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람 이유로 해군 강제징집.도내 비행장 건립에 ‘착취’
전체 2만2733명 중 제주 출신 1023명...전체 4.7% 차지

[제주도민일보] 제주지역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이 15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된 제주도 사람들 가운데 군인과 군속으로 동원돼 사망한 인원이 전국 평균을 3배정도 웃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일반 노무자 보다 군인이나 군속으로 동원된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주장이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제주지역 노동자들은 몇명이나 될까?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제주도내 노동,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을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 강제동원의 특징과 의의를 살펴볼 수 있는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제주지역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은 15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성윤 제주대학교 교수는 ‘제주도 강제동원의 특징과 의의’라는 주제발표에서 해외동원 실태, 마셜제도에 동원된 제주도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조성윤 교수는 ‘제주도에 있어서 조선인 강제동원(허수열, 2008)’논문을 근거로 “제주출신자들의 인원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때 일반노무자로 동원된 인원수는 제주도가 인구 1000명당 10.6명으로 전국 평균 16.2명보다 적다”고 소개하며 “반면 군인과 군속으로 동원 됐다가 사망한 명단이 포함된 명부에서는 오히려 제주도 인원수가 전국 평균을 3배정도 웃돈다. 이는 제주도 사람들이 일반 노무자보다는 군인 군속으로 동원된 경우가 훨씬 많았음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군인, 군속 중에서도 배에서 일하는 해군 사병 및 해군 군속 선원이 다른 지역 출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율이 높다”며 “이는 동원하는 일제 행정당국이나 해군 측에서도 제주도 출신이 다른 지역 출신보다 해상 활동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일제 강제연행자 명부 컬렉션’ 사망자 명부에 등록돼 있는 2만2733명 가운데 제주도 출신은 1023명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당시 전국에서 제주도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0.9%임을 감안하면 강제동원으로 인한 제주도민 사망률은 현저히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더욱이 강제 동원된 제주 출신자가 7540명이라는 통계를 보면 강제동원자 가운데 20% 이상이 사망했다.

이를 두고 조 교수는 “제주도 출신들의 사망자 비율이 크게 높다는 것은 일반 노무자가 아닌 군인이나 군속으로 강제 징집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제주 출신 강제동원자 가운데 사망자를 사망한 장소를 중심으로 분류하면 사망한 장소가 밝혀진 600여명 가운데 407명이 ‘남양’방면에서 사망했고, 그 다음이 일본이 119명, 중국 39명, 국내 다른 지역은 38명이다.

그는 “사망자가 남양 방면에 집중된 이유는 1942년 이후 집중 동원된 시기에 미군과의 태평양 전쟁 무대가 됐던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제주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선원 생활을 한 경험을 가진 남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각종 선박에서 일을 하거나 물자수송에 종사하다 미군 폭격기나 잠수함 공격을 받고 배가 침몰하면서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제주도 밖으로 강제 징집된 경우도 있지만 도내 일본군 병참 기지시설을 만들기 위해 끌려간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5년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이 1년동안 제주도내 전쟁 유적지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며 “도내 노무동원자들이 1943년부터 해방직전까지 동원된 장소는 알뜨리 비행장과 정뜨르 비행장, 진드르 비행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동원기간은 2개월에서부터 42개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동원횟수도 1차례부터 많게는 7, 8차례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제주지역 징병자들은 총 한번 잡아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사실상 노무동원자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 동원 노동자들 증언을 바탕으로 “일본군이 일반적으로 총을 소지하고 있었던데 반해, 제주도 출신 징병자들이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노무동원됐다는 사실은 제주지역 징병자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송시우 제주지역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강제징용 노동자 상 건립의 의의와 경과)과 정혜경 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의 역사적 의의)이 참석해 주제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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