 한 도민은 제주도민일보 홈페이지 관련 기사 댓글에 “37살 신랑, 월급 280 받아요. 애는 둘이구요. 아끼고 아껴도 남는 돈이 많지 않다”며 “집이 없어 연세로 살다가 다행히 이번에 공공임대 들아가게 됐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지금이랑 비슷하게 남는 돈은 그닥 없다”고 적었다.

이어 “아직 애들이 어려서 들어가는 돈이 크게는 없지만, 앞으로 들어갈 교육비 생각하면 대학은 보낼 수 있겠나 싶다”며 “문제는 저임금이다. 제주 집값, 물가 서울 못지 않다. 그런데도 제주 사장님들은 어떻게든 적게 줄 궁리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민일보 DB] 제주도는 창업과 폐업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지역중 한 곳이다.

# “돈벌어보자” 창업전선에 '너도나도' 결과는 줄도산

이 같이 도내 노동자들 임금이 열악하다 보니 ‘창업’에 뛰어들어 ‘사장’을 자처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낮은 소득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로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튼튼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위해선 도내 내수시장이 활발해야 하는데 내수경제가 어렵다 보니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도는 형국이다.

이 같은 모습은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제주지역에서 경제활동을 시작한 기업은 1만6050곳으로, 전년 1만1994곳보다 4000곳 이상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2년새 신생업체 절반이 폐업하는 등 부침 현상에 따른 악순환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민 절반이 200만원도 채 안되는 월급으로 생활이 안되다 보니 빚을 내거나 땅을 팔아서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 및 인구 증가세와 비례해 제주지역 기업들의 양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2년새 신생업체 절반이 폐업하는 등 악순환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에서 새롭게 생겨난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 광풍을 반영하듯 단연코 부동산과 임대업(4945곳), 숙박 및 음식점(4258곳), 도소매(2886곳)이 생겼다.

제주도민들은 호기롭게 돈을 벌기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수치로 보면 경영난 등으로 2015년에 폐업한 기업은 8216곳으로 조사됐다. 전년 8947곳 보다 700곳 이상 감소했지만 지난해 새롭게 생겨난 기업 절반에 이르는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제주지역에서 없어진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숙박·음식점(2740곳), 도소매(2104곳), 부동산·임대(1247곳)가 1~3위권을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신규 및 폐업 등의 악순환 구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3년 새롭게 생겨난 기업이 2015년까지 활동을 유지하는 2년기준 생존율은 49.4%인 절반수준에 그쳤고 5년 이상 버티는 업체 생존율은 27%로 하락했다.

저임금 노동시장을 등지고 청년들이 뭍으로 향하고 있다. 보다 나은 일자리, 보다 높은 임금을 찾아 도내 유능한 인재들이 제주를 등지고 있다.

# “이 월급으로 못살아” 제주뜨는 청년들

제주도내 모든 분야가 세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니 유능하고 젊은 청년 인재들이 뭍으로 향하고 제주도가 점점 늙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제주도는 올해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14%를 차지하고 있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젊다고 평가받던 제주도가 이미 늙어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면 고령화 사회, 14%를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제주도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나이든 사람들만 제주에 남아 쓸쓸히 제주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도민은 “제주가 상생과 공존의 길이 아닌 ‘공멸’의 길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제주도민이 갖고 있는 유전자와 천성이 이런 모습은 아닐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런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사회 전체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역량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극복하지 않고 이에 만족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제주사회를 변화, 발전할 수 있는 힘은 분명 내부에서 나온다. 내부변화를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이 지역에 머물러야 가능하다. 이를 위한 해법을 지역사회가 함께 모색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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