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표선면 실수로 주민의견 수렴 누락...주민들 “날벼락”
서귀포시 “행정 실수는 인정”...“책임 누가 지느냐”엔 ‘묵묵부답’

서귀포시청.

서귀포시가 행정 잘못으로 주민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주택가 주변에 양돈장 증축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상순 서귀포시장은 아직까지 이같은 내용을 파악조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들은 발로 뛰어다니며 88명의 동의를 얻어 ‘칠성양돈 증축허가 취소 주민청원서’를 제주도의회에 제출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1리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 칠성양돈 증축허가가 난 상태다.

서귀포시는 칠성양돈 증축허가 신청이 들어오자 지난 4월 표선면에 공문을 보내 주민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귀포시가 표선면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표선면 세화리 774-2, 773번지에 돈사(돼지우리)가 들어서니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했다. 이 건축시설은 1동짜리로 지상2층, 별동 증축 연면적 1032.94제곱미터 규모이다.

하지만 표선면은 해당 마을인 세화1리에 공문을 보내지 않았고, 당연히 주민들의 의견도 접수되지 않았다. 표선면은 서귀포시가 당연히 세화1리에도 공문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세화1리의 한 주민은 “정상적인 공문이라면 수신자 참조로 해당 마을을 표시해야 하는데 이 공문에는 마을회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서귀포시가 공문을 발송할 때 세화리 등 주변 마을 및 단체에 동시 발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시장 명의로 발송된 공문의 ‘건축허가신청 사전예고 안내문’에는 표선면 관내 지역 주민들과 토지주들 의견을 청취해 서귀포시 건축과와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로 제출해 달라고 적혀있다.

도면 열람장소는 표선면사무소로 명시돼 있다. 궁금한 사항은 서귀포시 건축과로 연락해 달라고까지 명시돼 있다.

주민들의 의견이 접수되지 않자 서귀포시 건축과는 7월쯤 증축허가를 내줬다. 세화1리 주민들은 이때까지도 양돈장 증축 허가가 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민들은 "건축허가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승인 전 사전 검토, 주민 의견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사업자측 서류만 보고 승인을 해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게 되자 주민들은 부랴부랴 마을총회를 소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표선면 세화1리 2동 마을 주민들은 지난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칠성양돈 돈사신축사업관련 건축허가승인사항 및 추가증축 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의 건’을 논의했다.

임시총회 결과, 주민들은 서귀포시청의 증축허가 과정에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요식행위로 구색을 맞추고 승인한 것은 고의든 과실이든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돈사증축허가승인을 취소하고 재심의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행정 행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마을 인근 양돈장 문제는 인근 지역주민의 공익적 주거환경개선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고, 아무리 환경적으로 개선된 아파트식 돈사라 하더라도 마을 인근에 더 이상 증축 또는 신축은 안될 뿐더러 오히려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돈사 증개축과 관려한 건축허가사항은 조례로 특례화 해서 허가승인기준을 보다 엄격히 강화하고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반드시 거쳐 우선 반영토록 제도화해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윤택한 주거환경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행정의 목표와 지향은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고 주민의 주거복리와 복지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보낸 청원서에 따르면 칠성양돈에서 나오는 악취로 인해 농사일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학교길 악취로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

마을주민인 현승훈 씨는 “한림읍 양돈장 무단 배출사건도 주민의견을 무시한 양돈장 사업자 측만을 고려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현재의 증축은 터무니 없이 사업자측만 고려했고, 한림읍 양돈장 사건이 해당 사업장에서 어찌 일어나지 않겠나. 칠성양돈 증축이 진행된다면 주민들은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선면을 지역구로 하는 강연호 제주도의회 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항은 없기 때문에 행정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건 맞다. 행정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행정 실수에 대한 책임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지금에 와서 허가 취소를 할 수 없다. 허가를 취소하면 소송이 들어올 게 분명하다”며 “다만 건축주에게 공사 보류를 요구했고, 마을여론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만 밝혔다.

이상순 서귀포시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내용을 더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또 다른 관계자는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주민들의 마음을 보다 세밀히 헤아리지 못한점이 소홀했다. 업자들이 행정사전예고제를 서귀포에만 도입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대폭 손질할 예정이다. 허가 하면서 마을에 직접 확인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칠성양돈은 9월 기준 1600평 규모에 7000여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새롭게 허가된 부지 외에도 칠성양돈은 인근 토지 773-13번지에 684평(2층), 773-9번지와 773-2번지에 684평(2층)을 신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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