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도 데이트폭력 검거·상담 증가세…사회적 관심 절실
제주도, “경찰·1366 대책 논의중, 지원근거 없어 난감” 토로
전문가들, “혼자서는 해결 안돼…주변에 도움 청해야” 지적

[제주도민일보DB] 제주지역에서 데이트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5건에 이르던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가 2015년에는 194건으로 두배이상 껑충 뛰었다.

○…ㄱ씨(37)와 ㄴ씨(37.여)는 연인 사이였다. 서귀포시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는 ㄱ씨는 저녁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ㄴ씨를 만나러 갔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 사랑을 키워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ㄱ씨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ㄴ씨가 3개월전부터 전화를 잘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혹시나 ㄴ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건 아닌 지 불안했다.

ㄱ씨의 불안함은 ㄴ씨에 대한 불신으로, 불신은 음주로 이어졌다. 술을 마시자 ㄱ씨는 그동안 ㄴ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 행동에 화가 났다. ㄱ씨는 지난 6월 21일 새벽 6시25분쯤 술에 취해 혼자 사는 ㄴ씨 집으로 쳐들어 갔다.

ㄱ씨는 이성의 끈을 놓았다. ㄴ씨를 넘어뜨리고 주먹과 발로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ㄱ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아 구속했다.

○…ㄷ씨(45)는 ㄹ씨(여.47)를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ㄷ씨는 ㄹ씨를 지난 1월28일 오후 5시쯤 제주시내 본인 아파트로 초대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ㄹ씨는 “집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ㄷ씨는 ㄹ씨를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감시했다.

ㄷ씨는 ㄹ씨가 지인들에게 연락하려고 하자 휴대전화도 빼앗았다. ㄹ씨가 도망치려고 하자 ㄷ씨는 흉기로 위협하고 감금했다. 제주지방법원은 감금혐의로 기소된 ㄷ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제주지역에도 데이트폭력이 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5건에 이르던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가 2015년에는 194건으로 두배이상 껑충 뛰었다.

2016년에는 180건으로 2015년보다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70건의 데이트폭력이 일어나 가해자가 붙잡혔다.

경찰은 2015년부터 데이트폭력에 관심을 갖고 범죄통계시스템에 피해자와의 관계를 ‘연인’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4년까지 범죄통계시스템에는 ‘지인’ 등으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에 통계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2015년부터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연인’으로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트폭력 검거건수와 비례해 상담건수 또한 늘어나고 있다. 여성긴급전화1366 제주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는 79건, 2015년에는 99건, 2016년에는 102건으로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다만 통계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적으로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여성보호단체 측은 ‘성폭력’, ‘가정폭력’과 같은 명목으로 통계를 산정한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지역에서 데이트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5건에 이르던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가 2015년에는 194건으로 두배이상 껑충 뛰었다.

1366 제주센터 관계자는 “현재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법이 없기 때문에 여성보호 시설에서는 의료지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성폭력, (동거를 하고 있으면)가정폭력 등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데이트폭력 통계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사건들의 특징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잘 알고 있어 보복을 두려워 한다. 사귀던 사람에 대한 ‘연민’이 생겨 고소를 취하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주지역 사회 특성상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트폭력 사례가 현재의 통계보다 그 수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동안 ‘데이트폭력’이란 단어가 없어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데이트폭력을 예방하거나 피해자를 위한 제주도내 대책은 따로 없는 상태다. 관계 법령이 없어서다. 다만 데이트 폭력 가운데 성폭력과 가정폭력(동거의 경우에 한해)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폭력은 지원근거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도에 공문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주경찰, 1366, 제주도와 함께 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이 더 이상 당사자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폭행이나 보복, 감금 등은 연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과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정상 참작이나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에는 보복이나 협박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면 성관계 동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최순영 제주여성인권연대 부설 제주여성상담소 소장은 “데이트폭력이 주로 20~30대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50대와 60대까지도 일어나는 등 굉장히 범위가 넓고 사례는 거의 비슷하다”며 “데이트폭력은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 소장은 “데이트폭력도 폭력이라는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며 “또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경찰과 상담소, 주변에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트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떠오르자 경찰은 지난 7월24일부터 8월31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해 신고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와 함께 재범 및 보복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시설 연계, 신변 호, 주거지순찰 강화, 112긴급신변보호대상자 등록, 스마트워치 제공, CCTV설치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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