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 지역밀착·지방공항 거점화 ‘너도나도’
도-제주항공 ‘불편한 동거’ 항공료 인상 놓고 반목 커
높은 브랜드 인지도·고객 충성도는 제주항공 큰 자산

[좌승훈 칼럼] 국내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는 총 6군데다. 수도권 수요는 기본이고, 지역 내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저마다 지역토착 기업임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 공항은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 거점이자, 미래가 되고 있다. 대형 항공사와 해외 저비용 항공사가 진출하지 않은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앞 다퉈 국제선 노선을 만들고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하고 있다.

# 기존 6개사 외 5개사 가세…시장 포화 출혈경쟁 예고

항공사도 더 늘 전망이다. 기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서울에어 외에, 플라이양양이 작년 12월 국토교통부에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강원 양양이 거점 공항이다.

양양 외에도, K에어항공(청주),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김해)가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을 준비 중이거나 법인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LCC는 아니지만, 소형 항공 운송사업자인 포항에어도 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이다. 획기적인 사업모델 도입과 함께, 지역밀착 경영을 통한 차별화와 지역 네트워크의 확장은 이제 더 이상 LCC 업계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그럼에도 국내 LCC 1위사인 제주항공과 제주특별자치도 간 관계는 오히려 틈이 더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항공.

# 도-제주항공 법정싸움 비화 …지분도 25%→7.7% '뚝'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천권을 행사해오던 제주본부 직제 폐지와 함께, 기업 상장을 앞두고는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임을 알리기 위해 ㈜AK제주항공으로 상호 변경을 추진했다. 지난 2월에는 제주예약센터 서울 이전 추진 등으로 반목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최근에는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항공이 30일부터 제주 기점 김포·부산·청주·대구 4개 노선 운임에 대해 최대 11.1% 인상을 추진하자, 제주지법에 항공운임 인상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항공료 인상 추진에 따른 법정 소송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05년 제주항공 출범 당시 자본금의 25%인 50억 원을 출자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항공의 8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은 7.75%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과정에 무대응으로 일관함으로써, ‘제주’라는 브랜드만 내주고 실속은 차리지 못한 채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본질은 제주항공이 항공요금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해 시행해야 하고, 양측의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공신력 있는 기관 또는 업체 등의 중재 결정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제주항공, 도민 자존심과 열망 담아 제3 민항 출범

제주도민 입장에서 항공편은 교통수단이다. 항공은 섬 특성상, 육지의 철도나 고속버스와 다름없다. 따라서, 항공료 인상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돼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제주공항을 오간 항공편은 총 17만2743편으로 2015년의 15만8691편에 비해 8.9% 증가했다. 여객 수는 2015년보다 13.2% 급증한 2970만7364명이다. 화물 역시 4.6% 증가한 29만1494t을 기록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알짜’ 수익 노선이다.

더욱이 항공료는 지역 생명산업인 관광과도 직결돼 있다. 기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1년에 한 번씩 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리자, 도민 3만여 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여는 초유의 일도 발생했다.

제주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제3의 정기 민항'으로 출범하기까지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대형 항공사의 견제 속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제주항공의 출범은 이처럼 기존 대형 항공사에게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는 제주도민의 절박함과 자존심의 발로였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항공 제주예약센터.

# 에어부산, 부산 본점에 김해공항 거점 “이용률 1위”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항공 간 반목과는 달리, 동종사인 에어부산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어부산은 오는 4월중 국내 LCC 최초로 신사옥을 갖게 된다. 본점이 될 신사옥은 연면적 1만8302㎡에 지상 9층・지하 2층 규모이다.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역 거점 공항인 김해공항과도 가깝다. 부산에서 가장 편리한 항공사 되겠다는 게 에어부산의 경영 목표이다. 옛 이마트 김포공항점에 둥지를 튼 제주항공과는 대조적이다.

김해공항 이용객은 2014년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1,000만 명의 이용객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항공사는 대형 국적 항공사가 아닌 부산의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특히 국내선 2개 노선과 국제선 18개 노선 모두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운항하고 있다.

또한 이스타항공은 청주를 거점으로 국내선 1개・6개 국제선 노선을, 티웨이항공은 대구를 거점으로 국내선 1개・국제선 9개 노선을 운항한다. 공통점은 지역 항공사 이미지를 내새워 지역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제주공항 기점의 국제선 노선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제주항공 계열사인 AK플라자의 지역밀착 경영도 눈여겨볼만 하다. AK플라자는 구로본점(구로역), 수원점(수원역), 분당점(서현역), 평택점(평택역), 원주점(원주터미널) 등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IMF 경제 위기와 경쟁사의 대규모 점포 입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규모의 경쟁보다는 세분화・전문화를 통해 충성도 높은 지역 고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는 밀착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제주항공 지역밀착 경영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제주항공이 그동안 지방 재정 확충과 고용창출 등 지역에 기여한 바, 적지 않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제주항공의 LCC 업계 1위의 이면에는 임직원들의 노력 못지않게 지역항공사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와 도민들의 애정과 성원도 컸다는 것이다.

지역 내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는 여전히 제주항공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기도 하다.

좌승훈 주필.

고객이 떠나는 건 상품과 서비스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 탓도 크다. 품질 아무리 좋아도 감정 상하면 고객은 떠난다. 「이모셔노믹스(Emotionomics · 감성경제학)」의 저자, 댄 힐은 “공급이 더 이상 수요를 창출하지 않고 품질의 차별화가 이뤄지기 힘든 시대에 남은 건 신뢰뿐”이라고도 했다.

미리 들여다보고 챙기고 대응하면, 얼마든지 지켜낼 수 있다.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 격랑의 시대에 제주항공이 LCC 선발주자로서, 더 ‘제주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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