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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도 모르는데, 문화 이해 가능하나”오창명 교수, 다문화.이주민 등 상생 "언어와 제주문화 이해 필요"
제주도민일보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 바로알기’ 운영
<제주도민일보>가 22일 오전 이룸교육원 교육실에서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바로알기'란 주제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과 제주도내 호텔입구, 식당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혼저 옵서예’, 그리고 제주도 대문을 뜻하는 ‘정낭’이 바른 말일까? 제주도민들은 ‘아방’, ‘어멍’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제주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언어’의 정확한 이해와 사용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창명 국제대 교수는 22일 제주시 도남동 소재 이룸교육원에서 열린 ‘제주문화의 이해’란 주제의 아카데미 강연에서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제주말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올바른 언어 사용이 제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창명 교수는 “자연에 사람이 관여하면 문화가 된다”며 “근데 요즘 들어서는 제주문화를 이야기할 때 ‘제주도에 문화가 있나’ 반문하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저는 없는 것 같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서양 옷이다. 고작해야 요즘 시골로 가면 감물을 들여 만든 노동복인 ‘갈옷’이 제주옷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식을 제주도말로 잔치라고 한다. 제주다운 잔치가 없다. 마찬가지로 제주다운 장례식도 없다. 다른 나라인 외국, 육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제주도 문화라고 보여줄 것이 없다. 제주도 말로는 좀녀(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 정도다. 이분들은 이게 생업이다. 살기 위해 작업을 하는 것인데 관광객들이 박수치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히다”며 제주의 실상을 에둘렀다.

특히 그는 “문화와 제주의 개념을 잘 생각해 달라”며 “잘못하면 제주문화를 엉뚱하게 설명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22일 오전 이룸교육원 교육실에서 <제주도민일보>가 마련한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바로알기'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 문화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 중인 오창명 제주국제대교수.

그러면서 그는 ‘아방’, ‘어멍’, ‘하르방’이란 우리가 흔히 평상시에 쓰는 말에 대해 요목조목 세밀한 내용을 예로 들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방, 하르방, 할망, 어멍은 정상적인 낮춤말이 된다. 아버지, 아부지, 아바지 등도 모두 제주말이다. 아방은 육지식으로 이야기 하면 ‘아범’이고 어멍은 ‘어멈’”이라며 “지칭어로 한정되게 쓰이는 것이 하르방, 할망, 아방, 어멍이다. 그래서 이분들을 두고 앞에서 이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사고는 엉터리로 차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제주의 ‘삼무(도둑, 거지, 대문)’ 중 대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제주에서는 집 안쪽에 설치하는 대문과 집 바깥에 설치하는 대문이 있다. 바깥대문에는 ‘이문’이라는 것이 있다. 육지부의 바깥대문에 해당하는 것이 이문이다. 이문이 있는데도 제주에는 대문이 없다고 말하는 ‘삼무’라는 말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문을 설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이문 대신에 설치하는 것이 ‘정’이다. 정을 정낭이라고 잘못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제주 대문을 정낭이라고 알고 있다. 정낭은 정주석(돌로 만든 기둥), 정주목(나무로 만든 기둥)에 걸쳐져 있는 나무”며 “이를 인터넷에는 제주대문을 정낭이라고 명시돼 있으니 엉터리다. 제주도의 대문은 그냥 ‘정’이다. 이는 집, 밭, 목장에도 설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내 곳곳에 적혀 있는 ‘혼저 옵서예’라는 문장에 대한 견해도 털어놨다. ‘혼저 옵서예’는 흔히 ‘어서 오세요’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오 교수는 “‘어서’라는 단어는 ‘빨리’라는 뜻과 ‘반갑게 맞아들이는 말’의 뜻이 있다. 근데 ‘혼저 옵서예’에서 ‘혼저’는 ‘빨리’라는 뜻이다. 가수 혜은이의 ‘감수광’ 노래 마지막에 ‘혼저 옵서예’는 ‘빨리 오라’는 뜻”이라며 “제주도는 공항에서부터 ‘혼저 옵서예’가 난무하고 있다. 근데 ‘혼저 옵서예’라는 이름으로 방송국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인식되고 있다"며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 마구쓰면서 본래의 뜻이 바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제주도에 살며 제주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못한다. 근데 이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지금 육지사람들은 제주도 사람이 그렇게 쓰고 있는 줄 알고 있다”며 “제주 출신의 방송국 작가, 신문 기자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러면 제주문화는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참가자들은 뭍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제사, 부조, 호칭(삼춘), 신구간 등 다양한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질의가 쏟아졌다.

