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북촌초 명예교사 나선 김두연 전 4.3 유족회장
4살때 맏형과 아버지 잃어…"화해와 상생 거듭나야"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김두연 명예교사가 4·3교육주간을 맞아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 4.3 69주년을 불과 몇일 앞두고 있다.

제주4.3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4.3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김두연 전 제주 4.3 유족회 회장으로부터 우리의 역사인  4.3을 직접 체험한 경험담을 들어봤다.

"포박된 상태로 도망가는 큰형님을 토벌대가 추격, 총으로 쏴서 2m절벽 아래로 떨어트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광경을 보고도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한채 피눈물을 삼키셔야 했습니다.“

가슴에 사무친 아픈 기억이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꼭 들려줘야 할 얘기이기에 기억을 더듬는 김두연 전 유족회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69주년 4.3교육주간을 맞아 28일 북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제주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 초청강연’에는 김두연 전 제주4.3 희생자 유족회장이 명예교사로 나섰다.

4살이라는 어린나이에 토벌대에게 맏형을, 산사람들에게 아버지를 잃은 김 명예교사는 그야말로 4.3의 산증인이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김두연 명예교사가 4·3교육주간을 맞아 강연을 하고 있다.

김 명예교사는 "(맏형이 토벌대에 희생당하고) 하룻밤 지나고 이튿날 12시쯤에 아버지가 몰래 죽은 큰형님을 업어가지고 지금 그린장례식장 그 앞에 묻었습니다"라며 "아버지는 시체를 찾다가 포기하고 수십년이 흐른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37년.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살아오던 김 명예교사였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기회는 찾아왔다.

어느날 동굴답사반이 찾아와 아버지가 희생된 위치를 알겠냐고 물은것. 그러나 자신과 형들은 나이가 어렸기에 잊어버렸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시신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딱 한사람. 아버지를 희생시킨 산사람들 5명 중 생존하고 있는 단 한사람이었다.

수소문끝에 찾아낸 생존 산사람에게 김 명예교사는 무릎을 꿇고 "아버지가 희생된 동굴을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하고 애원했다고 한다.

그렇게 38m깊이의 수직 동굴에서 37년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유해를 만날 수 있었다.

김 명예교사는 "마지막에 발견된 두개골은 깨어져있었다. '아버지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 잔인한 짓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려 했지만, 그날의 기억에 목이 메였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4·3교육주간을 맞아 개최된 강연에서 김두연 명예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북촌초등학교 어린이.

강연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김 명예교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4·3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김 명예교사는 강연이 끝난 후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4·3을 알리게 돼 영광"이라며 "평화와 인권이 존중되고 화해와 상생으로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장승준(6학년)학생은 "저희 할머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4·3을 겪어 할머니에게 4·3 사건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며 "많은 역사들 중 4·3사건은 아픈 기억이니 우리들이 꼭 기억해야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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