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과 높은 분양가격이 미분양 주원인

[좌승훈 칼럼] 제주지역경제를 떠받쳐 온 부동산시장이 거품 붕괴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주택시장은 완전히 맥이 빠졌다.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올 들어 도내에 새로 분양된 10개 아파트 단지 중 매진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불과 6개월 전, 제주시 도남동 ‘해모로리치힐’ 청약 경쟁률이 평균 130대1, 최고 212대1을 기록한 것과는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분양률을 따지는 게 아니라 계약률이 중요해졌다.

# 미분양 914가구 ‘가파른 증가세’…공급 과잉도 ‘악재’

제주도내 미분양 물량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271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올 1월 353가구, 2월 446가구, 3월 735가구에 이어, 지난 4월 말로 무려 914가구를 기록했다. 2013년 7월 684가구 이후 ‘최대치’다.

주택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30가구 미만의 다세대・연립・아파트를 통계에 포함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시행사가 임직원 또는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대물 물량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분양 물량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데도, 공급은 되레 더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동안 도내에서 분양 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은 총 853가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5%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 해소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래.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제주시지역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공급 물량을 조정해야 하는 지역이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한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앞으로 분양에 필요한 분양보증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미분양이 많아 공급 물량을 줄여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녹록치 않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각종 개발바람을 타고 제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2015년 12월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후폭풍과 중국 외환관리국의 외환 규제 정책으로 인해 제주 부동산시장의 ‘큰 손’이던 중국인 투자가 한 풀 꺾인 데다, 도내 순유입 인구(전입에서 전출을 뺀 인구) 증가세도 수그러드는 추세다.

게다가 주택 담보 대출의 핵심 요건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완화 조치가 오는 7월 말로 종료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LTV는 5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올렸던 게 다시 원상태로 돌려진다. 과도한 가계 빚을 근본적으로 잡기 위해 LTV과 DTI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새 정부의 시각이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행태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미분양 문제는 결국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합리적인 분양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개한 4월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제주지역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당 332만원이다. 전국 평균치인 294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9.59% 오른 것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투기성 가수요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제주도내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당 271만원으로, 전국 평균(278만원)보다 낮았었다.

미분양 물량이 넘치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가져온다. 이는 지역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된다.

부동산 거래.

# 가수요로 현재 집값은 명백한 거품…가격조정 불가피

미분양 주택 급증의 주원인은 공급과잉과 고분양가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건설사에 있다.

주택경기 호황만 믿고 제대로 된 수요예측 없이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한 탓이 크다. 높은 분양가와 함께 실수요자와 동떨어진 큰 평형 위주의 공급도 한몫했다. 각종 정책 지원에 앞서 업계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업계 스스로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공급물량 조절에 나서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적용해 공급 물량 조절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

좌승훈 주필.

분명한 것은 현재 상황은 과도하게 부풀었던 집값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오름세가 매우 컸던 탓에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시장은 뜨거워도 차가워도 안 된다. 지금은 무대책이 상책일 수 있다.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주택 경기가 조금 식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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