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대정 농민, “인력 필요시 반장에 100만원 추가비용 부담”
농민들, “숙련 안 된 인부로 작업 지연, 인원만 채워 돈만 챙겨”
관계당국 관심·대책 필요…“농협이 나서 인력 시장 견제 마땅”

[제주도민일보 DB] 본격적인 마늘 수확철이 다가오자 제주 농촌지역에 인력난으로 인한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지난해 테크노파크 임직원들이 마을 수확현장에서 봉사활동 중인 모습.

제주 농촌지역에 갈수록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해 인건비와 별도로 과도한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 농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제주지역에 본격적인 마늘 수확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인력난과 함께 인력사무소들의 ‘갑질횡포’에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인력사무소 측이 농민들에게 부당한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농민들은 인력을 구하기조차 힘들어 인력사무소 측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농민들은 “이 정도 되면 인력사무소 측의 ‘갑질횡포’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마늘 수확 시기가 도래하자 농촌에 인력을 공급하는 인력사무소 측 반장들이 인력 공급을 이유로 1만평 기준 1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농민들은 “인력난을 틈타 반장들의 갑질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실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지급되면 문제가 아닌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농산물 정식, 비료 시비, 수확 등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반장들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송모씨는 “반장들의 하루 인건비는 7만5000원 수준이다. 여기에는 기름값 5만원이 제외된 금액이다. 근데 이 외에 반장들이 프리미엄으로 1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농민들은 일할 사람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 돈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농민 송씨는 “실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중간에 반장과 인력사무소 측에 빠지는 돈이 너무 많다”며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반장과 인력사무소 측이 ‘마름’역할을 하며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악용해 돈을 착취하고 있”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 DB] 지난해 양파 수확중인 여성농민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농촌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되고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면서 ‘숙련노동자’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민들은 더 많은 인건비를 들여야 하는 악순환을 매년 겪고 있다. 

농민 성모씨는 “일을 잘하건 못하건 인력사무소 측은 사람 수만 맞춰서 보내 돈만 받아가기 일쑤다. 더욱이 오후 4시30분이면 일을 마치고 그대로 떠나버리고 만다. '조금만 더하면 마무리 할 수 있는데 조금만 더 해주지'라는 아쉬움이 들때도 많다”며 “결국 하루 걸릴 일이 하루를 넘기거나 이틀이 걸리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수눌음으로 농촌 일을 해결했지만 요즘은 아파트에 인부가 있는 상황이다. 농사 짓는 게 죄인 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대정읍 이모씨도 “인건비 외에 100만원을 추가로 들여야 해서 부담은 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부들이 와서 일을 해주면 좋은데 그 돈을 받고도 일을 하러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인부를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씁쓸해 했다.

안덕면 농민 고모씨는 “농촌에 사람이 없어 이 마저도 아쉬워서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제주지역 인력이 공사현장에 집중되면서 농촌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인력문제가 시장상황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매번 반복되는 농촌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농협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시 문모씨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농협이 나서서 인력 시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농협이 공룡처럼 사업을 확장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유소, 농약, 비료, 하나로마트 등 각종 사업을 벌여 시장 가격을 낮추는 순기능적 역할을 해왔다. 마찬가지로 농협이 인력중개 사업을 시작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을 인부들에게 다시 나눠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사철이 되면 매번 반복되는 인력난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대한 관계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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