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모 제주시 해양수산과 주무관.

천지가 상쾌하고 맑은 공기로 가득차게 된다는 청명(淸明), 점차 밤 보다 낮이 길어지는 계절 봄이다. 거리에는 벚꽃이 흩날리고, 새싹이 움트는 봄이 시작되는 요즈음,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계절이다. 연초 세웠던 계획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났던 누군가에게도, 그리고 나 같은 공직자들에게도 그간 잊고 있었던 초심(初審)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그런 시기이다.

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영국의 수상 윈스턴처칠. 하루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차를 타고 국회의사당을 향해가고 있었다. 교통은 막히고 회의시간이 임박해왔다. 처칠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운전기사를 재촉했다. 처칠의 차는 빠르게 국회로 향해간다. 이때, 한 런던경찰이 수상 처칠이 탄 차를 정지시킨다. 다급한 나머지 처칠의 차가 신호를 위반한 것이 이유였다. 
  
런던경찰이 면허증을 요구하자 운전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차에 각하가 타고 계신다네, 회의시간이 임박해서 그러니 어서 보내주게” 그러자 런던경찰은 ”거짓말하지 마십시요. 이 나라의 법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수상 각하의 차가 교통신호를 어겼을 리 없습니다. 또 설령 수상 각하가 타고 있는 차라 해도 신호를 위반했으면 딱지를 떼어야지 예외는 있을수 없습니다.”라며 신호위반 벌금을 부과했다. 

처칠은 회의에 늦었고, 런던경시청장에게 전화를 건다. 처칠은 런던 경시청장에게 교통경찰에게 원리원칙대로 처리한 경찰에 대한 1계급 특진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경시청장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런던 경시청 내규에는 교통 법규를 위반한 사람에게 딱지를 뗀 교통경찰을 1계급 특진시켜주라는 조항은 없습니다”라며 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었을까? 

문득 준법과 형평성, 청렴을 마음 깊이 품고 처음 공직자의 길에 들어섰던 순간이 떠오른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다행히 잘 지켜왔고, 앞으로도 잘 지켜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추락한 행정신뢰도를 다시 끌어올릴 원동력이자, 진정 우리 국민이 원하는 공직자의 길일 것이라 믿는다. 천지가 맑아지는 청명 즈음에 우리 사회에 청렴의 꽃이 만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양창모 제주시 해양수산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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