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웅 (전)KC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성균관브랜드위원회 상임고문, 사회복지학박사)

‘인성(人性)’이 수반되지 않은 지식은 공허하고 지식 없는 ‘인성’은 맹목적이 되기 쉽다”라는 말이 있다.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도덕성이 상실됨에 따라 전통적 가치관이 붕괴된 매우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는 점점 어지러워지고 도덕성이란 가치는 돈이나 집과 같은 물질적인 가치보다 못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인성교육 강화라는 방향성이 교육정책에 반영되어 학계와 교육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효과적인 인성교육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성교육의 목적, 방법, 실제 등은 모두 서양의 이론과 학자들의 주장에 의해 유입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성교육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실제적인 효과도 크지 않아 보인다. 이에 우리의 전통적인 교육관에 중대한 영향을 끼쳐 온 유교 사상(儒敎 思想)을 활용한 인성교육에 관하여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 찾기가 활발해졌고, 그 결과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 법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가치관이 내재된 개인의 고유한 특성인 인성은 법적 규제가 쉽지 않고, 법에 의한 인성교육은 자칫 국가의 통제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진흥’에 초점을 둘 경우는 관련 기관간의 이권투쟁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 용어의 특성상 정의하기 쉽지 않은 개념 ‘인성’에 대해 법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인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적·사회적 요구를 무시할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서양 개념을 포괄하고, 인간 존엄과 가치·행복추구라는 헌법 이념을 근거로, 추구해야 할 인성을 도덕성(관계적 자아)과 개성(주체적 자아)을 핵심요소로 추출하였으며 유교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에 근거한 관계적 자아의 특성과 서구 민주주의에서 강조한 개인의 고유성 및 권리와 연계되는 개성으로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지향하는 가치 지향적 개념으로, 본질과 조건,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인성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인성교육이라는 말을 유학(儒學)적으로, 특히 사서(四書)의 하나인 <중용(中庸)>의 의미로 풀면 전혀 잘못된 말은 아니다. 인성교육은 고귀한 사람의 본성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드러내는 길을 틔우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의예지의 인성이 잘 발현이 될 수 있을까? 인의예지가 무엇인지 열심히 연구해서 이해하고, 구체적 실천지침을 만들어서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식의 인성교육을 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인간의 본래적 선함을 부정한 것이다. 외부로부터 어떤 새로운 지식이나 규율을 주입하거나 강요할 것이 없다. 이유인 즉, 직무든, 능률이든, 안전이든, 궁극적으로는 모두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CEO를 지낸 어떤 분이 ‘인성이 확실하다는 보장만 있다면 우선 채용대상’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배운 실무지식은 거의 무용하므로 어차피 직무교육은 입사 후에 다시 해야 하니 학교에서는 교양과 인성교육만 제대로 해준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목적은 단지 윗사람을 잘 따르고 체제에 순응하며 주어진 규칙과 예의를 잘 지키는 ‘착한 사람’을 만들려는 데 있지 않다. 남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하며[仁],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으며[義], 진심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알고[禮],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할 줄 아는 사람[智]이면 된다.

이러한 사람은 사회와 체제에 분명 협조적이겠지만 잘못된 상황에는 반기를 들 줄 안다.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바르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규칙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람들로 세워질 때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행복한 구성원이 많이 모인 조직이라야 궁극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유연웅 (전)KC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성균관브랜드위원회 상임고문, 사회복지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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