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준 이하 요일제배출 토론회 바라보며…
요일제 찬성하며 화기애애 패널에 시민들은 '울화통'
한 시민, "고경실 시장 칭송하러 토론회 하나" 일침

요일제 배출 홍보 전단.

귀머거리와 장님이 되기를 자처한 것일까…

제주도가 현재 추진하는 쓰레기 정책을 바라보며 들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시를 시작으로 시범 운영중인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눈은 곱지 않다.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불편함에 각종 민원을 제기하고, 반대대책위까지 구성돼 '쓰레기산' 퍼포먼스까지 벌어졌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행정은 이런 도민들의 불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시민들이 엄살을 핀다"며 요일제배출을 추진하기에 바빴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나면서 시민불만도 어느정도 줄어들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꾹꾹 눌러왔던 불만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것도 요일별 배출제 개선을 위한 제주도의 토론회 자리에서 말이다.

24일 열린 요일제 배출 개선방안 제주시 지역 토론회

24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

제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였지만 처음부터 뭔가 석연치 않았다.

토론회에 대한 홍보는 당일 아침 제주도가 보도자료로 배포한게 전부였다.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각 읍면동에서 개별 연락을 했다고 한다. 사실상 공정성이 확보될 수가 없는 토론회였던 셈.

패널들의 면면도 문제였다. 도환경보전국장, 새마을지도자제주시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운동제주시협의회, 제주시통장협의회 등 요일제 배출제 선봉에서 활동한 사람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패널들은 반대 의견 없이 '요일제 배출이 확대되야 한다',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등 우호 일색의 의견들을 내놓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욱이 한 패널이 약간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자 사회자가 그 패널에게 '요일제 배출을 반대하시는지 밝혀달라'며 원천 봉쇄하기도 했다. 

요일제 배출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연출했던 쓰레기 산 퍼포먼스.

뉴스를 보고 부랴부랴 참석한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치밀어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건입동 주민이라고 밝힌 시민은 "토론이 있는걸 SNS를 보고 오후 1시에야 알았다. 주민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토론회를 한게 의문스러울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얘기인데 지금 이 자리에 패널분들 고경실 시장 칭송하러 모인것 아닌지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라며 일침을 가했다.

하도리에 살고 있다는 한 시민도 "토론회에 대해 정작 참여를 원했던, 쓰레기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단 한분도 초대되지 않았다"며 "심지어 이런 행사를 사전 현수막 게재도 없이 급하게 시작했고, 사회자도 보면 너무 편파적으로 진행하는 등 토론회의 목적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왜 늘어나는 관광객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지, 건축물 폐기물이 쏟아지는데 건축허가는 계속해서 내주고 있다"며 "그 모든 불편을 도민들에게만 감수하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일제 배출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로 토론회가 전락하는 순간이었다.비판이 쏟아졌음에도 나온 답변은 결국 예산 핑계 등 자기 방어였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데 반대하는 도민들은 없다. 그러나 행정이 지금처럼 눈과 귀를 막고 명분쌓기에만 급급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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