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치 살릴 디자인·인문·환경 등 전문가 필요...도의회 조직개편안 혹평, “읍면동 강화방안 부족”

지난 12일 발표된 ‘민선5기 제주도정 조직개편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을 꼽으라면 ‘도시디자인본부’ 신설이다.

도시개발 계획 수립에 있어서 단순 개발을 벗어나 도시특성에 맞는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도시디자인본부가 이를 수행할 ‘싱크탱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서 신설이 알려진 후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일단 우근민 지사가 내세운 공약내용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우 지사는 ‘도시디자인본부’에서 진일보한 ‘디자인통합기획단 및 공공시설물 관리단’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알려진 내용에 의하면 ‘디자인통합기획단 및 공공시설물관리단’은 △도시경관 △가로경관 △제주형 건축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기존 도시건설방재국에 속한 도시계획과, 건설과 등과 별개 조직이 될 것으로 예견됐다.

조직개편 최종안에는 기존 도시계획과 업무에 디자인기획, 공공디자인 등의 업무가 추가된 수준으로 정리됐다. 이름만 바꿔 내실있는 정책추진이 가능하겠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인력편성’이다. 도시계획에 있어 공공디자인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토목·건설 외에 디자인, 인문,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진돼야 한다.

현재 도시건설방재국 내 대부분 인력은 토목, 건설분야로 편성됐다. 도시디자인본부가 되면서 부서 성격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획기적으로 배치될 것인가란 기대와 의문이 교차하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그동안 제주도 도시개발은 지역특성을 염두하지 않은 토목중심의 획일적 계획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현재 제주시 노형개발지구 등을 보면 과연 여기가 제주인지, 서울 분당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도시의 부피를 키우는 토목중심의 개발은 제주 고유 인문·역사의 가치가 살아있는 구도심 마저 침체시켜 버렸다”며 “공공디자인 부서를 만든다고 하지만 과연 도시디자인 부서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파격적인 인력배치가 가능할까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12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조직개편안 최종보고회’에서도 이어졌다.

장동훈 의원(한나라당)은 “우 지사가 공약으로 도시디자인 부서 설치를 약속했는데 현재 내용은 이름만 바꾼 짜맞추기 식에 불과하다”며 “도시 공공디자인 업무를 전담할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위원장도 “부서이름만 바꿀 것이 아니고 내용도 담보해야 한다”며 “도시계획과를 살리고 그 내에 디자인과 직제를 신설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제주도의원들은 조직개편안에 대해 “읍면동 기능을 제대로 강화하지 못했고, 도 본청의 조직만 불렸다”는 혹평을 내렸다.

장 의원은 “읍면동 기능강화 방안이 단순하다”며 “읍면동 기능강화 방안을 마련한 뒤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춘광 의원(민주당)은 “몇 개 부서를 조정하는 용역보고서라면 굳이 도민의 혈세를 들일 필요가 있나”고 문제삼은 뒤 “읍면동이 발전하지 않으면 제주발전도 없다. 자치행정국에 있던 특별자치마을만들기팀을 자유도시본부에 보내 기능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경식 의원(민주노동당)은 자연유산관리본부의 폐지에 대해 문제삼았다. 나아가 ‘환경·경제부지사’ 신설을 놓고 환경보전이 개발의 개념에서 판단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박원철 의원(민주당) 또한 “자연유산관리본부의 폐지가 4년 뒤 지질공원 재평가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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