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명중 상당수 본인 ‘부정’…제주대 일부 학과 무더기 등재
심지어 상대후보 캠프쪽 인물 포함…중앙 차원 개입 의혹도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청년 1219명의 안희정 지지선언. 맨 우측에 정장차림의 청년이 안희정 충남지사를 최측근에서 수행하는 청년대표 L씨다.

제주지역 청년 1219명이 안희정 공개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명단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명단에 기재된 상당수가 본인이 참여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다, 중앙쪽 안희정 캠프에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어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안희정을 지지하는 제주청년 1219명이라고 밝힌 이들은 지난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이들은 “안희정 후보야말로 청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타 시도 청년들도 뜻을 같이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제주도민일보>의 확인결과 청년 1219명의 명단에서 수상한 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있다.

일단 상당수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것. 명단 자체도 서명, 직업, 나이 등을 배제한 채 이름만 나열돼 있다.

더욱이 제주대학교 모 학과인 경우 재학생과 졸업생 80여명의 이름이 그대로 올라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함께 ‘이어도청년지킴이’의 시국규탄성명(2013년 12월 2일. 대학생 470명 서명) 명단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 지지 제주청년에 이름을 올린 이성재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전 대학생위원장은 ‘이어도 청년지킴이’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심지어 안희정 후보와 경쟁을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캠프쪽 청년 당원 상당수도 포함돼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중앙 차원에서 개입한 것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12일 기자회견 당시 안희정 대표를 최측근에서 수행하고 있는 청년대표 L씨 등이 자리를 함께 한 게 확인되고 있어서다.

안희정 캠프측에선 “제주청년들의 자발적 지지그룹일뿐 우리와 연관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L씨가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L씨는 "이성재 위원장과 친하게 지내 참석했을뿐 중앙 차원에서 간 것은 아니다"며 "일이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명단에 포함된 한 대학생은 “도대체 왜 내 이름이 여기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년전에 이어도 날 조례 제정과 관련해 서명한 적 밖에 없었다”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도내 정계의 관계자는 "구태한 정치가 제주에서 그것도 청년들이란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이 문제는 결단코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톤을 높였다.

이성재 전 대학생 위원장은 "조급함이 앞서 선후배, 동료들께 큰 페를 끼쳤다. 저의 수양부족으로 인한 불찰이고 모든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이어 "깊은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 다시한번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