우선 제사문화와 관련, 오 교수는 “제주의 제사는 전통 제사인지 의문이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제주의 제사는) 전통적인 제사가 아니다. 유교와 심방문화가 섞여 있는 제사”라고 규정하고는 “전통유교 제사에는 제주에 있는 문전상, 안내상이 없다. 이건 심방(무당)제사”라고 설명했다.

문전상 제사는 문 앞에서 지내는 제사를 뜻한다. 안내상(집안에 놓는 상)은 남자들이 지내는 제사가 아니라 집안 여자들이 지내는 제사다. 예전 초가집에서는 쌀, 보리, 콩 등 곡식을 보관하는 고팡(괴팡 혹은 안팡이라고도 말함)이라는 곳에서 제사를 지냈다. 1970년대 이후 주택계량 사업을 하면서 고팡이 없어지자 부엌의 냉장고 위나 가스레인지 위, 혹은 방안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제사를 지낸다. 제사의 대상도 집안마다 다르다.

이어 오 교수는 “제사를 끝내고 우리가 ‘반(제사음식)’을 나눠 먹는데, 이를 ‘반테우기’라고 한다. 이는 못 먹던 시절 개인의 몫을 채워주는 것에서 시작됐다”며 “육지와 다른 상차림은 제주의 현대사와 관련이 있다. 어려운 시절 떡 만들 재료가 없었던 제주에서 보리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고, 바다에서 잡은 생선으로 국거리와 제사음식을 만들었다. 그래서 상차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민일보>가 22일 오전 이룸교육원 교육실에서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바로알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제주도의 (장례에서의) 일포문화가 독특하다고 신기해했다. 부산에서 제주로 이사 온 한 이주민은 “육지는 3일장 가운데 아무 때나 가면 되는데 여기는 일포에 가야 한다더라”며 신기해 했다.

이에 오 교수는 “일포제는 발인날 바로 직전 저녁 마지막 제사를 말한다. 어느 장례식이나 가면 저녁 5시부터 7시 사이쯤 일포제를 지낸다”며 “고인에게 지내는 마지막 예의”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내 부조문화와 관련해선, 오 교수는 “이건 완벽히 지역의 습관인 것 같다. 서귀포는 상주가 5명이면 각각에게 다줘야 한다. 남편과 부인 따로 주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제주시 권역은 주로 남편부부가 한 봉투 넣어서 한번 주면 된다. 돌아가신 분과 친하면 고인에게 인사를 할 때 부조를 하는 ‘상부조(제사상 앞에 둔 상자)’를 한다”고 들었다.

오 교수는 신구간을 두고는 “신이 하늘위로 올라갔다 내려오기 전을 신구간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식의 문제”라며 “이 구간에는 성냥, 솥, 쌀을 한보따리에 싸서 먼저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먼저 밥을 해먹고 소금과 팥을 뿌리고 이삿짐을 넣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삼촌’이라는 호칭에 대해 오 교수는 “친인척을 넓게 아울러 모두 삼촌이라고 한다. 또 우리 아버지, 어머니만큼 대우해 줘야 할 사람들을 삼춘이라고 한다”며 “제주도말로 삼춘은 육지말의 삼촌과 다르다. 제주도 삼춘은 궨당과 대우해줘야 할 사람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삼춘이란 호칭을 쓰려면 안면관계가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식당에서 일하시는 이모, 아주머니까지 등 폭넓게 삼춘이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카데미에는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 제주로 온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 가족 등이 참여해 제주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제주도민일보>는 22일부터 매주 한차례씩 이룸교육원에서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 바로알기’라는 주제로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강연은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이 제주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도민과 상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도민일보>가 22일 오전 이룸교육원 교육실에서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바로알기'란 주제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22일 오전 이룸교육원 교육실에서 '제주 문화의 이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오창명 제주국제대교수.
<제주도민일보>가 22일 오전 이룸교육원 교육실에서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바로알기'란 주제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부경미 이룸교육원 원장이 아카데미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상생하는 제주 다문화/이주민 제주바로알기' 프로그램.

최병근 기자  whiteworld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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