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헌책방 동림당 대표 송재웅 씨(47)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복합공간' 소박한 꿈

지난달 31일 만난 헌책방 동림당 대표 송재웅씨. 2호점(삼도동) 오픈 준비로 바쁜 시간 속에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터 책 모으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책에 대한 애정으로 헌책방을 고수하는 '동림당'의 대표 송재웅씨(47)의 첫마디였다.

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그는 오래 전부터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사는 것이 꿈이었다는 송재웅 씨.

제주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제주도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꿈 꿔왔던 '제주살이'는 실천에 옮기려고 할 때마다 여건이 좋지 않아 접어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무렵인 2011년 4월 제주로 올 수 있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만난 헌책방 동림당 대표 송재웅씨. 2호점(삼도동) 오픈 준비로 바쁜 시간 속에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에 살던 송씨는 그야말로 책에 대해서는 자타공인 '수집광'. 

"가끔 집에서 반상회를 열면 동네 어르신들이 '집 무너지겠다'며 걱정을 하시곤 했다"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제주를 내려올 때도 책을 버릴수 없었다는 송씨. 이삿짐을 싸고 보니 책만 8t트럭 2대 분량, 5t트럭 2대 분량이었다고 한다.

동림당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송씨는 그 공(?)을 아내에게 넘겼다.

책에 파묻혀 사는 남편을 보던 아내는 "밖에 테이블 하나 가져다 놓고 앉아서 책도 읽고, 팔고 좀 그래요"라며 송씨를 내쫓았고, 이를 계기로 시작하게 된게 헌책방 '동림당'이었다.

집에서 내쫓기면서 시작한 헌책방이지만 지금은 삼도2동에 2호점까지 준비하고 있다.

노형동 동림당은 창고 형식의 옛책들로 운영하고, 2호점은 헌책방에 예술작품을 합친 '문화복합공간'을 꿈꾸고 있는 송씨.

아직 정리가 덜 끝난 동림당 2호점 내부. 송씨는 여기를 헌책은 물론 다양한 예술작품, 그리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문난 책 수집광인 만큼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송씨는 "대학교 때 역사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인문학 책을 많이 모으게 됐다"며 "중국에서 8년 유학을 하는동안 주말마다 중고서적 시장에 나가서 책을샀는데 고려대장경, 일성록, 조성총독부 관보, 승정원일기 등 고서적도 많다"며 책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활자본과 관련해 송씨는 "중국에 있을 때 활자본 책을 저렴하게 산 적이 있었고, 활자본이라는 것이 오탈자가 많고 그렇지만 계속 개정되고 시간이 흘러 완벽해진 책들보다 훨씬 그 가치가 높기에 자랑삼아 인터넷에 올린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어느날 강원대학교 농대 교수가 그 책을 팔라고 하더라. 자랑을 했으면 팔아야 한다는 논리였다"며 "공부하며 쓰신다는데 제가 억지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꼭 필요한 사람한테 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시집(?)을 보내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책방 운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 두 분, 평가원 두 분 등 총 네 분이 동림당에 오신적이 있다"며 "형광등도 꺼놓는 안쪽 창고로 가더니 귀신같이 고서적들을 찾아서 나오시더라. 어떻게 책을 찾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기가 느껴진다'였다"며 추억을 꺼내놓았다.

아직 제자리를 못차조 바닥에 놓인 헌책들.

당시 꺼내온 책 중에는 송씨가 아끼던 김억의 '에스페란토' 책도 껴있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학교 앞 중고서점에서 덤으로 얻었지만 오래된 낙서의 흔적이 가득한 작고 얇은 책이었다고 기억했다.

송씨가 책에 관한 대화를 할때는 마치 자신의 자녀를 자랑이라도 하듯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송씨는 "동림당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전시도 관람하고 또 마음 편히 쉴 수도 있는 '문화복합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지식도 공유하고 그럴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라며 인터뷰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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