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8>핀란드 교육, 제주 교육
경쟁 아닌 협력을 말하다
가장 많은 예산 사람에게 투자

‘핀란드 교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진보 교육감 등을 중심으로 ‘핀란드 교육’을 이상향으로 거론, 이 중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적극 살피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교육 1위=삶의 질 1위’라는 등식에 주목하고 있다. 100% 무상교육·무상급식···. 혹자는 핀란드 교육을 ‘꿈의 교육’이라고 칭한다.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핀란드 학부모가 부럽다.

청정 자연환경 살기좋은 제주, 학업성취도 전국 1위임을 자부하는 제주 교육. 하지만 아이들과 학부모의 행복 지수가 1위라는데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안승문 21세기교육연구원 준비위원장은 “특별자치도 제주에서 핀란드 교육의 실현”을 제안한다. 안 위원장은 지난 5일 제주교육박물관에서 열린 교육 포럼에서 “핀란드 교육을 통해 본 제주 교육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 뉴시스
△경쟁 아닌 협력으로 이룬 핀란드 교육의 성공
핀란드는 북부 유럽의 스웨덴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잡은 인구 530만명의 작은 나라다. 700년간의 식민지 지배 역사 속에서 남은 건 적은 자원과 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땅덩어리 그뿐이었다. 국가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의 가장 큰 자원은 바로 사람. 핀란드는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을 키워야 했다.

1960년대부터 경쟁교육이 아닌 보편적 교육을 목표로 한 실험이 시작됐다.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같은 배를 탄 학생들이 모두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게 하는 실험. 그 첫 방점은 1985년 우열반 폐지를 꼽는다.

당시 영국과 미국 등 수많은 나라가 선택한 ‘실용적’인 교육방법은 ‘경쟁’이었다. 그러나 핀란드는 경쟁이 아닌 협동을 교육의 최대 목표로 삼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원칙은 깨지지 않았다. 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기존 제도를 고수하려는 기득권층과도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 결과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 치밀하게 계획되고 70~80년대부터 범국민적인 합의속에 추진된 개혁이었다.

“경쟁은 경쟁을 낳아 결국 유치원생까지 경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설득시켰다.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과정이다. 그리고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다”(에르끼 아호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

핀란드 학교 교실엔 빈부 격차도 선행시험도, 등수도 없다. 성적표엔 등수 대신 각자의 수준에 맞게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가 표시된다. 경쟁 대상은 친구가 아니라 아이들 자신이다.

경쟁 없는 핀란드 교육이 내놓는 성과는 놀랍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ㆍ이하 PISA)’ 결과 1위,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 교육경쟁력 1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다. PISA가 3년마다 이뤄지는 조사에서 핀란드는 첫 조사가 이뤄진 2000년 이후 2003년, 2006년까지 계속 여러 과목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무엇이 다를까
핀란드 교육의 핵심엔 ‘통합교육’이 있다.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물론 특수교육이 요구되는 학생까지도 같은 학습집단 안에서 통합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안 위원장은 핀란드 교육의 주요 특징으로 몇가지를 꼽았다.

핀란드 정부가 1972년부터 도입한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 제도가 대표적이다.

종합학교는 7세~15세에 이르는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을 한 캠퍼스에서 가르친다. 한 캠퍼스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것 뿐만 아니라 학급도 무학년제(none-graded system, mixed age group)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공통된 주제로 담임교사에게 프로젝트 학습 주제를 부여받아 수행한다.

또한 영재 학생과 보통 학생,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한다. 종합학교의 강점은 ‘경쟁보다 협력’, ‘의미 있는 타인과의 도움을 주고받기’ 등 학습과 사회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핀란드 어디에서나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질집단 편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교육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부의 효율성에 주목받는다. 2003년 PISA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1일 공부시간(평일 기준)이 8시간55분으로, 핀란드(4시간22분)보다 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하루 중 학습에 투여한 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핀란드 학생들은 학습하는 시간이 가장 적다.

핀란드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할때 좋은 학습 효과가 보장된다고 믿는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 생활중에도 휴식시간이며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을 제외하고는 밖으로 뛰어나가 놀도록 한다.

무엇보다 핀란드는 가장 많은 예산을 사람에게 투자한다. 거주지, 경제적인 형편, 성이나 모국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질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한다. 유치원에서 박사학위까지 100% 무상교육ㆍ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특별한 제주 교육을 바라며
안 위원장은 “핀란드 교육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며 “특별자치도 제주에서의 실현 가능성”을 점쳤다.

천혜의 자연환경, 적정한 학교수, 특별자치도로서의 자율성 등을 기반으로 ‘제주형 핀란드 교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제주도는 0∼5세를 대상으로 한 무상보육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실시, 2014년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국 광역단체 최초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제정,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안 위원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흐름은 개인·가족의 몫이었다.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이 모두 아이·부모에게 있다. 특별자치도를 전향적으로 활용, 제주도가 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고은 아라중 학부모는 “때가 되면 유치원을 무상으로 들어가고 경쟁없이 대학까지 보낼수 있는 핀란드 교육은 꿈같은 얘기”라며 “조금 시간이 걸려도 제주 교육에서 검토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한계점도 있다.

김민호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는 “세제 부담과 교원의 실질적 참여, 사회적 개혁 없이 교육개혁의 가능성 등에 비춰 제주교육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분명 핀란드 교육에서 시사하는 점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희 기자 noke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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