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인터뷰 파워인터뷰
요즘 '전당포'엔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제주시내 한심관 대표, 70~80세대 추억 담고 명맥 유지 눈길
"전당포는 손해보는 장사, 어려운 이웃 돕는다는 생각이 먼저"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제주시내 중앙로 사거리 모퉁이 건물 3층에 위치한 시온 전당포를 운영하는 한심관(71)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7080세대와 그 이전 세대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줄곧 찾던 곳중의 하나인 전당포.

전당포 하면 음침한 건물속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손님이 내미는 저당물을 받아 살피고는 물품의 시세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주는 장면을 언뜻 떠올리게 된다.

예전엔 어느 곳에서나 둘러보면 전당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를 찾아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갈수록 현대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최근들어선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세태여서 시대흐름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속에도 제주시내 한복판인 중앙로터리에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당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중앙로터리 동쪽 한켠에 위치한 건물 3층에 빛바랜 글씨로 적혀 있는 '시온 전당포'가 바로 그곳이다. 이 전당포를 운영중인 한심관 대표(71)를 통해 전당포는 어떻게 세대변화를 품고 있는 지 등을 들여다 봤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시내 중앙로 사거리 모퉁이 건물 3층에 위치한 시온 전당포를 운영하는 한심관(71) 씨.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는 한 대표를 따라 쇠창살 아래 1m도 안되는 작은 문으로 허리를 푹 숙인 채 들어갔다.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1996년부터 전당포를 운영했다는 한 대표는 "급전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영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본업은 과수원"이라며 "솔직히 옛날 방식의 전당포로 수익을 내는 건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 대표는 "보석을 주로 취급하는데 대부분 물건을 맡기고 6개월 정도 돈을 빌려간다"며 "하지만 6개월 동안 금 시세가 많이 떨어지거나 하면 그냥 물건을 안 찾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전당포를 운영한다고 하면 참 좋지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한 대표는 "다른 사람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수입을 올린다는 측면에서 사기꾼으로 인식되기도 했었다"며 "그런 인식과는 다르게 손해보는 장사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시내 중앙로 사거리 모퉁이 건물 3층에 위치한 시온 전당포의 출입구.

전당포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경험을 묻자, 한 대표는 "전당포를 이용하는 연령층은 20대에서부터 70대까지 아주 다양하다"며 "어려웠던 시절인 과거엔 시계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 등이 주를 이뤘으나 생활패턴과 용품들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취급품목도 IT 기기, 명품, 외제차 등으로 범위도 넓어졌다"며 시대흐름이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한 대표는 "전자 기기들이 전당포에 새로운 저당 품목으로 떠오르면서 그런 물건을 받아 돈을 빌려주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가져온 그런 전자제품들은 장물인 경우가 많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한 대표는 "저당 품목이 장물이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 경찰서에 가서 이것저것 조사도 받아야 하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한두가지가 아닌데다 어쩔 수 없이 시간도 많이 뺏길 수 밖에 없다"며 "그래서 지금은 금품만 취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대를 역행하며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니지만 한 대표는 "앞으로도 여력을 다 할 때까지는 전당포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도 부지런하고 어디서든 예의바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항상 아침 조깅을 하고 전당포와 과수원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내비친 한 대표는 "요즘은 손주들 보는 게 낙"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당포에는 그동안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애달픈 사연들과 함께 한 대표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지난날 가난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전당포'는 추석을 앞두고 '한가위만 같아라'처럼 우리의 이웃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있다.

송민경 기자  aslrud73@gmail.com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좌승훈칼럼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