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수집상 이창남씨

치매 걸린 노모 모시며 폐지수집
동네에서는 효자로 소문나
이웃들 정성에 더 큰 기운 얻어

88세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이창남씨(58·삼도2동)는 폐지를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젊어서부터 전세버스 운전 기사로 20여년을 일했던 그가 폐지 줍는 일을 시작한 것은 2년여 전이다.

고령의 어머니가 하루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세버스 운전을 하다보면 귀가 시간이 일정치 않고 집에 못 들어가는 일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돌봐드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를 모실 시간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에 전세버스 일을 그만두게 됐다. 다른 일을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어머니가 가끔씩 이상한 행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은 병원에서 치매라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만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기가 불가능했다. 어머니가 혼자 집에 계시는 것이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자리를 찾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어머니를 지켰다. 답답한 마음에 밤이면 술 마시는 날도 많아졌다.

“70·80년대 TV에서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제주도에 버리고 갔다는 뉴스를 보면 막 욕을 했었죠. 저런 나쁜 놈들 해가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셔보니 그 사람들 심정을 이해하겠더라고요.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술을 마시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이웃들도 그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복지센터에서 치매노인을 돌봐주는 제도가 있으니 문의해 보라는 귀뜸을 듣게 됐다. 그렇게 해서 문의한 결과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어머니를 복지센터에 맡길 수 있게됐다. 그러나 여전히 직장을 갖기는 어려웠다.복지센터에서 차로 모시고가서 다시 차로 데려다주기는 하지만 반드시 인도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일이 폐지수집이었다.

“아침에 어머니 식사를 챙겨드리려면 6시에는 일어나야해요. 식사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시거든요. 아침에 어머니가 버스를 타고 가시면 폐지 줍는 일을 시작하죠. 그러고 나서 어머니 오실 시간에 집으로 들어가요. 어머니가 잠들면 밤에 또 2시간 정도 돌아다닙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생활하는데 부족하지는 않아요”

그는 동네에서도 효자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웃 주민들이나 인근 상인들은 그에게 각종 폐지를 모아서 갖다주는 경우도 많다고.

“폐지를 줍다보면 ‘아저씨 여기도 있어요’라며 작은 종이라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너무 고맙죠. 그렇게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기분좋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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