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고 쫓겨나고…무늬만 합법인 푸드트럭

[좌승훈 칼럼] 청년 창업과 서민 규제 개혁의 상징이던 푸드트럭 사업이 헛바퀴만 돌고 있다. 푸드트럭은 이동용 음식 판매 자동차다. 정부는 2014년 도로교통법과 식품위생법,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푸드트럭 영업을 합법화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2000대 이상 창업・6000명 이상 일자리 창출하겠다던 정부의 장담과는 딴판이다.

푸드트럭이 제도권에 진입한 지 3년째인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제주도내에는 9대가 등록됐다. 연내 35대까지 확대한다지만, 당초 기대가 무색할 정도다.

# ‘돋보이는 규제 개혁’이라더니…구호만 요란

원희룡 도정은 2015년 12월 경제산업국이 추진했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푸드트럭 창업 지원을 규제 개혁 우수사례로 꼽았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돋보이는 규제 개혁’이라고도 했다.

작년 9월에는 ‘지방 규제 개혁 추진 토론회’를 열고 ‘도민들이 체감하는 규제 개혁’의 하나로 푸드트럭 지원 조례 연내 제정과 푸드트럭 창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구호만 요란했지 현장과는 엇박자다.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되고, 지원 조례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영업 허가는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김 모 씨는 서귀포시 인터넷 신문고에 푸드 트럭 영업과 관련해 3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서귀포시의 푸드트럭 영업자 모집과 관련해 자격을 서귀포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로 국한시킨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모두 제주도민인데, 왜 제주시・서귀포시를 구분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푸드트럭 영업장 부족도 꼬집었다. 그는 “차량 개조, 가스사용 승인 모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며 “그러나 푸드 트럭 영업자 모집이 매우 제한적이다 보니, 추첨에서 떨어지면, 푸드트럭 개조 차량을 마냥 놀릴 수도 없고, 불법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간에 포기하면, 푸드트럭 구입비와 개조 비용(300~5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는 “불법 영업 단속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단속을 해야 할 게 아닌가? 어디를 가나 단속이 심해, 매번 숨바꼭질에 벌금을 감당하는 것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제주도정은 푸드트럭 사업 추진에 대해 ‘도민들이 체감하는 규제 개혁’이니,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돋보이는 규제 개혁’ 우수사례로 꼽았으나, 정작 현장에선 헛바퀴만 돌고 있다.

# 제주시, 영업허가 고작 1곳 2대뿐 ‘헛바퀴’

그나마 서귀포시는 제주시보다 나은 편이다.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서귀포시가 허가를 내준 푸드트럭은 사려니 숲길 입구를 비롯해 9곳에 18대다.

반면 제주시는 단 1곳(제주 우당도서관 서측 부지)에 2대다. 인적이 뜸한 곳을 영업장소로 묶어놓다 보니,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결국 푸드트럭 업자들은 제주시에 대당 연 36만원의 자릿세를 내고도 영업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시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푸드트럭은 단속을 피해 게릴라식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당초 제주시가 푸드트럭 창업을 지원하겠다며 출범시킨 전담 TF(Task Force)팀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지금 상태로선 규제 개혁 취지가 무색하고, 지원 조례는 빛바랬다. 행정 의지마저 퇴색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푸드트럭 활성화 관건은 지자체의 의지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떠한가? 올해 3년째를 맞은 서울시 주관 ‘서울 밤도깨비 축제’는 지역축제와 문화공연, 푸드트럭이 결합해 지역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푸드트럭 허가 대수도 2015년 30대이던 것이 2016년 102대, 올해는 132대로 늘린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졸음쉼터(14개소) 또한 성공적인 사업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최대 2년 간 푸드트럭 사용료(월 10만원)와 장소 임대료(매출액 1∼3%)로 푸드 트럭 운영이 가능하며, 1일 매출이 35~9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청년 창업자에게 저렴하게 푸드트럭을 임대해 부담을 줄였으며, 안정적 매출로 자립 기반이 되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는 푸드트럭으로 기존 노점상을 대체하면서 강남대로 주변 4곳을 푸드트럭 존으로 지정, 푸드트럭이 이동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동영업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남문시장 인근 차 없는 거리에 푸드 트레일러를 도입‧임대해 청년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젊은 층과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푸드트럭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연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푸드트럭은 이처럼 축제결합형(서울시 밤도깨비 축제), 청년창업 지원형(고속도로 졸음쉼터), 노점상 대체형(서울시 서초구 이동영업). 전통시장 상생형(수원 남문시장) 등의 유형으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 이동영업 활성화, 수익성 있는 영업장 확대 ‘과제’

결국 푸드트럭 활성화의 관건은 지자체의 의지이며, 핵심은 기존 상권과의 ‘경쟁’이 아닌 ‘공존’이다.

먼저, 다른 곳의 예처럼 지역축제, 전통시장, 관광지와 연계해 푸드트럭 사업 모델을 적극 발굴・보급해 나가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행정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상권과의 갈등 조정 차원에서 영업 시간대를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 상인들의 영업이 끝난 시간대에 푸드트럭을 운영하도록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기존 음식점에 없는 메뉴를 개발해 차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존 상인들도 마냥 기득권(영업권) 침해만 주장할 게 아니라, 공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재능 있는 청년 푸드트럭 운영자와 길거리 공연, 기존 상권과의 성공적 결합은 단순히 먹거리가 아닌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좌승훈 주필.

게다가 방문객이 많아지면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클 것이다. 기존 상권과 푸드트럭이 윈-윈(win-win)하는 구조다.

지자체도 행정 편의와 소극 행정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기존 상권 반발만 내세울 게 아니라, 푸드트럭 규제완화가 탁상행정이 되지 않도록 지역 실정에 맞는 영업모델 발굴에 더 큰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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