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자체 앞다퉈 푸드트럭 존…서울․부산 등 지역명소화
불법영업 내몰린 푸드트럭만 70여대…강건너 불구경 행정 ‘눈총’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은빛 억새 물결로 뒤덮힌 제주시 새별오름서 영업중인 푸드트럭들. 도내 100여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허가 장소는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푸드트럭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명소 된 푸드트럭 존

‘인산인해’, ‘3시간 기다림’, ‘오감만족’

최근 일부 지자체의 푸드트럭존을 단적으로 비유하는 말들이다.

지난 2014년 푸드트럭이 합법화 된지 3년이 지난 현재, 푸드트럭은 말 그대로 전국적인 열풍으로 발전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푸드트럭 존 조성을 통한 지역명소화를 꾀하고 있으며, 여기에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나온 서울과 수원, 부산 등은 푸드트럭의 성지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과거 상인들과의 마찰을 빚었다면, 최근에는 지역 상인들과의 협약을 통한 상생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푸드트럭이 주축이 된 서울 ‘도깨비 야시장’의 경우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찾으며 인근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한 지난 추석 연휴때 수원 지동시장의 경우 14대의 푸드트럭에 영업허가를 내줬는데,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방문객 10명 중 6명이 타지 사람이었으며 시장 매출 상승에도 이바지했다는 설문결과도 나왔다.

[제주도민일보DB] 지난해 제주시내 모 해수욕장에서 영업중인 푸드트럭.

# 제주 푸드트럭 영업=‘불법’

제주에서의 푸드트럭은 아직까지 불법 영업의 온상일 뿐이다.

영업장소를 도지사의 권한으로 확대하는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한지 오래지만 시설부서간 이견차로 인해 허가장소는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 제주시의 경우 사라봉공원 인근과 경마장(한국마사회 허가) 2곳. 서귀포의 경우도 12곳에 불과한다.

반면 도내 푸드트럭은 100여대 가까이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속하는 행정과 도망가는 푸드트럭 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물론 고발 및 불법 영업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실제 최근 제주시의 푸드트럭 적발건수만 보더라도 2015년 24대에서 지난해 56대, 올해 10월까지 57대에 이르고 있다.

이중 한림과 애월, 구좌읍 등 해안도로 밀집지역 적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푸드트럭 장만하는데 2500~3000여만이 소요되는 만큼 벌금을 맞으면서도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푸드트럭 업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지 오래다.

여기에 단속하는 공무원들 역시 민원 때문에 어쩔수 없음을 토로하며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은빛 억새 물결로 뒤덮힌 제주시 새별오름서 영업중인 푸드트럭들. 도내 100여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허가 장소는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푸드트럭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허가장소 확대, 결국 행정 의지 달렸다

푸드트럭 업주들은 합법적 영업장소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억새의 황금빛,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오름에는 어김없이 푸드트럭 장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새별오름의 경우 10~15대 정도의 푸드트럭이 운집하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6일 단 2차례의 행정단속 결과 21대가 단속돼, 이 중 행정지도 10대,형사고발 1대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2대는 영업이 이뤄지지 않은채 세워져 있었고, 8대는 이미 기고발된 업소로 단속이 유예됐다.

새별오름은 제주시 소유지만 역외수입 확대를 위해 몇몇 캐피탈 업체 등에 리스(장기임대) 및 렌터카 차고지로 임대가 돼 있다. 2020년까지 임대가 이뤄진 부분도 있지만 일부 부지는 내년 2월이면 임대가 끝난다.

불법 영업-단속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제주시도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서는 모양세다. 시설부서인 관광진흥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합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애로사항이 많지만 어느정도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겄”이라고 긍정적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탐라문화광장 역시 푸드트럭 허가 최적지로 입을 모으고 있다.

수원의 사례와 같이 인근 동문시장, 탑동일대 상가와의 상생협약 등을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노숙자 및 주취자 해결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내달 개장하는 야시장과 연계해 새로운 지역명소로 발돋움도 기대된다.

그러나 정작 행정은 ‘강건너 불구경’ 자세를 견지하며 눈총을 받고 있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인근 상인들과의 마찰이 우려된다며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조차도 거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전에 적극 행정을 통한 노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만 들 뿐이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100여명 이상의 푸드트럭 창업자를 사지로 내몰 것인가, 아님 지금이라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인가. 결국 행정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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