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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구상권 철회는 상생과 통합의 메시지구상금 청구 소송 계속 되는 한 갈등 해결 먼 길
민・정 협의체 발족…범정부 차원 결단 이뤄져야
섣부른 기대 금물…갈등관리 역량 본격 시험대에

[좌승훈 칼럼]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求償權)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이유는 명확히 나와 있다. 구상금 청구 소송이 지속되는 한 갈등 해결은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이 끝나더라도, 장기간의 재판으로 패인 갈등의 골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해군은 2015년 8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판정을 통해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비용으로 해군기지 항만 1공구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에 대해 273억 원(이자 포함)을 물어줬다.

해군은 이 가운데 주민과 활동가, 단체들의 불법 행위로 공사가 지연됐다며 34억4,800만 원의 구상금을 개인 116명과 5개 단체(강정마을회,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개척자들, 생명평화결사, 제주참여환경연대)에 청구했다.

청구 대상은 가~라 군으로 분류되었으며, 가군(26명・5개 단체 31억4,800만원), 나군(32명・2억 원), 다군(32명・9,000만 원), 라군(26명・1,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마을 주민은 38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지 활동가다. 단체 중 공사 착공 초기부터 반대활동을 적극 전개했던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비롯해 ‘개척자들’, ‘생명평화결사’도 외부 세력이다.

구상금은 이 뿐 만 아니다. 항만 2공구 시공사인 대림산업도 현재 중재 절차를 밟고 있다. 대림산업이 국가에 청구한 손해 배상액은 231억 원이다. 삼성물산도 2차 배상 청구를 추진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2차 구상권 청구가 예고되고 있다.

해군은 구상금 청구가 공사를 방해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법적인 절차라며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해 배상금으로 혈세가 투입되다 보니, 해군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민일보DB] 지난해 3월 제주도청 앞에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항의하는 강정마을 주민들.

# 갈등의 종지부를 찍고, 통합・상생의 정치 복원 기대

제주도는 이와 관련, 지난 1년 동안 국회와 국무총리, 국방부 등에 13차례나 소송 철회를 건의한 바 있다. 제주도의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 모두가 구상금 청구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강정마을회와 자유한국당 제주도당・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국민의당 제주도당・바른정당 제주도당・정의당 제주도당(여야・의석 순) 등도 구상권 해결을 위한 민·정 협의체를 발족했다. 5개 정당이 정파와 이념을 떠나 힘을 한데 모으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이에 앞서, 제주 출신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을 비롯해 국회의원 165명도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취하)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갈등 해결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복원되기를 강력 희망한다는 정치권의 메시지다.

그러나 이 같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구상권 철회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소송을 취하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 제기도 이와 다름 아니다.

# 외부 활동가, 반미・반전・반군…또 다른 투쟁 예고

진보 활동가 일각에서는 미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Zumwalt)의 해군기지 배치설과 제2공항 내 군사시설(공군기지) 배치 의혹 등을 내세우며 또 다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월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샤우팅 콘서트. 강정이 외치다' 행사장. 이 자리에 함께 한 진보 활동가는 “강정해군기지는 단순히 구상권 문제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구상권 문제와 줌월트 이지즈함 문제도 같이 바라봐야 한다. 제2공항 공군기지 활용 문제도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안한다.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 과정도 그랬다. 거의 진행되는 바 없다며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되더니 배치하겠다고 나왔다”며 “다만,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은 구상권 철회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술상 지금은 구상권 철회 투쟁 단계일 뿐,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반미(反美), 반전(反戰), 반군(反軍)이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강정마을에 또 다른 갈등을 더 부추기고 조정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구상권 철회를 온 힘을 쏟고 있는 민・정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태나 다름없다.

외국 함정이 기항하는 것도 국제관례다. 미국 함정 뿐 만 아니라, 중국 함정, 일본 함정도 환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며 비아냥대고, 정상적인 군 훈련 차량을 가로 막고, 기지 앞 초병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식의 반대 시위도 옳지 않다. 정 시위를 하려면, 국방부나 국회 앞에서 하는 게 맞다. 갈등의 피해를 군 장병들이 질 이유가 없다. 금지옥엽(金枝玉葉) 같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민군복합항(강정해군기지).

제주해군기지사업은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니다. 이른 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다. 15만t급 대형 크루즈선 2척도 동시에 계류할 수 항만공사와 크루즈 터미널을 계획대로 완공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계획대로라면, 7월 크루즈 항만 완공과 함께, 12월까지 180회의 크루즈선 입항이 예약돼 있다고 한다.

다만, 내년 6월 크루즈 터미널이 갖춰지기 전까지 출입국ㆍ통관ㆍ검역 등의 업무를 임시 시설물에서 처리해야 한다. 불편함과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의 단체 관광객 감소세에 따른 크루즈선 입항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일정 기간 개점휴업 가능성도 있다.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 이런 난제들도 풀어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갈등과 반목을 걷어내고, 마을 공동체 복원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해묵은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화해와 상생의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그 출발점이 구상권 철회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구상권 철회 과정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쟁점화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도 방법일 수 있다.

구상권 철회 노력과 함께, 강정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도민사회의 갈등관리 역량이 지금 또다시 본격적인 시험대에 놓여 있다.

좌승훈 주필  domi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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