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 대표.

최근 (사)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에서 ‘비례대표 정수 축소 반대!’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요약해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의원 선거구 조정과 관련해 현재 41석에서 43석으로 늘리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의 권고안이 아닌 비례대표 정수를 축소하고 현 도의원 의석수를 유지하는 안을 국회의원 입법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회가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현 시대적 상황에 역행하는 처사이자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라는 것이다.

왜 농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까?

왜 비례대표를 축소하는데 반대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절실하게 대변해주고, 정책으로 입안이 되었다면 굳이 농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는 없다.

반대로 직역한다면 그동안 사탕발림으로 우는 아이를 일시적으로 잠재우기만 했지, 왜 우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란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 제도로,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의회 구성에 반영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라고 나와있다.

그럼 왜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까?

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나 소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선거 시 사표를 막고 소수의 대표성을 보장함은 물론 거대 정당의 과도한 의석 차지를 막아 도민 여론을 잘 반영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기성 정치인에 밀려 당선될 가능성이 낮은 참신하고 소외계층의 등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안이자 지역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자율적 활동을 통한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이 같은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비례의원 정수를 축소하고, 지역구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특별법 개정안은 과연 누가 왜 무엇 때문에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우리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의심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논어’에 공자와 그의 제자가 정치에 관해 주고받는 문답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자가 정치란 도대체 뭔가요? 하고 묻는다.

스승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잘 갖추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 가운데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하고 다시 묻자 공자는 군사라고 말한다.

하나를 더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성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워 주는 말이다. 외침을 막아내는 데 없어선 안 될 군사,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인 식량을 버리면서까지 지켜야하는 것이 믿음이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이 믿음이다. 그러나 이 믿음을 얻지 못하면 군사와 식량이 힘을 쓰지 못한다는 얘기다. 흔히 이런 백성의 마음을 물에 비유한다. 순자(荀子)는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배가 있어도 물 없이는 뜰 수 없다. 물은 배를 띄워 그 역할을 하게 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게 물이요 변화무쌍한 것이 물이다. 성난 파도가 돼 배를 전복시키는 것이 물이다.

지난 촛불민심으로 기억되는게 바로 “성난 파도”다.

기성정치인들은 성난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명분을 만들었고, 여론조사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도민들이 비례대표 축소 의견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과정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특혜 시비를 비롯해 ‘돈 공천’, ‘끼리끼리 나눠먹기’, ‘비례대표 자질’ 등의 문제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후보자의 자질 등이 문제이지 비례대표제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례대표 정수를 축소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한 정치적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지역구 당선자의 정당과 정당별 지지도를 볼 때 도민들은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최선의 후보자가 있지만 득표율이 낮아 낙선할 것을 우려해 최악의 결정을 막기 위한 차선의 후보자를 선택하는 반증의 사례다.

다수결의 왜곡과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소수의 의견, 다양한 민의를 함의하기 위해서라도 비례대표제가 존재해야 하며 정수를 축소하기 보다는 확대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치권은 비례대표 확대를 포함해 도민사회에 더 나은 선거제도와 최대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 그리고 도민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과 같이 인구 증가로 늘려야하는 지역구를 위해 교육의원을 폐지해 늘릴지, 비례대표를 축소해 늘릴지 하는 단순한 사고방식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여론조사로 자신들의 입 맞에 맞춰 결론을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시대적 흐름의 역행임은 물론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아울러 기존 정치인과 정당들은 도민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비례대표에 대한 ‘돈 공천’, ‘끼리끼리 나눠먹기’, ‘비례대표 자질’ 등의 문제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정과 의회는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문근식 내딸에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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