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마사협회 제주지부 사무국장 전정유씨

깐깐한 성격에 가정보다 직장 우선해
가족들에게 대한 미안함 1년간 휴직도
협회일 시작하면서 장애인 인권 눈떠

전정유씨(45·연동)는 고등학생이던 1984년부터 시작한 금융기관 일을 1999년까지 계속했다.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자녀도 생겼다. 주로 경리 업무를 맡았던 그녀는 금융기관의 특성인 잦은 야근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미안함을 느끼게 됐다.

세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했던 그녀는 결국 북제주군 바르게살기위원회의 사무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월급은 적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다.

하지만 모든일에 적극적이던 그녀는 사무장 일을 하면서 점차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도 하고, 주말에도 단체 행사에 참가하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을 옮겼지만 어느샌가 또다시 자신의 일에 바빠진 것이다.

그러다 작년 초, 중학교 1학년이던 둘째 아이에게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못해준 만큼 남편이 대신한다고, 듬직한 큰딸이 동생들을 잘 돌봐준다고 믿었지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제가 어떤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대충대충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일을 하면서 남편이나 아이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둘째한테 그런 얘기들 듣고 보니 그동안 제가 너무 내 욕심만 부렸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죠”

직장은 그만뒀지만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일을 하지 않던 1년을 직장을 다닐때보다 오히려 더 바쁘게 지낸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잘 보지 못했던 신문과 책을 실컷 읽었다.

또 뭐든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교육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다. 1년간 워드프로세서·컴퓨터활용능력·노인요양사·전산회계 등 5개의 자격증으 취득했다고. 아이들에게도 따로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본 아이들이 알아서 엄마 옆에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렇게 1년 정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도 어느정도 안정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일을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노동부 워크넷을 통해 구직활동을 하던 그녀는 대한안마사협회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할 때는 잘 몰랐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됐죠. 그분들에게는 안마사 일은 생존권이나 다름 없어요. 다른 일을 찾는 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에요. 이러한 사정을 보다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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