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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축의광고에 대한 단상

[좌승훈 칼럼] 최근 신문 경영의 최대 관심사는 저널리즘 측면보다 수익모델 창출에 있다. 특히 지역신문기업들의 경우,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동종 매체의 증가와 함께 포털(portal)의 뉴스 소비 지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과 같은 뉴미디어의 출현, 기존 방송 및 중앙지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생존을 위한 수익 다변화 전략은 필연적이다.

아무리 질 좋은 기사와 공평한 논평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언론이라고 할지라도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에 상업성은 언론을 움직이는 직접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 연고문화 바탕…기획기사, 기사형 광고, 축의 광고, 익명 광고 확산

특히 제주지역 신문기업들은 광고판매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의존도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연고(緣故) 문화에 기반을 둔 독특한 형태의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 기획행사, 기사형 광고, 익명(匿名) 광고, 축의(祝意) 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수익 모델들의 공통점은 제주지역 특유의 ‘궨당’문화에 뿌리를 둔 일종의 부조(扶助)형 영업행태로서 연고 판매와도 맥을 같이 한다.

광고 영업과정에서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이용하여 가까운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광고주 입장에서는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기획사업은 신문기업이 기획하고 주최・주관하는 행사다. 언론의 공신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스포츠, 문화 이벤트, 각종 시상(施賞), 포럼・컨퍼런스 개최 등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재 제주에서 개최되고 있는 언론사 주최의 마라톤 대회만도 7개나 된다.

기사형 광고는 ‘기사 혼동형 광고’, ‘광고형 기사’, ‘기획 광고 기사’, ‘위장 광고’, ‘가려진 뉴스’(masked-news)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사형 광고는 ‘기사형식(editorial)을 차용한 광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익명 광고는 말 그대로 광고주가 없는 광고다. 대개 광고주가 ‘00일보를 사랑하는 애독자’라는 형식의 광고 형태로, 대개 신문기업의 기획행사나 창간 축하 광고 등에 나타난다.

축의(祝意) 광고는 당선, 승진, 영전, 취임, 합격, 학위 취득, 수상, 우승 등 축하하는 마음을 담은 광고를 의미한다.

‘궨당’문화, 또는 연고문화에 기반을 둔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유형의 광고다.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실시 이후, 당선자 소속 기관․단체, 향우회, 동창회 명의의 축하 광고가 활성화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궨당’은 친척을 뜻하는 제주어다. 제주 사람들은 조금만 안면이 있어도 “사돈에 팔촌으로 걸린 궨당”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육지지방의 친척은 대개 혈연관계를 의미하는 반면, 제주도에서의 ‘궨당’은 혈연관계 뿐 만 아니라 학연․지연을 모두 내포한다.

굳이 친척 관계가 되는지 따져서 확인해 보지 않아도, 고향 마을을 밝히고 계보를 따지다 보면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이라도 된다.

# 축의광고 31개 유형…저긴 주는데 여긴 왜 안주느냐 부작용도

축의광고의 광고주는 가족・친지, 친목회, 동창회, 지역 내 자생단체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자체나, 공공 기관・단체 명의의 축의 광고는 드문 게 특징이다.

제주도내 A신문에 게재된 축의광고 1년 치(2015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총 31개 유형에 2,516건이 게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 제주도내 A신문 축의광고 유형별・월별・크기별 게재 현황 (2015년 기준)

제주도내 A신문 축의광고 유형별・월별・크기별 게재 현황(2015년 기준)
* 신문광고 전면 규격은 가로 12 컬럼과 높이 15단이며, 기본 단위는 가로 1컬럼(30㎜) × 높이 1단(34㎜)이다.

# 인사 철인 1~3월, 8월 집중…게재 건수가 언론사 영향력?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축의 광고는 인물 사진이 들어가기 때문에 컬러 면에 게재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축의 광고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취임 636건이며, 이어 수상 561건, 승진 239건 당선・합격 각 168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85건이 게재된 복합 유형은 여러 유형이 함께 게재된 경우를 말한다.

또한 취임, 승진, 영전 등은 대부분이 제주특별자치도 정기인사와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의 정기인사에 의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사 철인 1~3월(상반기 정기인사), 8월(하반기 정기인사)에 집중되고 있다. 신문기업으로서는 공무원 정기 인사 철이 축의광고 계약의 호기인 셈이다.

특히 당해 연도 3월에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조합장 당선・취임 광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에 이어 취임 광고가 잇달아 게재되면서 A신문만도 총 203건의 축의광고가 유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동시 지방선거(도지사・교육감・도의원) 및 국회의원 선거 때도 되풀이 되고 있으며, 신문기업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셋째, 축의 광고 게재 건수는 신문기업의 지역 내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축의 광고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월 3일자의 경우에는 전체 16면(광고 면 포함)의 지면에서 30%(전면 2면+3/4면)가 축의광고로 채워졌다. 또한 캄보디아 총리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을 축하하는 내용의 광고도 총 19건이나 게재됐다.

또한 ‘저기는 주는데 왜 우리는 안주나’는 식의 언론사의 광고 게재 협조 요청에 의해서, 그리고 본인 스스로 대외에 알리기 위하여 광고비를 직접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게재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게재 유형 중 ‘초등(初登)’은 제주 산악인이 중국에 있는 6,144m의 산을 처음 등반한 것을 축하하는 광고이며, 동창회 명의의 수능 만점 축하, 가족 일동 명의의 서울대 합격, 프로골퍼의 미(美) PGA 복귀를 축하하는 축의 광고도 있다.

다섯째, 축의광고 또한 광고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협회나 동창회 등 기관・단체 명의의 광고 뿐 만 아니라, 가족 일동, 친지 일동 등과 같이 익명의 광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섯째, 광고 크기는 대부분 170㎜×90㎜ 크기이며, 총 2,417건(96.1%)이 게재됐다. 광고료는 10만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단 광고 크기는 대개 30만원 수준이다.

축의 광고는 현재 지역신문에 거의 매일 게재되고 있으며, 소액 광고시장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신문기업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좌승훈 주필.

더욱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으로 농수축산·화훼·요식업종이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지역 신문사의 축의광고시장이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만, 혈연・지연・학연을 내세운 연고주의 영업방식으로 인해 특정 언론사에 광고하게 되면, 다음 날, 다른 언론사의 광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자칫 광고 게재 기피 현상과 함께, 축의의 뜻이 왜곡되지 않을까 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좌승훈 주필  domi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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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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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민 2017-11-01 17:38:48

    지적대로 좀 기형적이기는 하죠. 김영란법 때문에 광고로 축하를 하는 것도 같고, 어떤 분은 신문에 몇개나 실렸더라면서 숫자경쟁도 하고요. 언론사도 많이 실리수록 영향혁이 있다고 보는것도 같구요. 신문사 입장은 이해하나 그렇다고 우리는 왜 안주느냐식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축하할 일이 많으면 좋은건데 한편으론 씁쓸해요. 잘 봤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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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17-11-01 15:21:35

      당선축하 광고허믄 되주 취임 광고도 사방팔방 해야허고... 어떤 사람은 부주에 헙디다만, 하기사 언론사도 살아야 글을 계속 쓸수있는거고... 그래도 부작용은 경계해얍주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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