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T.S.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그렇게 말했다. 세월호 인양 중계를 바라보면서 이 또한 사월에 일어났던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서귀포 의료원 응급센터가 과연 어떻게 운영될지 초조한 마음으로 잔인한 사월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는 하였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 네 명과 4월 중순에 공보의 만료되는 한 명 포함 다섯 명이 제주시내 모 종합병원으로 일시에 근무지를 옮긴다. 

근무지 선택은 본인들의 자유의사라 달리 할 말은 없지만, 사태의 발단은 임금 인상을 내걸고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면서 시작되었다. 재정환경이 열악한 의료원으로서는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여서 거절당하였고, 서귀포 응급센터를 지켜야한다는 취지의 주위의 권고로 어렵사리 그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로 하였다.

대표자 선생 격인 사람과 만나서 다시 협의한 결과, 그 날 아침 본인은 남겠고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최종적으로 알려준다고 하였다. 오후 다섯 시 경 전원 남는다는 소식과 해당 병원 원장에게 죄송한 말씀을 전해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아서 그래도 잘 해결되는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잠시 뒤 그 병원 담당자를 만난다고 하였는데 느닷없이 당일 밤 9시 반 경에 공보의 한 명을 포함한 다섯 명이 전원 그 병원으로 가지 않으면 치명적인 피해가 예상되니 갈 수 밖에 없다고 통보해왔다.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커다란 거래가 있었다고 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 다음날 병원장을 만나러 일부러 찾아 갔었는데 급한 일을 핑계로 만나주지 않아서 섭섭한 심정으로 허탈하게 돌아왔다.

4월 1일부터는 네 명의 응급의학과 선생들이 빠져나가 버리면 응급의학과 공보의 선생 두 명과 가정의학과 선생, 원장 넷이서 응급실 진료를 담당하게 된다. 더욱 걱정인 것은 4월 13일에는 두 분 응급의학과 공보의 선생이 복무 만료로 의료원을 떠나면서 닥치게 되는 응급센터의 진료 공백이다. 

의료원에서는 백방으로 응급센터를 맡아줄 선생님들을 수소문하여 구하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어려워 지금까지 한 분도 구하지 못한 실정이다. 다행이라면 같은 공공병원인 제주대학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한 분을 파견하여 근무해주신다고 하니 고맙기 이를 데 없고 힘든 결정을 내려주신 제주대학병원 응급의학과와 원장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동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공동체, 제주도 지역 공동체, 서귀포시 공동체가 있지만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서귀포 지역 유일한 응급센터가 마비되면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 고스란히 서귀포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큰 병원에서 작은 병원을, 제주도 지역에서 서귀포 지역을 배려할 여유가 그다지도 없었는지 무척이나 아쉽다. 의료원으로서는 응급진료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선생님들을 가급적 이른 시기에 확충하여 주민 불편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서귀포 지역주민들께서 조금만 이 상황을 견뎌주신다면 가급적 조기에 종식시킬 것을 약속드린다. 지면을 빌어 거듭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