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 제주도안경사회 회장, “교육받을 권리, 잘 보는데서 시작”
도안경사회, 복지부 장관 표창… “더 많은 어린이들 혜택 줬으면”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김대원 제주도안경사회 회장이 <제주도민일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996년. 20대 ‘청년’이 무작정 배낭 하나만 들고 제주를 찾았다. 그가 가진 ‘기술’ 이라곤 안경을 만드게 전부였다. 그는 가방 하나 ‘덜렁’메고 제주국제공항에서 가까운 제주시 연동의 한 안경원을 무작정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안경원 사장에게 그는 “일자리 하나만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안경원 사장은 먼 훗날 그에게 “너 같은 놈은 처음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살아보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 했을까. 안경원 사장은 그에게 선뜻 일자리를 소개시켜줬다.

전라도 완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가 1988년부터 ‘올림픽 호돌이’와 함께 안경일을 시작한 김대원(48) 제주도안경사회 회장 이야기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안경사회 회장일을 맡고 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안경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김 회장은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훌쩍’ 가방 하나 메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며 “1996년 제주에 들어왔으니 벌써 20년이 되간다”고 웃음지었다.

그는 1996년 제주로 내려온지 2년동안 안경원 일을 했다. 당시는 ‘금은방’에서 안경과 시계수리를 같이 하던 시절이었다.

김 회장은 “제주도 내려와서 2년간 안경원에서 일을 하다 1998년 제주시 일도지구 수협사거리 근처에 안경원 문을 열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좁은 공간에서 10시간 이상을 있어야 해서 어렵고 지루했다”고 기억했다.

우여곡절 세월이 흘러 그는 2015년 제주도안경사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평소 안경으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도내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안경을 맞춰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제주도청을 찾아갔다.

그는 “지난해(2016년) 제주도청을 찾아가서 ‘도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안경을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명단을 요구했다”며 “지난해에는 40여명, 올해는 70명의 어린이들에게 안경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어린이들도 좋아하고 학부모, 주변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김대원 제주도안경사회 회장이 <제주도민일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회장은 안경을 공급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탐라장애인복지회관을 찾아 장애인들에게 안경 A/S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그는 “안경으로 사회복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볼수 있는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치아에 대해서는 사회복지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시력이 나빠져서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인데도 모든걸 자기 비용으로 감내해야 한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안경을 제대로, 또 제때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부모의 경제력과 가정환경을 떠나서 아이들의 ‘볼 수 있는 권리’가 차단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안경을 사는 것은 선택이지만, 아이들이 볼수 있는 권리를 박탈 당하는 것은 안된다. 질 좋은 안경은 아니라도 아이들이 쓸만한 안경은 5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이를 국가차원에서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의 ‘볼 수 있는 권리’와 ‘교육 받을 권리’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들은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근데 보이지 않으면 교육받을 권리 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다”며 “아무리 교육을 시켜줘도 보이지 않는다면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려면 국가에서 나서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안경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사회각계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안경사회는 제주도의 재정 도움 없이 자체 예산으로만 안경을 보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다른 시도의 경우에는 광역자치단체 차원으로 지원하고 있고, 확대되는 추세”라며 “안경보급 사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예산지원도 필요하다. 현재는 안경사회 자체 예산으로만 지원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1년에 1억원이면 2000명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안경을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안경사회가 받은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제주도안경사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안경나눔 사업이 제주도의 추천으로 지난 7일 제18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상도 받았다.

그는 “다행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상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의 힘으로만 좋은 취지를 확산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해주지 못하면 지자체에서 추진해서 어리이들에게 최소한의 볼 수 있는 권리,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도가 나서서 해야할 일인데 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제때 안경을 교체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했다.

그는 “2년, 3년만에 안경을 교체하러 오는 아이들이 있다. 안경에 흠이 나서 그 동안 불편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그런 차원에서 안경지원 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사업이다. 1억원이면 2000명, 도내 거의 대부분의 어려운 가정 어린이들에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안경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다. 볼수 있는 권리(기본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가정형편에 관계 없이 모든 아이들이 맑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는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김대원 제주도안경사회 회장이 <제주도민일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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