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잇달아 조성 당초 목적 퇴색 우려
기업 유치 진력…제주지식산업 거점 집중 주문

[좌승훈 칼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조성 사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파트 단지가 잇달아 조성되면서 당초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북아의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했으면 당초 목적에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제주시 영평동 109만8,878㎡ 부지에 자리 잡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제주도내 첫 공공 개발형 국가산업단지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총사업비 5,800억 원을 들여 2010년 준공했다.

# 해발 370m 중산간 자락에 1,544세대 아파트 조성

그러나 해발 370m 중산간 자락에 자리 잡은 이 곳에 기존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 단지(지하 2층・지상 6층, 건물 32동, 759세대)에 이어 805세대 규모의 공공 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잇단 아파트단지 조성이 향후 중산간 난개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초 계획에 없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단지 내 인구 유입에 따른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설계 용량의 증설도 불가피하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공사 중인 민간 아파트를 포함해 2019년 상반기 중 1,544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도 빗나갔다. 현재 단지 내 건설 중인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 759세대 중 입주기업 분양분은 295세대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한화꿈에그린 조감도(왼쪽)와 JDC.

단지 내 주거용지는 산업단지에 대한 지원시설이다. 입주기업 임직원을 위한 주거시설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수의계약으로 이 땅을 민간업자에게 매각한 후 주거용지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당초 입주기업 임직원용으로 50%까지 특별 공급하겠다던 약속도 물거품이 됐다.

JDC가 공공용지를 민간 부동산개발사에 넘기면서 토지 계약도 허술했다. 공공기관이 토지를 매각할 경우, 대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자시스템에 등록해야 함에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또한 토지 매각 직전, 공동주택 건물 고도를 당초 5층에서 6층으로 계획 변경 승인을 받은 것도 특혜 논란을 제공했다.

2013년 이뤄진 토지 매각가는 3.3㎡당 121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가 2009~2010년 제주아라KCC스위첸, 아라아이파크 부지를 240만 원에 공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세와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단지 조성 원가가 3.3㎡당 평균 37만 원(국고 보조비 제외)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JDC로서도 꽤 남는 장사였을 것이다.

# 유휴지에 아파트 짓고 산업용지 없다며 제2단지 추진

JDC는 현재 도민의 주거복지 향상과 집값 안정을 위해 단지 내 4만9,000㎡ 부지에 행복주택 402세대, 10년 임대주택 391세대 등 총 793세대를 지을 계획이다. 당초 이 부지는 초・중・고 학교용 부지다. 교육용 부지가 수익 사업용 부동산으로 바뀐 것이다. 10년 임대 후 분양주택은 임대 수입에 분양 수입까지 챙길 수 있어 또다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JDC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주택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내 주거용기를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고, 학교 용지를 임대아파트 사업용으로 용도 변경해 놓고는 “산업용지가 부족하다”며 또다시 1,385억 원을 들여 2021년까지 인근 월평동 85만㎡ 부지에 제2 첨단과기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감도(왼쪽)와 토기거래허가구역.

관건은 용지 보상 절차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JDC가 땅장사만 했다고 비판하며 사업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JDC의 행보를 놓고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공 디벨로퍼(developer)로서, JDC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신뢰성 확보와 계속성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불신은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JDC가 아파트 건설을 통해 집 값 안정과 주거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다분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단지 내 유휴지가 있다면 임대 아파트사업이 아니라, 산업용지로 써야 하는 게 맞다.

첨단과학기술단지는 본래 조성 목적대로 연구개발 중심의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ET(환경기술) 등 제주의 지식산업 거점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JDC가 기업유치 성과로 크게 내세웠던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MONEUAL)의 파산(2014년 12월)과 LCD·LED 전문 수출업체인 ㈜온코퍼레이션의 부도 및 법정관리 신청(2016년 10월) 등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제주첨단과기단지이다.

좌승훈 주필.

눈앞의 이익, 단기적 수익에 치중한 나머지 첨단과기단지의 장기 비전과 지속가능성이 퇴색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첨단과기단지 추진도 명분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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