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특성화고에선 지금…②]
제주고등학교 최보미·고정다운양과 문지혁군 8일 출국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에 제주 특성화고 중 유일하게 선발
12월8일까지 21주동안 시드니서 국제자격증 취득 훈련

좁은 취업문과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에다 덧붙여 다양한 스펙을 쌓아도 청년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대학을 졸업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도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뒤로하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꿈과 미래를 키워가는 제주지역 청소년들이 있다. 그 터전이 되고 있는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을 찾는 [제주지역 특성화고에선 지금]이란 기획을 5회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고등학교.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특성화고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에 제주도내 특성화 고등학교중 유일하게 제주고등학교 학생 3명이 선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실습하기 전에 국제자격증 취득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을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사업에서 학교에서 추천받은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중 자기주도학습 30시간 이상과 1단계 사전교육 126시간과 2단계 사전교육 113시간을 이수하고 최종적으로 아이엘츠(IELTS) 5.5점 이상(최고 9점)을 받은 제주고등학교 최보미 양, 고정다운 양, 문지혁 군 등 3명이 선발됐다.

선발된 제주고등학교 학생 3명은 8일 학생 비자로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오는 17일부터 12월8일까지 21주간 뉴사우스웨일즈 주립 기술전문대학(NSW TAFE)의 킹스우드 캠퍼스에서 관광서비스(Hospitality ⅳ)과정을 공부해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이후 학생들은 12월에 귀국, 졸업 후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으면 다시 출국해 호주 현지에서 해외취업도 할 수 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관광호텔경영과 3학년 최보미양(왼쪽) 관광조리과 3학년 고정다운양(가운데), 관광조리과 3학년 문지혁군(오른쪽)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제주고등학교에서 관광호텔경영과 3학년 최보미양, 관광조리과 3학년 고정다운양과 문지혁군을 만날 수 있었다.

관광호텔경영과를 전공한 3학년 최보미양은 중학교 시절 인문계 고등학교를 지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양은 “인문계는 야간자습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여가시간이 꽤 필요했던 저에게는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가 숙박업을 하고 계셔서 호텔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제주고등학교에 들어오게 됐다”고 진학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최 양은 “학교에서는 바리스타와 조주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호텔에 견학을 가서 손님 접대하는 것, 테이블 매너, 인사 방법과 같은 것을 배운다”며 “후에 이 분야에 취업을 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양은 또 “현재 ITQ 컴퓨터 자격증과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 조주 기능사 총 3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며 “특히 조주 기능사를 지도하시는 강희 선생님은 진로·진학상담도 적극적으로 해주시고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친구들을 위해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지도한 결과 90% 이상이 자격증 시험에 붙기도 했다”며 지도교사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내비췄다.

최 양은 아부다비(UAE)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최 양은 “지난해 국가대표 1차까지 붙었지만 아쉽게도 2차에서 떨어졌다. 요즘 영어가 필수니까 해외에 나가 견문을 더 넓히고 다녀와서 다시 준비를 하거나 스위스나 프랑스에 있는 직업전문학교에 진학해 더 자세히 배우고 싶다”고 이미 머릿속에 꼼꼼하게 그려넣고 있는 자신의 계획도 들려줬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고등학교 내에 있는 취업정보 게시판.

어릴 때부터 꿈이 요리사였다는 관광조리과 3학년 고정다운 양은 중학교 시절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을 알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지망했다.

고 양은 “요리사가 장래희망인 저에게는 꼭 해외에서 관련전공을 배워보는 게 꿈이었다”며 “조리과가 있는 제주고등학교에 진학해 글로벌 현장학습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저희 학년부터 갑자기 공인 외국어성적이라는 조건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 양은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위해 특성화고를 진학한 저로서는 노력하는 것만이 살길이었다”며 “학교에서 주말마다 6시간씩 원어민 선생님과 하는 수업 외에도 따로 어학원을 다니며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고 양은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요리대회에서 2번 수상했다. ‘해산물을 감싼 메밀전병’과 ‘한라봉 소스를 곁들인 비빔 메밀국수와 떡갈비’라는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며 “이 외에도 세계음식 탐방 동아리 활동도 했는데 동아리에 올해초 최정원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피드백도 많이 해주시고 동아리 내에서 친구들과의 요리 경연대회도 열어주신다”며 호텔조리과에 대한 애정도 내보였다.

고 양은 호주에서 21주간의 교육 이후에도 계속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고 양은 “조리과 특성상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교육을 받을 수가 없어서 이번엔 조리전공이 아닌 관광서비스 위주의 교육을 받게 된다”며 “이번 연수에서는 영어 실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이후에 저의 전공인 조리에 대한 교육도 호주에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관광조리과 3학년 문지혁 군은 캐나다 영주권을 따고 캐나다의 요리사를 꿈꾼다.

문 군은 “아버지가 음식업을 운영하셔서 자연스레 요리사라는 꿈을 키워왔다. 그래서 제주고등학교 호텔조리과에 진학하게 됐다”며 “최종 목표는 캐나다 영주권을 따서 그곳에서 요리사를 하는 것”이라고 진학 경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문 군은 “고등학생 대상 요리대회에 나가서 2번 수상을 했다. 제가 만들었던 요리는 ‘된장 베샤멜 소스를 곁들인 포크 룰라드’, ‘간장젤리로 덮은 떡갈비와 잣소스’, ‘성게알 아이올리 소스를곁들인 돔베고기와 쿠스쿠스’”라며 자신의 지난 활동을 소개했다.

또한 문 군은 “이번에 호주에 가서 연수를 이수하고 한국에 돌아와 캐나다에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해 힘쓸 예정”이라며 “특성화고는 인문계고보다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폭이 넓다. 호주, 싱가폴로의 어학연수 프로그램, 멘토 프로그램 그리고 모의면접도 자주 실시해 실전에 강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리과 학생들의 둔덕이 돼 주고 있는 최정원 선생님은 “저도 특성화고 출신이어서 학생들에게 제가 아쉬웠던 부분을 더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학생들이 제주고등학교를 빛내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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