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절반이 200만원도 안되는 저임금 노동에 압박
물가·집값 상승률 서울보다 높아, 임금은 ‘뒷걸음질’
노동 가치 ‘저평가’, 저임금 당연시 우려…대책 시급

[제주도민일보 DB]

사회 지표에 나타난 제주사회는 어떨까?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삶을 꾸려가야 하는 도민들이 절반에 달하는 현실을 보면 청년들이 제주를 등지고 뭍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2017제주 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도내 임금노동자 50%가 월평균 근로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노동자들 가운데 58%가 100~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34.2%의 청년들이 200~3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30대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30대 가운데 100~20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38%, 200~300만원 미만은 46.1%를 기록하고 있다. 80%이상의 30대 청년 노동자들이 300만원도 채 되지 않은 월급을 받고 노동시장에 내몰리고 있다는 소리다.

이 같이 제주도내 급여 수준이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정지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우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비용을 살펴봐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사회지표에 따르면 일단 2016년 서울지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104.6을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102.8, 100.2를 보였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난해 110.3을 보였다. 그 만큼 높은 값에 주택거래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임금수준은 턱없이 낮은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물가지수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등 내로라하는 경제도시를 제치고 101.29%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상승률 또한 1.29%로 역대급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평균 물가지수는 100.97, 상승률은 0.9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지표는 현실 경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역은 높은 집 값(월세, 연세)과 물가, 세금이나 의료보험 같은 사회 보장 분담금으로 지출되는 ‘비소비지출’ 등이 수도권 못지 않게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공적연금, 사회보장납부금 등 비소비지출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제주지역 노동생산성이 전국평균과 비교해 2022년까지 1760만원까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이 터무니 없이 낮은 급여와 질낮은 일자리는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도내 대학생들은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저출산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고, 2명중 1명은 2명의 자녀를 가장 바람직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도민일보 DB] 한 결혼식장 모습.

지난 11월 인구보건협회 제주지회는 도내 여성(기혼, 미혼포함)들을 상대로 의미있는 설문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중 6명(58.8%)은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 이유와 관련해선, 기혼여성과 대학생 모두 경제적인 문제(기혼여성 74.5%, 대학생 59.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낮은 임금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한 가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은 소비시장을 얼어붙게 해 지갑을 닫게 만드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170만원(4대보험 등 제외)의 월급을 받고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중반 A씨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소위 ‘이 바닥’ 경력이 10년이 다 돼 가는데 “내 몸 값이 이것 밖에 안되나”하는 깊은 자괴감과 회의감에 빠져있다.

A씨는 “10년전만 하더라도 물가는 둘째 치더라도 제주지역 집 값이 이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는데 지금 이 월급으로 결혼해서 집을 장만해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래서 제주 청년들이 다들 제주를 떠나 뭍으로 가나보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그는 이어 “지금 받고 있는 이 월급은 지난 2010년 서울에서 받던 월급인데 제주지역 급여 수준이 10여년전 서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도내 기업 대표들이 저임금을 너무 당연시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단단히 잘못 됐다고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며 “도내 기업 대표들 인식이 전반적으로 전근대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는 상황인 만큼 노동자들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씨도 턱없이 낮은 제주지역 임금 때문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B씨는 “월급이 250만원만 되도 이 회사에 충성을 바치겠다”며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돈으로 기름값, 보험료, 밥값, 집세(년세)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하나도 없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아프기도 겁난다”는 B씨는 “이렇게 사는게 사람이 사는 건가 싶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제주 이주 5년차인 직장인 C씨는 “제주에서 사람답게 사는건 정말 힘든 일인것 같다”고 전제한 뒤 “제주에 지낼 수록 아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 챙겨야 할 ‘부조’도 많아 지는데 가을이나 봄이 되면 한달에 20~30만원 봉투 내는 것도 만만치 않다. 매달 지출되는 돈이 늘어나서 좋아하던 술도 끊으니 인간관계도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제주를 찾은 20대 중반의 D씨는 “제주에 내려와서 일자리를 찾아 봤는데 전부 숙박, 관광, 호텔과 관련된 업종밖에 없었다. 물론 턱없이 낮은 임금도 문제였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은 제주에서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들다”며 “아무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뭍에서 졸업을 하고 고향인 제주로 내려오고 싶어도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뭍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살다가 제주로 돌아오면 도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돌아온 사람들에게 ‘실패자’,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며 “주변에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있지만 취직한 사람들은 거의 없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E씨는 “20년 전이야 집 값, 물가가 싸서 이 월급으로 후배 세대들이 생활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고 강산이 변했다”며 “근데 월급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물가상승률, 최저임금 상승도 반영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런데 누가 제주도에 남아있고 ‘이 바닥’에 남아 있겠냐. 기업 대표들을 포함해 전반적인 사회인식이 전환되지 않는한 우수한 인재들의 도외 유출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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