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인터뷰
“제주의 흙과 물은 마지막 보루”전국 돌며 위험신호 알리는 ‘빨간버스’ 이승렬 씨
“도시가 꽃이라면 시골은 뿌리, 뿌리가 건강해야”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이승렬 씨가 지난 3일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세워둔 '빨간버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빨간버스를 모는 그는 전국 곳곳을 누비며 ‘농업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14일 제주를 찾았다. 그는 물과 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제주를 찾아 마음의 평안을 지키며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제주의 개발을 막을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제주의 흙과 물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렬(55) 씨가 제주에 정착해 3개월간 머무는 이유다. 그는 오는 4월 중순까지 제주에 머무를 예정이다. 이후 그는 다시 고향인 보성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그는 논과 밭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자칭 농사꾼이라는 그는 ‘농업여행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땅에 사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안돼요. 도시가 꽃이라면 시골은 뿌리죠. 뿌리가 건강해야 향기롭잖아요”

그래서 그는 2002년 인생의 전환점(터닝포인트)을 맞아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무얼할까 생각하던 그는 어렷을적 기억을 떠올려 ‘약초’를 키워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유년시절 식물에 물을 뿌리던 모습이 참 기억에 남았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도 약초를 캤던 경험 때문에 식물 농사를 짓자고 마음 먹었죠. 그리고 그 식물이 기능성 식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문화, 예술과 연계된 식물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니 ‘꽃’으로 귀결되더군요.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감국’ 농사를 짓게 된 거죠”

그가 다닌 곳은 강원도 철원에서부터 제주까지 꽃이 있는 곳이면 안다닌 곳이 없었다. ‘꽃’에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국 곳곳을 쓸고 다녔다. 그가 전국을 다니며 ‘꽃’에 ‘미쳐있는’ 동안 그의 고민은 자연스레 ‘먹거리’문제로 귀결 됐다. 그러다 보니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흙’과 ‘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 토양엔 미생물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땅이 죽었다는 소리죠. 더 큰 문제는 한국은 농업정책 자체가 없어요. 최소 10년, 50년 뒤의 농업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이승렬 씨가 지난 3일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세워둔 '농부와 빨간버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 씨가 자신이 그린 제주도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설명해 주고 있는 모습.

그렇게 ‘흙’과 ‘물’에 천착하던 그가 제주를 찾게 됐다. ‘청정’제주가 ‘흙’과 맑은 ‘물’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제주의 물탱크는 하나라고 봐요. 소위 말하는 ‘삼다수’라는 거요. 근데 삼다수 물탱크는 하나인데 이를 빨아들이는 ‘빨대’는 여러개죠. 개발공사가 삼다수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개발공사는 도민을 위한 기업 이잖아요? 개발공사에서 사활을 걸고 농업에 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고 봐요. 물과 흙을 이용한 ‘농업’은 모든 생명의 기초이기 때문이죠”라고 강조했다. 

그가 몰고 다니는 버스 색은 ‘빨간색’이다. 그는 이를 ‘위험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만큼 물과 흙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의미다.

그는 “제주에서 광풍처럼 일어나는 개발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보루인 제주의 흙과 물을 지켜야 하겠죠. 물과 흙을 바탕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이승렬 씨가 지난 3일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세워둔 '빨간버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씨가 그린 제주도 모습이 담긴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과 흙을 형상화한 노란색 점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 글은 기행문 형태로 쓰고 있다. 제주를 찾은 이유는 제주에서 조용히 글을 쓰기 위해서다. 그림은 글에 들어가는 일종의 삽화처럼 쓰기 위해서 조금씩 그리고 있다. 

 

제주도, 어떤 느낌인가?

 - 관광을 위해 찾은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전 우도를 갔더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제주도가 쓰레기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거 같은데 우도도 쓰레기가 많아 보이더라. 

근데 난 쓰레기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쓰레기처럼 눈에 보이는건 치우면 된다. 근데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은 치울 수 없다. 우도에 지난해 기준 210만여명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우도주민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주민들의 삶과 행복, 그게 더 중요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낭만적이다.

 - 절대 낭만적이지 않다(웃음). 그 동안 아버지가 일궈놓은 농장을 다 잃어 버렸다. 내 꿈은 하나다. 방북신청을 했는데 안받아 주더라. 일단 방북이 허락되면 금강산에서 새참을 먹고 싶다. 그리고 북에 있는 마을 곳곳을 다니고 싶다. 해가질 무렵이 오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에 초대받고 싶다. 

사람들에게 지역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백두산으로 가면서 하룻밤을 자도 좋다. 그렇게 가다가 누군가 나를 찾아 오면 또 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세상은 그런것 아니겠나.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이승렬 씨가 지난 3일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세워둔 '농부와 빨간버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을것 같다.

 -  내가 좀 짓궂다. 언젠가 한번은 돈 많은 사람이 와서 이런 저런 고민을 토로 하길래 “어렵겠지만 재산을 다 기부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많은 사람이 그 돈을 정리하는게 쉽겠나. 절대 쉽지 않다.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도 가능하면 버리는 연습을 많이 한다. 버리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버스라는 공간이 삶의 휴식처와 같은 느낌이 든다.

 -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스를 찾아 들어오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외롭다며 죽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난 창피하게 죽으면 안된다고 달래기도 한다. 그렇게 삶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공감해 주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이승렬 씨가 지난 3일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세워둔 '농부와 빨간버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지난 3일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세워둔 '빨간버스'에 적힌 목적지들.

 

최병근 기자  whiteworld84@hanmail.net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