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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뼈저린 아픔, 진혼곡으로”쓰레기 더미서 발견한 제주4.3진상보고서 “충격과 놀라움”
조지웅 도립합창단 전 지휘자, 진혼곡 곧 선보일 예정 주목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조지웅 제주도립합창단 전 지휘자(현 연구위원)가 5일 제주시내 한 커피숍에서 <제주도민일보>와 만나 제주4.3진혼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년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든 ‘진혼곡(레퀴엠)’이 준비되고 있다. 이르면 레퀴엠은 올 하반기 국내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4.3의 전국화와 세계화와 발맞춘 움직임이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제주4.3 진혼곡을 준비중인 이는 바로 조지웅 제주도립합창단 전 지휘자(현 연구위원). 그동안 제주지역의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그가 제주4.3에 눈을 뜬 건 지난 2012년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제주4.3진상보고서를 처음 접하면서부터.

그는 “제주에 내려오기 전에는 4.3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처음 제주에 내려와 살았던 한 아파트의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려져 있던 ‘제주4.3진상보고서’를 봤다. 딱딱하고 지루한 진상보고서를 이틀 만에 읽었는데 충격적이었고 놀라웠다”고 기억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조지웅 전 지휘자.

그런 그가 ‘제주4.3 진혼곡’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건 제주의 아픔과 역사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제주만의 색깔을 진혼곡에 담기 위해 3년전부터 전경숙 국립합창단 전임 작곡가와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 왔다. 전경숙 작곡가는 제주민요인 ‘너영나영’,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노래한 시에 멜로디를 입힌 ‘다랑쉬의 노래’ 등을 편곡해 제주에 대한 사랑을 입혔다.

조 전 지휘자는 “지금은 제주4.3진혼곡이 없기 때문에 서양곡을 연주하고 있다. 2014년에는 모차르트의 곡이, 2015년에는 브람스의 레퀴엠이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며 "그래서 제주만의 색채가 담긴 진혼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곡이라는 게 좋은 작품은 10회 이상 연주하면서 가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조 전 지휘자는 “전체 제주의 아픔이 담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제주 민요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글도 제주어, 표준어가 들어갈 예정이다. 필요하면 라틴어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지휘자는 진혼곡 제목도 생각해 뒀다. 그는 “내년이 제주4.3 70주년이니 만큼 올해는 작품을 발표한 뒤 내년에는 ‘제주4.3 평화와 상생을 위한 진혼곡’을 제주 무대에 올렸으면 좋겠다”며 “스토리 작업도 5분의 3은 이미 끝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진혼곡을 짓기 위해 조 전 지휘자는 제주4.3과 관련된 미술 전시회, 민요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제주 4.3연구에 활발한 활동을 해온 허영선 시인(전 기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는 “허영선 시인이 쓴 시를 4.3진혼곡 글로 차용하고 싶었다.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라는 책에 시간 흐름별로 정리를 잘 해놨더라”며 “제주4.3진혼곡에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얼마든지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4.3아카이브 전시를 봤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제주4.3이 미술계에선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왔지만, 음악으로는 승화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며 “미술은 시각예술이기 때문에 지속성은 있지만 음악은 그에 반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진혼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조지웅 제주도립합창단 전 지휘자(현 연구위원)가 5일 제주시내 한 커피숍에서 <제주도민일보>와 만나 제주4.3진혼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특히 “과거 제주도민들은 음악뿐만 아니라 4.3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꺼려했던 시대를 살아왔다. 이제는 음악으로 이야기 할 때”라며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래야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은 없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 제주를 떠나서도 꼭 하고 싶은 일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음악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4.3진혼곡을 짓는 것, 4.3의전국화‧세계화와도 맞물리는 것 같다. 음악을 통해 제주4.3의 아픔에 대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 일본의 쿠로시오 해류가 지나가는 지역에서 제주4.3과 비슷한 아픔이 있더라. 오키나와, 대만, 제주, 남중국해 여러 도시 등 본토에서 떨어진 섬에서 국가에 의한 일방적 폭력이 자행됐더라. 음악은 사람들끼리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픔과 기쁨을 공감, 공유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매개체이다. 마찬가지로 제주4.3과 같은 아픔을 겪었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제주4.3진혼곡을 듣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광주5.18민주화운동 하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주도민들은 4.3하면 ‘잠들지 않는 남도’라는 노래를 먼저 떠올린다. 제주4.3진혼곡은 ‘잠들지 않는 남도’와 다른가?

= 예를 들면 광주5.18민주항쟁을 주제로 수많은 영화가 나왔다. 반면 제주4.3의 역사가 깊고 상처가 큼에도 영화는 ‘지슬’, ‘오사카에서 온 편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우리가 4.3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는 민중가요다. 진혼곡은 제주4.3을 무대와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현실과 괴리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문화와 역사가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을 대표하는 진혼곡이 되기 위해선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 각계의 몫이 있다.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 제 상황이 여러 가지로 맞물려 있다보니 큰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곡가에게 지급해야 할 위촉료와 진혼곡을 무대에 올릴 공연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행정관청의 도움 없이는 어려움이 있다. 4.3진혼곡이 나오면 4.3평화재단 등 관계자들을 만나서 설득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제주4.3진혼곡에 대한 향후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 제주4.3진혼곡을 만들어서 서울에서부터 순회공연을 하고 싶다. 좋은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울림이 있는 성당, 교회 등 제3의 공연장에서 주말마다 제주4.3과 제주문화를 알리고 싶다. 내년 4.3 70주년에는 제주무대에도 올렸으면 좋겠다.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니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과 행정당국의 지원도 필요하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조지웅 제주도립합창단 전 지휘자(현 연구위원)가 5일 제주시내 한 커피숍에서 <제주도민일보>와 만나 제주4.3진혼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병근 기자  whiteworld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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