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운영하는 김남길씨

교통사고로 인한 5년간의 재활기간
우울증도 찾아왔지만 가족생각에 기운내
시골에 내려가 텃 밭 일구며 살고 싶어

제주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길씨(47·도련1동).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2년을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3년은 재활의 시기로 보냈다. 두딸은 점점 커나가는데 살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5년으로 인해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저 혼자면 길거리에서 무슨 일을 해서라도 먹고 살았겠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죠. 건강을 되찾게 되면서 일자리를 찾아나섰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일하면서 야간 대학이라도 다닐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는게 바쁘다 보니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고졸 학력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면서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지난 2000년 방송통신대에서 입학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힘을 얻었다고.

“직장을 갖기 어려우면 차라리 장사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됐죠. 그리고 2002년부터 우유대리점을 2년 정도 운영하고, 7년전부터 지금의 편의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7년전 도내 브랜드로 시작한 그의 편의점은 한달전 대기업 브랜드로 바뀌었다. 자리도 사람도 그대로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새단장 한 것이다.

“도내에 유명 편의점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도내 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죠. 무엇보다 소비자가 보다 다양한 먹거리와 상품을 갖춰 놓기에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이 수월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편의점을 시작한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보다 편의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어졌다. 그의 아내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늦둥이 셋째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편의점에 출근하면서 막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내와 저는 편의점에서 일하죠. 막내 아이는 학교를 마친 후 편의점에 와서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다가 저희랑 함께 집에 돌아가요. 그동안 편의점 일이 바빠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그의 큰딸과 둘째달은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도 공부를 곧잘 했다고. 큰딸은 학원 강사로 일하고 둘째딸은 의대에서 공부중이다. 그는 막내딸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제가 어려서 촌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스팔트만 있는 도시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열심히 하다보면 두 부부가 시골에 내려가 작은 텃 밭을 가꾸며 살날이 오겠죠”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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