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수사 보완해 13명 기소…88명은 징계 등 처분 요구
소방공무원들, 가로챈 세금으로 내부회식 및 행사로 ‘흥청망청’

[제주도민일보 DB] 제주 소방장비 납품 비리 공무원.

제주도내 소방장비 납품 비리 사건을 조사해온 검찰이 당초 경찰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집고 소방공무원 13명을 인지, 8명을 불구속 공판, 5명을 구약식 처분했다.

이와 함께 88명의 소방 공무원들에 대해선 행정당국에 징계를 요구해 제주사회에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를 수사한 경찰은 당초 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 13명을 기소할 것으로 결론 내렸다.

더욱이 이번 검찰 수사결과 비록 범죄구성 요건 등이 성립되지 않아 입건 또는 기소는 하지 않지만, 납품 과정상 행정절차 등 문제가 있는 소방공무원 88명에 대해서도 검찰이 행정당국에 처분을 요구해 제주도 공무원들의 무더기 징계 사태도 빚어질 공산이 커지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7일 브리핑을 열고 소방장비 납품 비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소방장비 구매 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 받아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유용한 소방공무원 13명을 인지, 17일 8명을 불구속 구공판, 5명을 구약식 처분했다.

또한 허위로 구매서류 작성 등에 관여한 나머지 소방공무원 88명에 대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비위 통보했다.

아울러 소방공무원들과 짜고 총 40건의 허위 소방장비 납품대금 약 1억원을 가로채 납품을 가장하기 위해 약 7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아 챙긴 소방장비 납품업자 1명을 지난 6월 2일 구속기소했다.

이번 소방 납품비리로 기소된 인원만 소방공무원과 납품업자 등 모두 14명에 이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소방장비 납품관련 금품수수 등으로 경찰에게 송치 받았던 소방공무원 H씨의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소방공무원들과 소방장비 납품업자의 소방장비 구매 과정을 조사해 왔다.

[제주도민일보] 제주소방공무원이 벌인 소방장비 납품 비리 사건 범행 구조도. / 자료=제주지방검찰청.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소방장비 납품업자 A씨(53)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허위 납품계약을 가장해 총 40여차례에 걸쳐 9600만원을 가로채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공급가액 합계 7억 2000만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혐의(조세범처벌법위반)도 있다. 검찰은 A씨를 지난 2월 14일 불구속 기소한 뒤 6월 2일 구속기소했다.

소방공무원(소방령)인 C씨(49)는 2013년 6월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해 47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허위공문서 작성, 행사)로 지난 6월 29일 불구속 기소됐다.

소방공무원(소방장)인 D씨(45)는 2013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허위 납품계약을 가장해 8회에 걸쳐 1500만원을 가로채고 허위 지출결의서 등을 작성해 행사한 혐의(사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17일 불구속 기소됐다.

소방공무원(소방위)인 E씨(42)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허위 납품계약을 가장해 4회 총 1250만원을 가로채고 허위 지출결의서 등을 작성한 행사(사기, 허위공문서 작성, 행사)한 혐의로 17일 기소됐다.

소방공무원(소방장)인 L씨(43)는 2013년 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허위 납품계약을 가장해 3회, 총 500만원을 가로채고 허위 지출결의서 등을 작성, 행사한 혐의(사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17일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특히 이번에 기소된 공무원들은 이 같이 가로챈 돈을 내부 회식비, 소방관서 각종 행사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검찰 조사결과 소방공무원들은 장비 확인이 어려운 로프, 공기 충전기 등과 같은 소모품을 주로 불법행위에 악용했으며 일선 119센터 근무자, 구매서류 등 결재, 감독자 등도 이 사건 비리 행태를 묵인하거나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 소방장비를 사비로 구입해 사용하는 등 열악한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은 오래 전부터 문제돼 왔으나 그 이면에는 소방서 예산장비 담당 소방공무원들의 구조적 비리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수사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연루됐음이 드러나 적정한 입건 범위나 처분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방검찰청은 검찰시민위원회 심의안건으로 회부해 심의를 벌이기도 했다.

심의위원들은 회의에서 “공무원으로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갖게 하는 사건이다. 그동안 소방관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해 국민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었는데 소방관들이 예산을 부풀려 이런 범행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수 없다”며 “배가 고프다고 절도를 하는건 안된다. 배가 고파도 절도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소방업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업무이므로 다른 공무원 범죄보다 더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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