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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들의 '나를 위한' 유럽 여행[인터뷰]유럽 여행을 꿈꾼 그들의 이야기

'내가 대학을 왜 다니고 있는거지?'
'내 인생,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내 꿈을 위해 난 지금 뭘 하고 있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혹은 현재 던지고 있는 질문들일 것이다.

인생에서 오롯이 내가 주인이 돼 삶을 마주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항상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맞지 않는 옷 속에 '나'를 욱여넣었다.

20년 인생을 그렇게 살다 대학생이 돼 '나의 삶'을 살아보려하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 조차 힘이 든다.

선택의 기로에 선 그들 중 '내 인생', '내 삶',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 유럽으로 떠난 대학생들이 있다.

막막한 현실에서 용기있는 도전을 실현하고 있는 3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파리 센강 앞에 서 있는 진주화(23)씨.

대학교에 재학하며 자신이 학교를 왜 다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할 시간이 없었다는 진주화(23)씨는 휴학을 결심했다.

"나를 돌아 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뭘 위해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목표가 없으니 시간도 흥청망청 쓰게되고 이렇게 가다가는 얻는 것 없이 졸업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휴학을 해서 뭐라도 해보자 결심하게 됐죠"

그녀의 마음 속 한구석에 항상 '유럽 여행'이라는 동경의 대상이 있었다고 한다. 큰 목표는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는 그녀.

결심을 굳힌 그녀는 휴학계를 내고 8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500만원을 모았다. 여행을 떠나기 한달 전까지 긴장감에 시달려 비행기표를 취소할까도 여러번 고민 했었다. 하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끝내 비행기에 올라탔다.

"정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똑같이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 그 곳에서 만났던 소매치기, 술주정뱅이 아저씨, 집시들이 무섭게만 느껴졌어요. 그런데 어느새 제가 되게 대담하게 행동하고 있었어요. 여행도중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언행에도 당당히 맞서 싸웠죠. 제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겁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모습에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정말 협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구체적인 꿈도 하나 없이 무작정 안정된 직장만을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유럽의 한 대학가를 돌아다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낭만'이라는 단어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그 곳의 사람들의 여유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행복들이 저를 참 많이 변화하게 했던 것 같아요"

자신을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한국에 돌아오며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 보다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래서 경희대학교에서 학점교류를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또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중입니다.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져서 가장 먼저 사귄 친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외국인일 정도로요"

실제 여행경비로는 400만원이라는 적은 액수를 들고 두 달동안 9개국 14개의 도시를 돌아다닌 그녀는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지역의 한 해변에서 점프를 하고 있는 김민규(25)씨와 친구들.

대학생활에서의 '추억 만들기'가 필요했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도전'에 갈증을 느끼던 김민규(25)씨는 친한친구 3명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로서는 유럽이라는 큰 대륙에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죠. 친구들과 대략적인 계획은 세우고 갔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술술 풀리지는 않더라고요. 어떤날에는 계획이 틀어져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기도 했고, 2~3일을 식빵으로만 버틴 적도 있어요. 아, 그리고 공항 노숙도 해봤죠"

친구들과의 여행에 기대만을 안고 갔던 그는 여행기간동안 겪은 많은 시행착오에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런 힘든 일들이 있어서 시간이 흘렀을 때 더 값진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여행을 다니며 손해를 본 적도 있어요. 근데 그런 일들을 겪고 나니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가 아니라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갔던 한 친구는 그 이후에 영어를 배우겠다고 필리핀으로 떠나기도 했다니까요"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꿈이 딱 생기거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졌다고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 열린 마음이 생겼고 직업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달라졌어요. 저희 또래 친구들만 봐도 안정적인 직장, 돈 많이버는 직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제가 유럽에서 봤던 현지인들은 정말 자신의 일에 미쳐있다고 해야하나. 행복해 보였어요. 마흔이 넘은 나이에 홀서빙을 해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게 딱 보였거든요"

그는 많은 대학생들이 밖으로 나가 직접 경험해보고 체험해보고 느껴볼 것을 권유했다.

"아름다운 건물들과 환상적인 야경, 자유로운 분위기 정말 가봐야지만 느낄 수 있는 그것들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을 할까요. '가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떠났으면 좋겠어요"

김 군은 실비용 400만원으로 약 53일간 7개국을 여행했다. 그는 오늘도 여유와 열정을 마음에 품고 영어 책을 펼친다.

축구 경기장에서 차범근씨와 사진을 찍은 허윤수(27)씨.

휴학을 해 돈을 몹고 한 달간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허윤수(27)씨는 계획이 무너져버렸던 경험에 대해 털어놨다.

"처음 여행을 계획하고 바로 휴학을 해 10개월 동안 알바를 했어요. 영화관, 귤 따기, 촬영. 정말 열심히 돈을 모았죠. 하지만 제가 휴학을 한 동안 제 친구들은 모두 취업의 시기에 놓여졌죠. 소방공무원, 간호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시간이 흐를 수록 저희의 계획은 흐지부지 되가는데 가자고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릴 수가 없더라고요. 친구들에게는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거잖아요"

그는 친구들이 못간다면 혼자라도 갈까 생각을 했지만 추억을 남기기엔 혼자 여행에 한계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이내 포기했다.

"하지만 저는 좀 달랐거든요. 저는 먹고 사는 문제가 유럽에 달려 있었어요. 제 꿈이 '스포츠 기자'예요. 축구가 너무 좋아서, 스포츠가 너무 좋아서 생긴 저의 꿈인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민이 많아졌어요. 이상적인 직업과 현실적인 직업 사이에서 저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어요"

그는 단지 유럽의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기 위한 도전이 아니었다고 했다. 유럽에서 개최되는 축구 경기 일정에 맞춰 현장감을 느끼고 그 속에서 '가슴 뜀'을 다시 느껴보기 위함이었다고.

"보통 대학생들을 보면 3학년, 4학년 올라갈 때 쯤에 휴학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뭔가 하려고 휴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뭘 해야하지라는 막막함에 학생 신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도피성 유학을 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그런 시기에 놓인 친구들이 유럽에 갔으면 좋겠어요. 그 곳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거든요"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는 홀로 또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새해에는 정말 유럽으로 떠난다.

대한민국의 취업의 관문은 점점 좁아지고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경쟁은 나날이 뜨거워져만 간다. 모두가 자격증 공부를 위해 힘쓸 때, 역행 열차에 몸을 싣는 그들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송민경 기자  aslrud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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