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대부고 곽현주·김나연양, 중2때 인연 학교도 함께 지원
성격 달라 '티격태격'해도 문제해결 호흡 척척…"우리는 친구"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지난달 30일 사대부고에서 1학년에 재학중인 곽현주양(아래)과 김나연양(위)을 만났다.

중학교에서 만난 이후 다리가 불편한 친구의 휠체어를 끌어주며 서로의 우정을 키우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끈끈한 우정을 더욱 돈독히 다지려고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인 제주사대부속고등학교로 함께 지원해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17살 동갑내기로 사대부고 1학년에 재학중인 곽현주양과 김나연양.

곽양과 김양은 중학교 시절 같은반 친구로 만나 우정을 싹 틔우게 됐다.

곽현주 양은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휠체어를 타고다니면서 생활이 힘들어 친구가 몇 없었다"며 "하지만 2학년이 돼서 나연이와 같은 반이 됐는데 함께 수행평가 파트너가 돼 그 이후 점점 친해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곽 양은 "나연이의 첫 인상은 '좀비'같았다.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에 두껍고 어두침침한 패딩을 입고 앉아 있었다"며 "수행평가를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억지로 말을 걸긴 했지만 나연이가 대답을 잘 하지 않아서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김 양과의 첫 만남을 묘사했다.

이에 김 양은 "저도 친구가 별로 없었다"며 "현주와 친구가 된 후 성격도 많이 변하고 지금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이가 된 것 같다"고 짧지만 애정이 담긴 말을 전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지난달 30일 사대부고에서 1학년에 재학중인 곽현주양(왼쪽)과 김나연양(오른쪽)을 만났다.

중학교 시절 서로에게 의지하며 동고동락을 함께한 이들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곽 양은 시설이 좋은 학교를 기준으로 학교를 정해야만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기에는 성적이 조금 낮아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진학 하려던 김 양은 이내 곽 양의 선택을 따라 사대부고에 원서를 넣었다.

김 양은 "그냥 제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편이라 현주가 있는 학교를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부모님은 무리해서 원서를 넣었다가 떨어지면 시외로 나가야 할 수도 있고 집이 옛 세무서 근처인데도 집에서 가까운 인문계를 뒤로하고 사대부고 간다는 것을 극구 반대하셨지만 제가 떼를 썼죠"라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이에 곽 양은 "집이 먼 데도 저의 선택을 따라 함께 고등학교에 진학해준 나연이에게 고맙다"며 "처음 입학할 때부터 저희의 사정을 이야기해 같은 반에 배정 받았다. 거의 두 달동안 등교시간에 나연이가 삼성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저희 집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저희 부모님 차를 타고 학교를 가서 저의 휠체어를 끌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곽 양은 "하지만 지금은 저희 집까지 걸어오는 것은 비효율적이어서 그냥 교문 앞에서 만난다"며 "아침마다 나연이가 학교에 있는 휠체어를 꺼내온다"고 덧붙였다.

시설이 좋기로 소문난 학교에 들어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은 문제가 있었고 두 학생은 함께 문제점을 찾아 개선을 위해 힘썼다고 했다.

곽 양은 "학교에서 휠체어를 탄 학생은 제가 처음이라 시설이 좋아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복도에 턱도 너무 많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휠체어를 마음대로 회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곽 양은 "이런 점들을 나연이와 함께 찾아내 학교에 건의를 해서 지금은 복도에 턱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양은 "교실과 엘리베이터 그리고 도움실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교실이 2층이면 바로 옆 계단 아래 도움실이 위치하는데 엘리베이터는 교실과 정 반대인 복도 끝에 있어서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며 "차라리 현주를 업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싶다"며 문제점을 또하나 제기했다.

이에 곽 양은 "이런 비효율적인 이동에 도움실 선생님께서 저를 배려해 할 이야기가 있을 때 전화를 하라고 하셨다"며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데 저만 배려받는 것 같아 번거로워도 나연이의 도움을 받아 오고 간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지난달 30일 사대부고에서 1학년에 재학중인 곽현주양(아래)과 김나연양(위)을 만났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두 학생은 서로를 애증의 관계라고 칭했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곽 양은 "나연이는 자기를 너무 안꾸민다. 신경을 아예 안쓴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도 입술이 다 튼 상태로 학교에 와서 제 립밤을 빌려줬는데 처음 발라본다고 어떻게 바르는 거냐고 묻더라"고 나무랐다.

이에 김 양은 "현주는 연예인을 엄청 좋아해서 방 안에 온통 연예인 사진이 붙어있고 중학교 때는 중국사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다. 저로써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취미활동"이라며 반박했다.

서로 성격이 정반대라고 주장하는 두 학생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둘이기도 했다.

곽 양은 "제가 항상 장난으로 나연이에게 시중을 들어달라고 하면 나연이는 저에게 소위 '갑질한다'라는 표현을 하며 '내가 너 시녀나?'하면서도 다 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김양에 대한 진심을 쑥스럽게 이야기 했다.

김 양은 "현주와 지내며 다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사교성도 생겼다. 싸울 때도 많지만 앞으로도 서로 도우면서 지냈으면 좋겠다"는 속마음도 털어놨다.

섬세하고 꽃을 좋아하는 곽현주양과 무덤덤하고 혼자만의 생각이 많은 김나연양,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는 17살 동갑내기 두 친구들의 서로 보듬는 우정이 어떤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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