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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이런 며느리가 가능할까?고부갈등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B급며느리’
3년차 부부의 안전고투 남편 시선서 바라봐
제주여성영화제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섹션
며느리 김진영씨. /사진=B급며느리 스틸컷

“시집가면 며느리들은 하인이야”

영화 ‘B급며느리’ 감독 선우빈의 고모가 자조섞인 말로 토해낸 말이다.

한국여성의 인권 수준이 높아지고, 며느리들의 시집살이가 예전보다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며느리들은 시댁의 제사와 명절, 시부모님의 생일 등 온갖 시집의 대소사를 챙겨야 한다. 얼굴한번 본적 없는 시할머니와 시할아버지 제사까지 말이다.

영화속 주인공 김진영은 결혼 3년차 여성이다. 이 영화 선우빈 감독의 아내이기도 하다. 그런 부부는 명절마다 싸운다. 명절 뿐만 아니다, 부모님 생일에도, 할아버지 제사때도 싸운다. 그녀는 시동생에게 존댓말을 써야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선우빈 감독은 연출의도를 통해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 나의 아내, B급 며느리는 눈치도 없고 개념도 없다. 아내는 내 어머니와 싸운다. 그녀는 우리 가족의 질서와 평화를 깨뜨렸다. 나는 그 것을 복원하기 위해 둘 사이를 탁구공처럼 헤맸다”고 적었다.

그렇다.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보면 김진영은 감독의 말마따나 ‘개념이 없다.’ 하지만 시댁의 요구에 당당히 ’NO’라고 외치고 집안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고 개념이 없는 것일까? 꼭 시댁 행사에 참여하고 챙겨야 한다는 일종의 ‘법’은 누가 만들었을까?

진영은 이런 ‘법’을 당당하게 맞선다. 당당하게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어머니가 손주를 보고 싶어 할때는 선우빈 감독이 아들을 데리고 할머니에게 간다. 그러나 이 마저도 얼마 가지 못한다. 아내의 반대 때문이다.

며느리 김진영씨. /사진=B급며느리 스틸컷

선우빈 감독, “내가 엄마 성으로 바꿀게”…엄마, “뭐하러 그래! 난 싫어”

감독 선우빈의 엄마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여성이다. 그녀도 결혼하기 전에는 여렷고 어렸다. 선우빈 감독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결혼전 어땠냐는 감독의 질문에 “애기였다”고 답한다.

그러나 ‘결혼’이후 그녀의 삶은 달라졌다. 늦둥이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시피한 시어머니도 결혼후 삶은 혼돈으로 빠졌다.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전쟁과 같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너도 똑같이 당해봐. 얼마 안남았어”라고 되받아 준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야속하다. 하나밖에 없는 손주를 자주 보고 싶은데 며느리가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과 남편을 둔 자리에서 시어머니는 울분을 토해낸다. “내가 하나밖에 없는 손주 보고 싶어서 핸드폰 사진 들여다 보느라고 잠을 못잔다”며 남편과 아들에게 야속함을 토해내며 울음을 터뜨린다.

결국 선우빈 감독은 노트북 모니터를 통해 아들의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준다. 시어머니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야 한다.

어머니는 명절에 오지 않은 아들과 며느리가 야속하다. 주변에 거짓말로 “오다가 사고가 났다”는 말로 둘러대기 바쁘다. 그런 시어머니는 속상하고 비참하다.

영화 'B급며느리' 감독 선우빈과 주인공 김진영 씨가 22일 오후 제주영상미디에센터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제주여민회

“결혼하기 전엔 행복했는데…지금은 비참하다”

진영은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에 사법고시 1차 시험을 합격했다. 그러나 감독 선호빈과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결국 사법고시를 포기하게 된다.

영화속 서른의 진영은 맑고 환했다. 그러나 급작스런 결혼으로 경력단절 여성으로 전락하게 된다. 1만원 짜리 한장을 들고 시장에서 생선가격을 흥정하는 진영의 모습, 부족한 생활비를 위해 저금통을 깨뜨려 은행으로 가는 진영의 모습은 너무나도 해맑지만 역설적으로 슬퍼보인다.

진영은 시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불안하다. 남편에게 화를 낼것 같아서다. 그렇다고 시부모님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진영은 “(시부모님)가족들이 선하다. 시어머니가 의외로 재밌다”고 했다. 그럼 무엇이 진영을 시어머니와 전쟁을 하게 만들었나. 그건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진영은 결국 ‘인간관계’가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영은 “시어머니와 갈등과 해소를 겪으면서 느낀 점은,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관계다. 인간관계가 긍정적으로 맺어지려면 좋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좋은 우정을 쌓는게 이상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게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선우빈 감독. /사진=B급며느리 스틸컷
며느리 김진영씨. /사진=B급며느리 스틸컷
영화 'B급며느리' 감독 선우빈과 주인공 김진영 씨가 22일 오후 제주영상미디에센터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제주여민회

최병근 기자  whiteworld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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