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확장・세불리기…향후 제주 정치지형 변화 영향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정치판 냉혹한 현실 반영

[좌승훈 칼럼] 제주도내 각 정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5・9 대선 선대위는 내년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 구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다.

지방선거 입후보 예상자들이 각 정당 선대위에 대거 합류하면서 일찌감치 치열한 공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광역 단체장 선거든, 지방의원 선거든, 이들에게는 이번 대선이 지방선거를 향한 징검다리나 다름없다. 현재 이들은 각 선대위에서 참모나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각 정당들도 대선이 끝난 후 시작될 지방선거 국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 지역 내 유력 인사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각 분야의 인재를 골고루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연 확장을 위한 각 캠프의 세 불리기가 향후 제주 정치지형 판도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대선 선대위 구성은 지방선거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각 선대위마다 지역에서 이름을 꽤나 알린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선점의 의미도 있다.

향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당 공헌도나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몸값이 달라질 인사들도 많다. 당장 대선 승패여부보다 향후 지방선거와 관련해 당내 입지나 향후 역할에 의미를 둔 경우다.

특히 선대위 구성에 따른 지역 내 유력인사들의 행보를 보면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판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당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노선 변경이 자칫하면 의리 없는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그러나 이들도 할 말이 있다. 이들은 “당적 고수 소신보다는 지역발전이라는 가치가 더 우선”이라고 강변한다. 

자유한국당에 둥지 튼 신․우 전 지사…지사 선거 판세 변수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신구범 전 지사는 지난 4월 2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당직은 도당 상임 고문이다.

우근민 전 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10일 자유한국당 중앙당 선거대책위 고문으로 위촉됐다. 숙명의 라이벌인 신・우 전 지사가 뜻을 같이하게 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반면, 김태환 전 지사는 지난 3월 10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2010년 도지사 선거 불출마 선언 후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져온 그다. 크든 적든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내년 도지사 선거에 재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원희룡 지사는 지난 1월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탈당,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원 지사 측근인 박정하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이기재 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각각 바른정당 중앙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향후 신・우 전 지사가 자유한국당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제주도지사 선거에 가세한다면, 2선 도전에 나서는 원희룡 지사에게는 악재일 수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다져온 두 전직 지사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구도대로라면,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표도 갈릴 수밖에 없다.

이는 내심 더불어민주당이 반기는 구도가 된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제주지역 정치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실제로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지역 내 유력 인사들의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지역 내 유력인사들이 다수 합류했다.

더욱이 지금의 민심은 탄핵 정국에서 다져졌기 때문에, 과거 열린우리당이 돌풍을 일으켰다가 꺼질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김우남・박희수・문대림, 대선 통해 정치 재기 모색

현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에는 지난 4·13 총선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던 김우남 전 국회의원이 도당 상임 공동 선대위원장을, 박희수·문대림 전 도의회 의장은 각각 도당 총괄본부장과 중앙선대위 조직관리실장을 맡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선 기여도에 따라 정치 재기의 발판일 수 있다. 이들 모두 내년 도지사 선거 후보군에 자천타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현역 의원 정당 구도도 크게 달라졌다. 기존 41명의 도의원 중 새누리당 18명, 더불어민주당 16명, 무소속 2명, 교육의원 5명 순이었으나, 원내 1당이던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지면서 더불어민주당 16명, 바른정당 13명, 자유한국당 5명(지역구 1명・비례대표 4명), 무소속 2명, 교육의원 5명 순으로 바뀌었다.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바른정당으로 옮긴 것은 향후 선거 구도와 관련해 현직인 원희룡 지사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 4・13 총선에서 이른바 ‘원희룡’ 마케팅을 했던 부상일・현덕규 변호사의 행보도 눈에 띤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주시 을 선거구에서 출마했던 부상일 변호사는 바른정당으로, 현덕규 변호사는 늘푸른한국당 제주도당 위원장으로, 대선을 앞두고는 국민의당 제주시 을 지역위원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한때 동지에서 정적으로 바뀐 구체적인 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1년 이상 남은 지방선거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되는 현상은 지방자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좌승훈 주필.

또한, 대선 이후, 각 후보별 지지도에 따라 기존 정당의 지형도가 재편될 수도 있다. 섣부른 예단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분명한 것은 선거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꿔야 한다는 세력 간의 대결이라는 점이다. 싫든 좋든 간에, 지방 정치권의 복잡한 수읽기와 잠재 후보군의 물밑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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