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먹는 샘물 시장 경쟁 치열, 삼다수 점유율 계속 하락
신제품・신사업 개발, 시장예측 잇단 실패…관건은 실행력

[좌승훈 칼럼] 제주 삼다수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이하 JPDC)는 도내 많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 중 하나다. 제주지역 대표 지방공기업으로서 '제주 지하수 공수화(公水化)' 정책 속에 독점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도내에선 몇 안 되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도 한다.

제주 삼다수는 ‘국민의 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998년 3월 첫 출시 이후, 20년 가까이 국내 먹는 샘물시장에서 점유율 1위, 브랜드 선호도 1위, 고객 만족도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삼다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국내 먹는 샘물 시장 규모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 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삼다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 삼다수, 페트병 시장 점유율 48.8% 정점 후 41.5%로 추락

국내 먹물 샘물 시장은 판매경로에 따라 크게 페트병 시장과 대용량(말통) 시장으로 구분된다. 삼다수는 페트병 시장에 해당한다.

정보 분석기업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삼다수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9년 48.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삼다수 시장 점유율은 41.5%였다. 연초 45%에 육박하던 점유율이 9월 들어 35%까지 떨어졌다. 연말에는 삼다수 출시 이후 첫 할인 행사라는 고육책까지 썼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2015년의 45.1%에 비해 무려 3.6% 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은 참살이(well-being) 바람을 타고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6000억원 규모이던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은 2015년 6400억원, 그리고 2016년에는 전년보다 15.5%나 오른 7400억원 규모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0년께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다수 점유율 하락세는 이처럼 시장 규모 확장세 속에 이뤄진 결과라 위기감이 더 크다.

더욱이,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해양심층수, 탄산수, 빙하수, 수소수 등의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다, 수입 생수 시장 확대도 눈길을 끈다. 동북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 남태평양 피지에서도 수입된다. 수입 대상국이 20개국 가까이 된다고 한다. 향후 시장 경쟁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증거다.

삼다수, 제주감귤, 삼다수녹차, 한라수 제품.

# 지하수 공수화 정책…독점적・우월적 구도 속 안정적 성장세 구가

사실, 삼다수가 그동안 국내 먹는 샘물시장의 선두주자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공수화’영향이 컸다.

1995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은 대기업이 제주 지하수를 이용한 먹는 샘물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없도록 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내국인 면세점’에 비유될 정도로 독점적・우월적 위치에서 장사를 해왔다.

호기(豪氣)도 부렸다. 미국 호접란(胡蝶蘭) 수출사업을 비롯해 삼다수 녹차, 한라수, 크래프트(craft) 맥주사업의 잇단 실패는 부실한 경영과 방만한 운영의 대표적 결과다. 사업성 분석과 시장 예측이 빗나간 경우다.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혈세와 행정력 낭비를 가져왔다.

# 호접란, 삼다수 녹차, 한라수, 크래프트 맥주 잇단 실패. 책임은?

호접란 사업은 제주도가 지난 2000년 감귤을 대체할 작목으로 호접란을 선정하고 ㈜제주교역이 대행하던 사업이다. 그러나 2004년 JPDC가 위탁운영을 맡기 이전까지 51억5900만원의 적자가 났다. 이후 JPDC도 “적자 누적과 공사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행정자치부의 경영개선 명령에 의해 2015년 12월 호접란 농장을 매각하기까지 1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했다.

제주 삼다수 녹차는 2006년 7월 출시됐다. JPDC는 이를 위해 16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감귤음료 가공공장에 녹차 음료 생산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홍보와 마케팅 부족으로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프리미엄 생수를 표방했던 한라수는 2013년 4월 출시됐다. 그러나 2년 만인 2015년 3월 생산을 접었다. 기존 삼다수 생산라인과 작업 동선이 감안되지 않은 채 도입됨으로써 삼다수 생산성을 떨어뜨린 데다, 생산과 유통에 번거로운 실용성 없는 용기 디자인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한라수 판매실적도 2년 간 고작 82t에 불과했다. 한라수 생산 설비 24억7000만원, 브랜드 개발비 8억원, 홍보 1억8600만원에 직접 생산비 등을 감안하면, 6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용역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 난 크래프트 맥주사업도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맥주회사와 합작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협약 체결에 따른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5억원의 위약금도 배상했다. 이에 앞서 도의원들이 사업성에 대해 잇단 의문을 제기하자, JPDC측은 “맥주 뿐만 아니라, 닭과 돼지고기 같은 안주도 팔기 때문에 농가에도 도움이 된다”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 행복주택, 사업 영역 확대…2017~2019년 1279세대 공급 예정

JPDC는 올해부터 주택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예전에 연산홍・수선화아파트를 공급했던 제주도・제주시 공영개발단과 같은 역할이다. 다르다면, ‘행복주택(디딤돌주택)’이다. JPDC는 2017~2019년에 ‘제주아라’를 시작으로 10개 지역에 총 1273세대의 행복주택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이 주변 시세보다 20~40% 싼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물론 그동안 삼다수 사업에 주력해온 JPDC가 실적이 전무한 주택건설 분야의 공공 임대주택 개발 주체로 선정된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 전문 경영인 출신 오경수 사장 취임 “구체적 결과로 보여줄 때”

JPDC는 최근 재공모 진통 끝에 전문 경영인 출신의 제10대 사장을 선임했다. 삼성물산 기획실 정보전략팀장, 삼성그룹 미주 본사(뉴욕) 정보총괄 부장,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현대정보통신 대표이사,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등을 지낸 오경수 사장이다.

IT 보안 분야 전문가이나, 오랫동안 대기업에서 경영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책임경영이 몸에 밴 그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이제는 노력이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할 때다. 구체적 실행력을 바탕으로 최고 경영자의 경영의지와 비전이 조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시너지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그동안 JPDC 역대 사장 누구나 책임경영・혁신경영을 통해 삼다수 시장 점유율과 수출시장 확대, 신제품・신사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깃발과 구호만 요란했다. 청사진은 장밋빛이었고, 결과는 초라했다. 구체적인 성과나 진전이 없다 보니, 매번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앞서 발표한 것을 재탕, 삼탕하거나 무늬만 슬쩍 바꿔서 내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다분히 명분용 용역도 잇따랐다. 유통부문만 하더라도 당장 눈에 띄는 것으로 ‘JPDC 주도형 물류운영 전략수립 용역’(2015), ‘삼다수 유통 혁신 방안 연구 용역’(2015), ‘삼다수 유통 최적화 방안 연구용역’(2011년), ‘삼다수 유통채널 및 물류혁신 전략 수립 컨설팅 연구용역’(2007) 등이 있다. 직무분석과 직급체계 개편 용역(2015년)도 있다. 이는 불과 9개월 전 제주도가 발주했던 JPDC 조직 진단 내용과 유사했다.

적어도 삼다수 유통과 조직에 대해서는 JPDC 임직원들이 외부 용역기관보다 더 전문가일 수 있다. 임직원 스스로 전문성을 키워 타당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JPDC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대부분 고위 공직자 출신이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사업 추진에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게다가 잇단 사업 실패에도 누군가 책임을 졌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어김없이 궁색한 변명과 단기적 처방뿐이었다.

좌승훈 주필.

도민들이 이번 JPDC의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으로, 종래 구태의연한 경영풍토 개선에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제나 봄날은 없다. 달리 방법도 없다. 부실 경영이니, 방만 경영이니, 그동안 JPDC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떳떳하게 떨쳐내려면, 내실경영・책임경영을 통해 손에 잡히는 성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도민들의 신뢰를 얻는다. JPDC의 거듭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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