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총·민예총 ‘함께 만드는 지역문화 성장 플랫폼’ 기대

[좌승훈 칼럼] 제주도내 대표적인 문화예술행사로서 탐라문화제와 4・3 문화예술축전이 있다. 그동안 ‘문화 제주’의 양대 축이자, 지역 문화예술계의 자양분이 돼 왔다.

오는 9월 20~24일 탐라문화광장 일원에서 개최되는 탐라문화제는 1962년 제1회 제주예술제로 시작으로 어느덧 올해로 56회째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이하 예총 제주도연합회)가 주최한다. 누가 뭐라 해도 제주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종합 문화예술축전이다.

특히 올해 탐라문화제는 제주시 원도심에서 중흥의 날갯짓을 편다. 그동안 위상과 달리 고정된 축제장 하나 없이 제주종합경기장과 신산공원, 탑동광장 등을 전전하다, 이번에 개최 장소를 탐라문화광장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도심형 전통문화축제의 ‘본보기’를 구현한다고도 하니, 기대가 크다. 주최 측의 바람대로 ‘모다들엉 ᄎᆞᆯ린 잔치, 지꺼지게 놀아봅주’가 되었으면 한다.

예총 제주도연합회가 주최하는 탐라문화제. 올해로 56회째를 맞는 탐라문화제는 제주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종합 문화예술축전이다.

# ‘문화 제주’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

반면 4・3 문화예술축전은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회(이하 제주민예총)가 주최한다. 제주 4・3 진상 규명과 지역민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으로, 1994년부터 시작됐다. 제주 4・3에 대한 올곧은 인식 확산과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용서와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당초 마당굿, 미술제, 노래공연 중심이던 예술제는 문화예술축전으로 확대됐다. 올해로 24회째다.

물론 그 연원은 더 오래다. 1989년 4월, 4・3 41주기를 맞아 제주시내 일원에선 4・3 추모제 일환으로 문학제・강연회・미술제 등이 개최됐다. 41년 전, 제주도(濟州島) 유사 이래 가장 큰 참극이었던 4・3을 되새기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운동이 펼쳐진 것이다.

형식과 규모만 다를 뿐이다. 당시 4・3 추모제는 제주문화운동협의회를 비롯해 도내 재야 11개 단체가 주관한 것으로, 4・3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진상 규명의 토대를 마련했다.

제주민예총 출범의 토대가 된 제주문화운동협의회의 중심축은 놀이패 ‘한라산’이다. 장르는 마당굿. 마당굿이란 원래 굿판에서 쓰는 용어다. 마당극에 제주 굿의 형식을 접목하여 연행하는 종합예술로 보면 될 듯하다.

당시 이들은 제주청년문학회를 비롯해 그림패 ‘ᄇᆞᄅᆞᆷ코지', 노래패 ‘숨비소리’ ‘우리 노래 연구회', 영상패 ‘움직거리’, 풍물춤패 ‘새날', 극분과 ‘새길’ 등과 함께 ‘왜 남도(南島)가 잠들지 못하고 있는가?’를 알리면서 현대사에서 4・3이 차지하는 위상의 폭을 넓혀왔다.

문화예술단체가 이처럼 하나의 비극적 사건을 주제로 30년 넘게 매해 거르지 않고 예술화한 것은 국내외 예술사를 통틀어도 드문 일이다.

# 주최 측에 따라 참여 단체 제한적

하지만 그동안 성과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감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탐라문화제나 4・3 문화예술축전은 결국 문화를 통한 도민 소통과 화합의 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행사는 주최 측에 따라 문화예술단체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탐라문화제는 예총 제주도연합회가, 4・3 문화예술축전은 제주민예총이 주최하는 것으로, 그동안 행사 참여 단체가 사실상 양분돼 왔다. 한마디로 소속 단체 위주의 각자 행사였다.

내년은 제주 4・3 7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4월에는 제주 4・3 진상 규명 및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출범했다.

원희룡 지사도 최근 제주 4・3 70주년 행사에 대해 "사회 통합과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준비에 나서야 한다"며 “제주 4・3 70주년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4・3은 여전히 미완의 역사이며, 현재 진행형이기에, ‘올해는 몇 십 주년’ 하는 식의 표현이 자칫 이벤트성 행사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른 바 ‘꺾어지는 해(10주년, 20주년, 30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제주 4・3의 남겨진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해 나가자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 4・3의 완전 해결은 현재 국정 과제에 반영돼있으며, 대통령도 추념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 4・3 문화예술축전의 역사맞이 거리굿과 평화음악회. 내년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사회 통합과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내 문화예술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소통과 화합의 큰 마당이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사진=제주민예총)

# 상호 교류 확대…문화 협치 출발점

일단 분위기상 내년 4・3 문화예술축전은 가장 규모가 큰 행사가 될 것이다. 이미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왕이면 행사 참여의 폭도 개방 확대되었으면 한다.

보수니, 진보니, 성향의 차이일 뿐, 결국 예술의 본질은 같다. 더욱이 문화예술은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촉매제가 돼 왔다. 따라서 지역을 대표하는 양대 문화예술인단체가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4・3의 대중화와 제주도민을 하나로 응집시켜 나가는 데 보다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탐라문화제도 해당된다. 통합적인 전시, 통합적인 공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양성과 통합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예술적 실천을 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두 단체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과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향후 정치권과 지자체에 지역문화 진흥과 예술인 복지에 대해 보다 결집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협치는 민선 6기 제주도정의 가장 큰 철학이자 운영 방침이다. 또한 문화 협치의 지향점은 결국 ‘함께 만드는 지역문화 성장 플랫폼’일 것이다. 따라서 탐라문화제든 4・3문화예술축전이든, 주최 측의 기득권 행사가 아닌, 도내 문화예술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소통과 화합의 큰 마당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좌승훈 주필.

때마침 최근 중앙무대에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가 '한국예총-한국민예총 정책연대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과거의 대립과 갈등을 청산하고 협치를 통해 문화예술계의 현안 과제에 대해 두 단체가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자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지난달 27일 제주의 문화예술 정책을 자문하고 심의하는 민·관 협력기구인 제주도 문화예술위원회 2기(2017~2019년)가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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