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스피 이후 맥파이·제주지앵·제주맥주 진출
민간업체마다 제품생산외 유통·관광상품 접목 인기구가
사업실패에 '민간이양 권고‘ 제스피 향후 진로 관심 집중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가 크래프트맥주 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 크래프트맥주 시장이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스피(JESPI)에 이어 제주공장을 세워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맥파이, 청년협동조합의 벤처로 시작해 제주의 맛과 향을 알리고 있는 제주지앵(Jejusien)에 이어 제주맥주가 5일 소비자와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제주맥주는 제주시 금능농공단지에 위치, 대형설비와 최첨단 장비로 올 연말까지 도내 전체 맥주시장의 2%(10억원)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적인 명성의 브루마스터 개릿 올리버(Garrette Oliver)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밀맥주 계열 ‘제주 위트 에일(Jeju Wit Ale)’은 이를 위해 가장 전략적으로 선택한 부분이 크다.

“제주 향토음식과 가장 어울리는 제품”이라는 설명이 붙는 제품으로, 출시부터 병입 및 캔입 제품을 생산·유통함으로써 경쟁력을 충분히 지닌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가 크래프트맥주 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금능농공단지의 제주맥주 양조장 내부 발효탱크.

서울에서 탄생한 뒤 제주시 동회천에 둥지를 튼 맥파이는 탑동 매장과 함께 주말·휴일 공장견학 등을 통해 팬들을 꾸준히 늘려왔다.

도내 선두주자로서 계절마다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 강점이다.

법적 규제로 인해 직접 조리를 하지 못하는 제주맥주와 달리 피자와 닭튀김 메뉴만으로도 손님을 끌어모으는 이점도 있다.

점점 더 입소문을 타면서 올 여름 내내 매일 손님들이 몰리면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을 정도다.

생산량에 여력이 생기면서 도내 곳곳으로 판매처를 넓히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보다 넓은 공간으로 이전 소식도 들려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가 크래프트맥주 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동회천의 맥파이 양조장 외부 전경.

제주지앵은 고교 동창 2명이 의기투합해 생산한 뒤 천천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제주시 이도2동의 한 가정집 지하에 공장(?)을 둔 개성 있는 크래프트맥주 제조업체다.

한라봉을 이용한 제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호텔 바에서만 판매 중으로, 여름 내내 도내 해수욕장을 다니며 홍보활동에 매진 중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맥파이나 제주맥주는 공장견학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해 제주관광 상품으로서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지역과의 상생 부분, 특히 제주맥주는 전체 직원이 40여명이나 되고 지역인재 고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지역경제에 끼칠 영향력이 관심을 모은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가 크래프트맥주 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제주지앵 공식인스타그램.

이런 상황에서 청정 제주지하수를 이용해 만드는 제스피의 결과는 아쉬운 대목이다.

2013년 도내 최초로 크래프트맥주를 개발해 당해 7월 제주시 연동에 매장을 낸 이후로 해마다 적자를 기록, 전반적인 사업평가는 낙제점이다.

2015년 10월 행정자치부의 시장성 테스트에서 ‘민간경제 위축사업’으로 판정 받아 민간이양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제주도개발공사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사업’이라 해명은 하지만 개발·판매까지만 하고 그 다음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탓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막상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문의하면 “직접 와서 가져가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황당해했다는 증언도 들린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가 크래프트맥주 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스피 홈페이지.

오는 12월까지 이와 관련한 용역을 진행 중인 제스피가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지에 따라 도내 크래프트맥주 시장의 판도는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민간이양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유일하게 제주 청정지하수를 사용하는 ‘프리미엄’으로 제2의 제주소주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용역 결과와 공사의 판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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